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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 눈이 멀어버린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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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2008 > 해외영화 다시보기 – 코리언즈 커뮤니티

눈먼 자들의 도시 다시보기 전 인류가 눈이 먼 세상…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 평범한 어느 날 오후, 앞이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차도 한 가운데에서 차를 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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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koreans.cc

Date Published: 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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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다시보기 – 소나기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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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3/30/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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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2008 다시보기| TVNARA -티비나라

눈먼 자들의 도시 2008. 영화해외. 전 인류가 눈이 먼 세상…오직 나만이 볼 수 있다.평범한 어느 날 오후, 앞이 보이지 않는 한 남자가 차도 한 가운데에서 차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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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x21.tvnara.xyz

Date Published: 11/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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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2008 다시보기| OTGTV – 오티지티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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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0/28/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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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 왓챠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한 남자. 그를 집에 데려다 준 사람, 의사, 병원의 환자들 모두에게 같은 증상이 전염되고, 남자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앞을 보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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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watcha.com

Date Published: 9/5/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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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미스터리,스릴러, 2008) 영화 다시 …

눈먼 자들의 도시 (Blindness,미스터리,스릴러, 2008) 영화 다시보기. ※ If movie does not appear, please refresh (F5) or reconnect.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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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10/11/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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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 도시], 다시보기 – 네이버 블로그

다음 날 아침, 의사는 이 질병이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보건부에 알린다. 정부는 눈이 먼 사람들과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병동에 격리조치 하기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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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9/21/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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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기 [해외영화] 눈먼자들의 도시 (2008) – 단비무비

다시보기 [해외영화] 눈먼자들의 도시 (2008). 다시보기는 크롬(chrome) 브라우저에서 시청하세요. 그 외에 브라우저에선 시청이 안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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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9/25/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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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눈먼 자들의 도시 – 경기신문

최근 故 호세 사라마구(Jose Saramago.1922~2010. 포르투갈 출신)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다시 읽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온세상이 아직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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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2/2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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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자들의도시다시보기 – Twit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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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Published: 7/27/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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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uthor: 차이나는 영화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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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ate Published: 2021. 9. 3.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9ycPXueTIfo

눈먼 자들의 도시

눈먼 자들의 도시

생존 · 디스토피아 · 2시간 1분 · 평균 3.519

어느 날 갑자기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한 남자. 그를 집에 데려다 준 사람, 의사, 병원의 환자들 모두에게 같은 증상이 전염되고, 남자의 아내만이 유일하게 앞을 보며 모든 광경을 목격한다.

[눈먼자들의 도시], 다시보기

[ 02 ] 다시보기

눈먼자들의 도시

주제 사라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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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어느 날과 똑같던 하루, 한 남자는 도로 위 운전 중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주변의 도움을 받아 집으로 돌아오고, 아내와 함께 근처 안과에 방문하지만, 의사는 남자에게 의학적 이상증세를 찾을 수 없다. 이례적인 케이스라고 생각한 의사는 집으로 돌아와 자신의 아내와 이야기를 나눈 뒤, 여러 연구를 살펴보다가 아까 방문한 환자와 같이 눈이 멀었다. 다음 날 아침, 의사는 이 질병이 전염성이 있다고 생각하여 보건부에 알린다. 정부는 눈이 먼 사람들과 그들과 접촉한 사람들을 병동에 격리조치 하기로 결정한다. 병동에 갑작스럽게 눈이 먼 사람들이 점차 채워지지만, 오직 한 명 의사의 아내만은 눈이 멀지 않는데..

기록일지

평소와 다름 없던 어느 날, 38살의 건강하고 평범한 한 남자는 운전대를 잡고 있다. 신호 대기 중, 갑자기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한다. 몇 번이나 눈을 껌뻑였지만 방금 전까지 잘 보이던 시야는 흰 우윳빛으로 칠해져 있다.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 앞 차를 향해 경적을 울리던 사람들은 차에서 내려 화를 낸다. 갑자기 눈이 먼 남자는 양 팔을 계속해서 휘젓는다,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이상함을 느낀 사람들은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는다는 남자의 공포어린 표정에 그를 도와준다. 내가 도와주겠소, 당신 집이 어디요? 여기서 가깝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의를 베푼 남자는 눈이 먼 남자의 차를 운전해 그의 집 앞까지 데려다준다. 현관문을 열기 직전, 눈이 먼 남자는 생각한다, 나를 도와준 사람이 나쁜 사람이면 어쩌지? 물건을 훔쳐 가면? 선의를 베푼 남자는 묻는다, 집에 아무도 없으면 보호자가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 수도 있소. 눈이 먼 남자는 말한다, 아닙니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고맙습니다. 선의를 베푼 남자는 현관문 앞에서 호의를 거절당하고 돌아서는데, 돌려주지 않았던 눈이 먼 남자의 자동차 키로 시동을 건다, 처음부터 차를 훔치려고 도와준건 아니지만.. 이제 장님인데 운전할 일도 없겠지. 선의를 베푼 남자는 자동차를 훔쳐 타고 질주한다.

하루 아침에 갑작스럽게 장님이 되다니.. 그것도 까맣게 보이는 게 아니라 새하얗게 보이는 장님이라니! 앞이 하얗게 보이는 장님 얘기는 들어본적도 없다. 다시 정상적으로 앞을 볼 수 있을까? 저녁,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퇴근 후 집에 돌아온다.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갑자기 장님이 되었음을 알리고, 그의 아내는 가장 가까운 안과의 전화번호를 찾아 전화를 건다. 안과를 가려고 그의 아내가 그에게 묻는다, 차는 어디 있어요? 낮에 처음 실명했을 때 어떤 남자가 날 도와주겠다며 내 차를 운전해 우리 집 앞까지 날 데려다 줬어, 차를 길가에 세운건 확실한데 차 키를 받은 기억이 없어, 내 차가 보여? 아니요, 어디에도 차는 없는데요, 그 남자가 훔쳐갔나봐요. 빌어먹을! 그 놈은 역시 도둑놈이었어! 둘은 급하게 택시를 타고 가장 가까운 안과에 방문한다.

안과에는 간호사 한 명, 한쪽 눈에 안대를 쓴 노인, 검은 색안경을 쓴 젊은 여자, 소년과 소년의 어머니가 있다.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아내는 급한 상황임을 알리고, 기다리고 있던 다른 환자들보다 먼저 의사에게 진료를 받는다. 안과 의사는 눈이 먼 남자의 안구를 여러가지 방법으로 검사했지만, 안과질환도 없을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학적 이상증세 역시 발견할 수 없다. 앞이 하얗게 보이며 갑자기 실명을 했다는 말에 의사는 소견을 적은 처방전을 주며, 지금까지 이런 환자 케이스는 없었다며 더 큰 병원에 가보라고 권유한다.

선의를 베푼 남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차를 훔친 자동차 도둑은, 훔친 차를 운전하면서 불안함에 휩싸인다. 아까 그 남자도 이렇게 운전하다가 눈이 갑자기 안보인다고 했는데, 그럼 혹시 나도..? 평소보다 신중하게 운전하던 도둑은 결국 답답한 마음에 신호등이 없는 작은 도로에 차를 세운다. 잠깐 바람이나 쐬면 괜찮아지겠지, 도둑은 차에서 내려 산책할 목적으로 주변을 걷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곧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한다. 눈이 안 보여! 눈이 안 보여! 순찰을 하고 있던 경찰관은 당황함에 울부짖는 도둑을 발견하고, 그를 집으로 데려다 준다.

안과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던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간단한 결막염을 앓고 있다. 결막염의 정도는 심하지 않지만 그녀는 검은 색안경을 필요할 때 이외에는 벗지 않는다. 그녀는 그것이 자신의 매력에 신비로움까지 더해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녀는 의사의 처방전을 받아 약국에 들러 안약을 사고 나서, 택시를 타고 한 호텔로 향한다. 돈을 대가로 남자와 잠자리를 즐기는 그녀는, 자신의 값어치를 위해 약속시간이 조금 지난 후에야 312호 객실로 들어간다. 남자와 잠자리를 한 후, 환희에 젖어 천장을 응시하고 있는데 눈앞이 새하얗다. 검은 색안경을 쓰고 있는데도 눈 앞이 하얗다니, 이상하다. 곧이어 그녀는 벌거벗은 상태로 객실을 뛰쳐나오며 소리지른다, 앞이 안 보여요! 도와주세요! 호텔의 직원들과 경찰관은 그녀를 도와준다.

눈이 먼 남자를 돌려보내고,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의 진료를 모두 마친 의사는 집으로 돌아온다. 의사는 아내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까 방문했던 눈 앞이 하얗게 실명했다는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의학적 연구 정신이 높았던 의사는 아내가 잠든 후에도 백색으로 실명하는 질병과 관련된 의학 연구가 있는지 찾아봤지만, 결국 해답은 찾지 못한다. 세상 어디에도 이런 질병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의사는 흩어진 연구 서적들을 정리하려고 손을 뻗는다. 그리고 곧 눈 앞이 새하얗게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치료하는 안과 의사가 눈이 멀다니.. 의사는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동시에 꿈일리 없다는 절망감을 안은 채, 잠든 아내 옆 자리에 눕는다. 다음날 아침, 의사의 아내는 먼저 일어나 남편의 출근을 위해 아침을 준비한다. 아내가 일어난 기척을 느낀 의사도 곧 잠에서 깨지만, 눈 앞에 보이는 것은 흰색 뿐이다. 어제 저녁에 진찰했던 눈이 먼 남자에게 옮았다고 생각한 의사는, 아내에게 이 질병이 전염성이 있고 아직 관련된 연구결과도 없으며 따라서 치료법도 없기 때문에, 상황이 더 크게 나빠지기 전에 보건당국에 알려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한다. 보건부에 직접 연락이 닿지 않자, 의사는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병원의 원장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아침에 의사로부터 전염성 있는 실명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병원 원장은, 갑자기 눈 앞이 새하얗게 멀었다는 사람이 이곳 저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생겨나자,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보건부에 알린다. 보건부는 첫번째로 눈이 멀었다는 남자, 그가 방문한 안과의 의사, 그리고 갑자기 눈이 멀었다고 병원에 찾아온 사람 몇 명과 그들과 접촉 가능성이 있는 보균자들을 격리수용 하는 것으로 임시방편책을 세운다. 이들을 따로 수용할 만한 시설을 찾다가, 오래전 폐업한 정신병원이 적절한 장소라고 생각한 보건부 장관은 그들을 정신병원에 수용시키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갑자기 눈 앞이 새하얗게 멀게 되는 이 희한한 증세를 ‘백색 질병’이라고 공표한다.

오후 6시, 의사의 집 앞에 보건부에서 보낸 구급차가 도착한다. 의사 아내는 남편의 짐을 꾸리면서, 자신의 짐도 함께 챙긴다. 의사를 따라 의사 아내도 구급차에 올라타자, 운전사는 의사 아내를 막아선다, 눈이 먼 사람만 가는 겁니다. 의사 아내는 임기응변으로 대답한다, 그럼 저도 데려가세요, 저도 방금 눈이 멀었어요.

의사와 의사 아내는 가장 먼저 정신병원에 도착한다. 의사 아내는 눈이 멀쩡하다. 정신병원은 가운데 복도를 기준으로 두 병동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른쪽 병동,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첫 번째 병실에 들어간 의사 아내는 이 건물이 방치된 지 오래 됐고, 수도와 전기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과 위생과 청결 상태가 매우 불량함을 파악한다. 의사와 의사 아내는 맨 안쪽 두 개의 침대를 차지한다. 의사는 말한다, 당신은 눈이 멀쩡해, 날 위해서 이러는 거라면 지금이라도 이 곳을 나가 집으로 가, 제발. 의사 아내는 답한다, 내가 없으면 당신을 도울 수 없잖아요, 그리고 지금에서야 눈이 보인다고 말해도 날 내보내주지 않을 거에요, 지금 이곳은 정상적인 수용시설이 아니라 방치된 정신병원이에요, 여기 남아 당신과 앞으로 올 사람들을 도울게요. 의사 아내는 눈으로 본 병원의 구조와 화장실, 식당,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에 대해 남편에게 간략하게 알려준다. 의사가 말한다, 당신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다른 사람들이 절대 알아선 안돼. 알아요, 나도 눈이 먼 척 할게요. 그 때, 문 밖에 인기척이 들린다.

의사 부부 다음으로 병실에 들어온 사람은 총 4명으로,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도둑,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소년이다. 의사 아내는 의사에게 새로 들어온 사람의 수와 인상착의, 성별을 알려준다. 목소리로 한 공간에 여섯 명이 같이 있음을 파악한 순간, 천장의 스피커에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잘 들어라, 잘 들어라, 잘 들어라, 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의 조치를 취할수 밖에 없음을 알린다. 현재 실명 전염병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이를 백색 질병이라고 부르고 있다. 백색 질병이 더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환자와 보균자를 따로 격리시키기로 결정했고, 지금 이 메세지를 듣고 있는 사람들은 이것이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적 재난상황임을 인식하고 다음과 같은 규칙을 준수해주길 바란다. 하나, 전등은 항상 켜둔다, 스위치는 조작되지 않을 것이다. 둘, 허가 없이 이 건물 밖으로 나가지 말라, 사살당할 것이다. 셋, 각 병실에 있는 전화는 위생과 청결을 목적으로 외부에 보급품을 요구할 때만 사용할 수 있다. 넷, 자기 옷은 자신이 빨래한다. 다섯, 병실 대표를 선임할 것을 권고한다, 이것은 명령이 아니라 권고다. 여섯, 하루 세 번 식량을 담은 상자들이 현관문 오른쪽과 왼쪽에 놓일 것이다, 오른쪽 것은 환자들에게 가는 것이고, 왼쪽 것은 보균자에게 가는 것이다. 일곱, 남은 음식과 용기는 반드시 태워야 한다. 여덟, 소각은 건물의 안뜰 또는 운동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아홉, 이 소각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피해에 대해서는 재소자들이 책임 져야 한다. 열, 우연히 또는 고의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소방대는 투입되지 않는다. 열하나, 마찬가지로 병, 무질서, 폭력 등이 발생한다 해도 재소자들은 외부의 개입을 요청할 수 없다. 열둘, 어떠한 이유에서든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재소자들은 형식적 절차 없이 시체를 마당에 묻어야 한다. 열셋, 환자와 보균자 사이의 접촉은 중앙 현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열넷, 보균자가 갑자기 실명을 할 경우 즉시 환자 병동으로 이동해야 한다. 열다섯, 이상의 규칙은 새로 도착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매일 같은 시간에 낭독될 것이다. 정부와 국가는 모든 사람이 자신의 의무를 이행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상.

안내 방송이 끝난 후 의사가 말한다, 나는 안과 의사입니다,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혹시 당신들 중 어제 안과에 방문한 사람이 있습니까?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한다, 저는 방문했었어요, 결막염에 걸렸는데 지금은 눈이 멀어버렸으니 아무 의미는 없겠지요. 저도 갔었어요, 소년도 대답한다. 의사가 말한다, 혹시 어제 눈이 갑자기 실명했다며 부인과 함께 방문한 분은 안 계십니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대답한다, 접니다. 의사는 말한다, 다른 사람은 없습니까? 우리는 격리되었습니다, 언제 나갈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함께 생활해야 합니다, 서로의 정보를 공유합시다. 도둑도 마지못해 대답한다, 그래요, 나는 길 가다가 눈이 멀었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도둑은 목소리로 서로를 알아보고 말싸움을 한다. 당신이야, 당신이 내 차를 훔쳤어, 당신은 도둑놈이야! 뭐라고? 내가 차 도둑이면 당신은 눈 도둑이야! 앞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 허공에 주먹질을 해대자, 의사는 중재에 나선다, 그만! 이렇게 싸워봤자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상황이 진정된 후 의사 아내는 새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말한다, 우리가 먼저 와서 시설을 미리 둘러봤어요, 한 병동에 병실은 3개가 있고 각 병실마다 침대는 40개씩 있어요, 앞으로 모든 병실이 가득 찰 겁니다. 소년이 갑자기 말한다, 오줌 마려워요. 소년의 말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들도 요의를 느끼기 시작한다. 의사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모두가 화장실 가는 길을 알아두어야 할 필요가 있겠군요, 한 줄로 서서 길을 익혀둡시다, 내 아내가 선두에 설 겁니다.

의사 아내, 소년, 검은 색안경 쓴 여자, 도둑, 의사,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순으로 줄을 선 사람들은 각자 앞 사람 어깨에 손을 올리고 천천히 전진하기 시작했다. 도둑은 앞에 있는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향기에 성적 욕구를 느끼고, 어깨에 올려야 할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만진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몸을 피하려 하지만 도둑의 손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구두를 신은 발로 힘껏 뒤를 걷어찼고, 그녀의 구두 굽이 도둑의 허벅지를 깊숙이 찔렀다. 비명을 지르는 도둑의 목소리에 선두에 있던 의사 아내는 걸음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하러 오는데, 도둑의 허벅지에는 상처가 깊게 나서 피가 철철 흘렀다. 상처 부위를 씻기 위해 의사 아내는 의사와 함께 도둑을 곧장 주방으로 데려갔지만, 수도꼭지에서는 더러운 물이 한참 나왔다. 의사 아내는 급하게 도둑이 입고 있던 옷을 붕대 삼아 지혈을 했다. 도둑은 아무리 눈이 멀었어도 응급처치는 의사가 해야할 일인데 왜 의사의 아내가 하는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었지만, 당장에 어떠한 조치를 취했다는 안도감에 곧 잊어버린다.

화장실에서 차례대로 볼일을 마친 여섯 명은 의사 아내를 선두로 다시 원래의 병실로 돌아온다. 의사 아내는 말한다, 자기 침대를 알기에 가장 좋은 방법은 출입구에서부터 침대 번호를 손으로 세 가면서 붙이는 겁니다, 나와 남편의 침대는 오른쪽 맨 마지막 두개, 19번, 20번째죠. 도둑은 왼쪽 14번째,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왼쪽 16번째,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소년은 왼쪽 19번, 20번째 침대를 차지한다.

다음 날 아침, 의사 아내는 일어나 도둑의 상처를 살피기 위해 다가간다. 도둑의 상처는 한 눈에 봐도 심각한 상태가 되었다. 그 때,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병실에 있던 여섯 명은 모두 잠에서 깨어난다. 의사가 말한다, 우리는 여섯 명입니다, 당신들은 몇 명 입니까? 의사 아내가 덧붙인다, 번호를 부르면서 이름을 말하는 게 낫겠어요. 하나, 나는 경찰관입니다. 둘, 나는 택시 운전을 합니다. 셋, 난 약국 직원입니다. 넷, 나는 호텔 직원이에요. 다섯, 난 회사원이에요. 앞선 세 명은 남자였고, 뒤의 두 명은 여자였다. 그들은 이름은 말하지 않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래 이 상황에서 이름이 무슨 소용이 있겠어, 의사 아내는 그들의 소개방식을 곧장 이해한다. 마지막 여자의 목소리를 들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급하게 말한다, 내 아내입니다, 나야, 어디있어? 마지막 여자는 울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나 여기 있어요. 둘은 서로의 목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며 서로를 찾는다. 이윽고 부둥켜 안으며 눈물을 흘린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는 남편의 옆 자리, 왼쪽 17번째 침대에 자리를 잡는다.

곧이어 몇 명의 사람들이 또 병실로 밀려 들어왔다. 다들 보균자로 분리되어 왼쪽 병동에 격리되어 있던 사람들로, 갑자기 실명하자 환자들이 있는 우병동으로 쫓겨난 것이다. 그 중에는 의사의 안과에서 근무하고 있던 간호사도 있다. 하루 아침에 실명되었다는 사실에 절망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스피커는 식량이 배급되었다며 각 병실의 대표자가 가지러 나오라고 전한다. 의사와 의사 아내는 병실 밖으로 나가, 도둑의 상처를 치료하기 위한 구급약품을 요청하기 위해 군인들이 지키고 있는 철문 쪽으로 다가간다. 군인 한 명은 소리친다, 더 이상 다가오면 총을 발포할 것이다, 돌아가라. 의사는 그들의 비도덕적 행동에 분개하지만, 의사 아내는 의사를 다독인다, 저들도 명령대로 행동하는 거에요, 어쩔 수 없어요, 일단 돌아가요.

도둑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소리친다, 나 좀 도와주시오! 의사 아내는 도둑에게 다가가 살피지만, 상처의 고통과 고열에 시달리는 도둑에게 약 조차 줄 수 없다. 도둑의 침대는 피에 젖어 거멓게 변했고, 그의 다리 역시 손 쓸수 없는 상태로 곪아가고 있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더듬거리며 도둑의 침대로 왔고, 의사 아내의 손에 의해 그의 상처를 만져보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한다, 미안해요, 용서해 주세요, 내 잘못이에요,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 도둑은 대답한다, 됐소, 살다보면 그럴수도 있지, 나도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 했소.

식량은 인원 수보다 한참 모자른 양으로 배급된다. 좌병동에서 우병동으로 이동하는 것은 육안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눈이 멀어가고 있기 때문에 항상 제 인원에 맞지 않는 터무니 없이 부족한 식량에 불만을 갖기 시작한다. 배고픔과 절망감에 절어있는 사람들 사이로, 도둑의 상처는 날이 갈수록 심각해져 썩어가고 있다. 저녁, 의사 아내는 다시 아픈 도둑을 살피러 다가가고, 도둑은 의사 아내를 붙잡고 말한다, 난 당신이 눈이 보인다는 것을 알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똑같이 눈이 멀었어요. 거짓말 하지 마시오, 당신이 눈이 멀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하지만 걱정 마시오, 다른 사람들에겐 말하지 않겠소. 일단 잠을 자도록 해요. 내 말을 못 믿는군, 내가 도둑이라서? 아니에요, 자고 나서 내일 이야기 하도록 해요. 알겠소, 내일까지 살아 있다면 말이오.

새벽, 도둑은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질질 끌면서 병실 밖으로 더듬거리며 나간다. 눈이 먼 다른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았지만, 한 사람, 의사 아내에게 만큼은 들키지 않으려고 조심한다. 도둑은 의사 부부가 자신의 상처를 위해 최선을 다했음을 알고 있지만, 약품이 없는 이상 상처는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현재 상태로는 약품이 있어도 회복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병원 밖 사람들에게 자신의 상처가 매우 심각한 상태임을 직접 보여주면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계속하여 밖으로 나간다. 도둑이 추위와 고통에 몸을 떨면서 간신히 철문 앞까지 왔을 때, 철문 밖 보초는 이상한 기척을 듣고 랜턴과 총을 들고 철문을 살핀다. 갑작스럽게 튀어나온 도둑의 얼굴을 보고 놀란 보초는 그대로 총을 발포하고, 도둑은 즉사한다.

날이 밝은 후, 철문 밖 군인들은 병동 사람들에게 시체를 가지고 가라고 명령한다. 의사는 시체를 묻을 삽이 필요하다고 말하지만, 병원 내부에는 이를 대신할 도구가 없었다. 의사 아내는 밖으로 나가 시체를 묻을 삽을 요청하고, 군인들은 삽을 던져준다. 눈이 보이지 않는 연기를 하는 의사 아내에게 군인들은 삽의 위치를 알려주고, 의사 아내는 삽을 쥐고 나서는 군인들의 말소리에 따르지 않고 곧장 보이는대로 병원 안으로 돌아간다. 우병동 1병실의 남자들이 돌아가면서 땅을 파고, 도둑의 시체를 묻었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죄책감에 눈물을 흘린다.

도둑을 사살한 이후, 식량을 배달하는 군인들은 병실과 가까이 가지 않기 위해 복도 근처에 음식이 담긴 상자를 내려놓고 간다. 문 밖에 나와있던 재소자들을 보고 놀란 군인들은 밖으로 뛰쳐 나왔고, 식량을 향해 몰려드는 눈먼 재소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다. 그 이후부터 군인들은 식량을 현관 앞에 놓을테니, 각 병실의 대표자들이 알아서 분배하라고 명령하며, 총을 발포한 것은 자신들의 책임이 아님을 강조한다. 의사 아내의 도움으로 식량을 배분한 다음, 각 병실에서는 죽은 사람들의 시체를 어떻게 분담하여 묻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각 병실 출신 시체는 해당 병실 사람들이 묻기로 한 규칙이 있기 때문에, 4구의 시체는 의사가 있는 1병실이 맡기로 한다.

불가피한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식량은 계속해서 부족했고, 공평하게 나누기로 했지만 누군가 더 많은 양을 탈취해 간 것이다. 그리고 곧이어 더 큰 사태가 발생한다. 병원 밖에서 실명한 200명의 사람을 한번에 병원 안으로 밀어넣은 것이다. 국방부는 보균자들도 어차피 눈이 곧 멀게 될것이므로 보균자들만 사용하는 좌병동도 개방하라고 명령한다. 좌병동에서는 새로운 입소자들을 그들과 같이 아직 눈이 보이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지만, 눈 먼 사람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싸우기 시작했다. 우병동에서는 새로 온 맹인들을 빈 침대부터 차례대로 받아들였고, 곧 모든 침대가 꽉 찼다. 좌병동에서는 끝까지 싸웠지만, 맹인들이 몰려들자 하나 둘 씩 눈이 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 병원의 모든 사람이 눈 앞이 새하얗게 멀고 말았다. 단 한 사람, 의사 아내를 제외하고는.

우병동 1병실은 눈먼 사람들이 생활을 시작한지 가장 오래 되기도 했지만 다른 병실과는 달리 체계적인 규율이 잡혀있는데, 이 성과에는 의사 아내의 역할이 컸다. 우리가 완전히 인간답게 살 수 없다면, 적어도 완전히 동물처럼 살지는 않도록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다 합시다. 그녀는 이 말을 자주 되풀이 했고, 결과적으로 1병실 사람들은 그녀의 말을 어떠한 격언처럼 믿으며 생활한다. 좌병동의 싸움이 잦아들고 모든 병실의 상황이 수습될 때까지 한쪽 눈에 안대 쓴 노인은 참을성 있게 기다린다. 이후 우병동 1병실로 들어간 그는 물었다, 혹시 여기 남는 침대 있소? 도둑이 고통스러워 하던 침대 한 개만 남아있던 1병실에서, 의사 아내는 안대 쓴 노인을 받아준다. 의사 아내는 남편에게 안대 쓴 노인의 인상착의를 알려준다, 당신 안과에 왔던 환자인 것 같아요. 의사는 안대 쓴 노인과 서로 이야기를 통해 알아본 후, 자신의 안과에 방문했던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음을 알게 된다.

안대 쓴 노인은 라디오를 갖고 있다. 주파수를 맞추다가 노래가 흘러 나온다. 눈이 먼 사람들은 순간 음악 소리에 집중하고, 몇몇은 눈물을 흘린다. 건전지가 언제 떨어질지 몰라 필요한 상황에만 라디오를 켜기로 하고, 의사는 안대 쓴 노인에게 밖의 상황을 묻는다. 소문에 의하면, 4시간 만에 수백명이 백색 질병에 걸렸소, 그 다음날에는 새로 병에 걸린 사람들이 줄었고 정부에서는 통제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소이다, 그러나 속도가 줄었을 뿐 백색 질병에 걸린 사람의 수는 점자 늘어나기 시작했고, 정부에서는 계속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찾아 그들을 격리시켰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묻는다, 교통 상황은 어떻습니까? 교통은 그야말로 혼돈 상태지요, 갑자기 운전수가 눈이 멀어 버스에 타고 있던 40여 명이 죽는 사고가 발생하고, 그 뒤로 사람들은 대중교통을 기피하기 시작했으며, 도로 위에는 운전하다가 갑자기 눈이 먼 사람들이 놓고 간 차와 오토바이 등이 그냥 놓여져 있었소, 갑자기 실명해 넘어진 사람을 도와주다 나도 눈이 멀고 말았지.

바닥에서 자는 사람을 빼고도 240명이나 있는 이 병원에서, 사람들은 병원이 꽉 차서 누군가 새로 들어올 것이라는 불안감은 더이상 갖지 않게 됐지만, 식량 배급과 더불어 기본적인 생활 영위는 포기하게 된다. 눈이 보이는 상황에서의 질서도 제대로 안지켜지기 마련인데, 의사 아내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눈이 먼 상황에서는 오죽하겠는가. 화장실은 악취로 가득했고, 병원 내 공기는 시체 부패 냄새와 각종 더러운 냄새들로 오염되었으며, 복도에는 배설물과 오물이 아무렇게나 놓여있고, 깨끗한 물도 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의 몸에서도 악취를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식량이 배급되는 시간은 계속해서 지켜지지 않고 있고, 그 양 또한 인원수에는 한참 모자르다. 의사 아내는 남편에게 말한다, 더 이상 못 참겠어요, 눈이 보인다고 말을 해야겠어요. 의사는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당신을 제외한 모든 사람은 눈이 멀었어, 이 상황에서 당신이 눈이 보인다는 이유 만으로 당신에게 온갖 일을 시킬거고 또 누군가는 당신을 미워할거야. 의사 아내가 말했다, 하지만 식량을 배급할 감독이 필요해요, 음식을 공평하게 나눠 줄 사람이 필요하다구요. 의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눈이 보이는 걸 말해선 안 돼, 지금 사람들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적인 상태이고, 이 상황에서 당신을 더 힘들게 할 수는 없어.

하루가 더 지나도 의사 아내의 눈은 멀쩡했다. 결국 눈이 보인다는 사실은 알리지 않기로 결정하고, 우병동 1병실에서는 식량 배급에 대한 규칙을 정하기로 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한 명씩 식량을 받아가는 방법이다. 병실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주는 몫은 의사 아내와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맡기로 한다. 그러던 찰나, 식량을 가지러 갔던 사람이 급하게 돌아와서 말한다, 이제 식량을 안 준다고 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요? 군인들이 식량을 주는게 아니라, 맨 마지막에 왔던 눈먼 사람들 중 일부가 식량을 독차지하고 돈을 내고 받아가라고 하던데요. 어떻게 같은 눈먼 사람들끼리 이럴 수가 있나요! 항의하러 갑시다. 각 병실에서 사람들이 나와 철문 밖 군인들에게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이었다.

복도에서는 10명 정도의 한 무리가 음식 상자를 둘러싸고 있다. 그 무리들 중 한명인 눈 먼 깡패가 허공에 총을 발사하면서 소리친다, 이제부터 식량은 우리가 배급하도록 하겠다, 먹고 싶은 사람은 돈을 가져와라, 누구든 항의하면 죽이겠다.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총소리에 잔뜩 공포에 질려있다. 의사 아내가 묻는다, 돈을 어떻게 내죠? 어떻게 음식을 받으러 가야 하는지, 돈은 한번에 내는건지 음식을 받을때마다 내는건지 같은 사항들을 알려줘야 우리도 행동을 하죠. 깡패가 말한다, 각 병실은 두 사람씩 뽑아서 돈이 될만한 귀중품들을 모아서 우리가 있는 좌병동 3병실로 와라, 귀중품을 한번에 내면 우리가 얼만큼 식량을 줘야 할지 판단한 후 음식을 나누어 주겠다, 만약 숨기고 돈을 내지 않는다면 음식을 주지 않겠다, 나중에 배고플 때 다이아몬드를 씹어먹던가, 이제 모두 돌아가라! 깡패는 허공에 총을 한번 쏜 후 의사 아내의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향해 말한다, 그리고 너, 네 목소리는 잊지 않겠어. 의사 아내는 대꾸한다, 나도 네 얼굴을 잊지 않겠어.

우병동 1병실에 돌아온 사람들은 깡패의 말을 병실에 전한다. 안대 쓴 노인이 말한다, 이 일을 누가 맡으면 좋겠소. 나는 의사 선생님이 좋을 것 같아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한다. 의사가 말한다, 한 명이 더 필요합니다. 아무도 자원자가 없으면 내가 하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대답한다. 의사 아내는 챙겨왔던 가방 속 내용물을 비우는데, 가방에서 여타 다른 물건들과 함께 가위가 나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가위를 챙긴 후, 결혼반지와 지폐 몇 장, 가지고 있던 시계 등 값이 나갈만한 물건은 모두 가방에 넣은 뒤, 한 침대씩 오가며 다른 사람들의 귀중품을 가방에 담아낸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낼 것이 없는 소년의 몫까지 같이 내는 것이라고 말하며 팔찌 두 개를 비롯한 가지고 있던 물건을 다 모아서 가방에 담는다. 의사는 아내에게 귀중품을 담은 가방을 넘겨받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함께 좌병동 3병실로 이동한다.

이미 먼저 온 사람들이 식량을 받고 돌아가고 있다. 의사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차례가 되고, 그들은 깡패 무리에게 귀중품을 담은 가방을 넘겨준다. 총을 갖고 있던 깡패 두목은 가방을 받고 귀중품을 확인하면서 옆에 있을 것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에게 말한다, 적어 놔. 의사는 어리둥절 했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은 눈이 보인다는 것일텐데, 그렇다면 이 조직은 총도 있고 눈이 보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인가. 곧이어 점자 타자기를 찍는 소리가 들린다. 의사는 생각을 정정한다, 점자를 활용할 줄 안다는 건 백색 질병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 눈이 정상적으로 먼 장님이겠구나, 이들은 어둠에 익숙한 사람을 데리고 있다. 타자기를 두들겼던 눈먼 회계사의 계산에 따라 우병동 1병실의 가격이 매겨졌고, 음식 상자 3개가 올려졌다. 의사는 손으로 상자 개수를 세어 보고 말한다, 3개로는 부족합니다, 우리가 직접 음식을 받을 때는 4개를 받았었습니다. 순간 의사의 목에는 차가운 총구가 닿는다, 불평할 때마다 상자를 하나씩 빼겠어, 이거라도 가져가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걸 감사해 하라고, 깡패 두목은 말한다. 의사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음식 상자 3개를 나누어 들었다.

의사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에게 말한다, 아까 총이 목에 닿았을 때 그것을 빼앗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난 그러지 못했소. 아닙니다, 의사 선생님이 총을 빼앗았다면 그건 곧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의미일테고, 그럼 우리는 살아 나갈 수 없었을 겁니다. 두 사람이 우병동 1병실로 돌아와 받아온 식량을 내려놓자, 사람들은 전보다 더 적은 양에 불만을 토한다. 의사는 좌병동 3병실에서 있었던 일들을 간략히 말했고, 그의 이야기를 들은 병실 사람들은 불평의 목소리를 줄이며 병실의 대표자로서 의사를 인정한다.

안대 쓴 노인은 점차 희미한 소리를 내는 라디오를 간절히 붙잡고 있다. 주파수를 이리 저리 돌려도 지직 거리는 소리만이 들렸고, 유일하게 뉴스를 전달해주던 방송국에서는 아나운서의 눈이 안보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아무런 바깥 소식을 접할 수 없다. 그리고 찾아온 밤, 모두가 잠들어 있는 밤, 의사 아내는 깨어 있다.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좌병동 3병실의 이야기와 아까 자신의 가방에서 나왔던 가위를 번갈아가며 생각한다. 자리에서 일어나 좌병동 3병실로 간 의사 아내는, 밤바다 보초가 병실 문 앞에서 막대기를 좌우로 흔들며 지키고 있으며, 40개의 침대가 있음에도 20명만이 생활하고 있고, 또 식량을 모두 나누어주지 않고 쌓아놨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하고 돌아온다. 오고 가는 복도에는 침대를 차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널브러져 있다. 눈먼 남자 한명과 눈먼 여자 한명이 사랑을 나누고 있다. 그들은 같이 있다가 눈이 먼 연인일까, 들어와서 기적같이 만난 걸까. 두 남녀는 손에 깍지를 낀 채 잠에 든다. 의사 아내는 잠에 취하면서도 자리를 지키던 보초 남자, 손에 깍지를 낀 두 남녀를 보며 동정심을 느낀다. 나도 차라리 눈이 멀었다면, 이런 광경을 보지 않아도 된다면.

식량 배급에 대한 원망은 날이 갈수록 터져 나온다. 더 이상 낼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 깡패 두목은 금품을 더 낼 것을 요구한다. 정직하게 처음에 모든 귀중품을 낸 병실과, 그렇지 않은 병실에서 각각의 불만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리고 일주일 뒤, 깡패 두목은 각 병실의 대표자들에게 돈이 없으면 여자를 내놓으라는 메세지를 전한다. 좌병동 3병실을 제외한 5개의 병실에서는 이 모욕적인 요구를 들은 즉시 모두 무시하기로 결정한다, 인간의 존엄성이 이렇게까지 짓밟힐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깡패들은 타협하지 않았고, 각 병실에 이 요구가 전해지자 여자들은 즉시 항의한다, 그동안 성적인 제안을 동정심에 허락해 줬더니 우리를 이렇게까지 최악의 상황으로 몰아넣다니! 남자들은, 전혀 그런 것이 아니다, 너무 극적으로 과장하지 말아라, 이야기를 천천히 해보자고 대답한다. 한 여자는 비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 깡패들이 여자가 아니라 남자를 요구했으면 당신들은 어떻게 했겠어요? 한 남자는 대답했다, 여기에 동성애 하는 남자는 없소. 여기에는 창녀도 없어요, 방금 도발적인 질문을 한 여자가 맞받아 친다.

내가 가겠어요, 의사 아내가 말한다. 우병동 1병실에는 여자의 수가 적었다. 총 7명으로 의사 아내,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안과 간호사, 호텔 청소부, 아무도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여자, 불면증에 걸린 여자이다. 다른 병실에 비해 격렬한 대립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의사 아내의 말로 나오던 언성은 한번에 잠잠해졌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다음 말을 이었다, 내 아내는 안 됩니다. 의사가 말한다, 나도 내 아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남성의 자존심으로 내 여자가 그런 수모를 겪게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내가 무엇을 원하는가는 의미가 없지요, 이 결정은 아내가 내린 것이고 따라서 나는 아내의 결정을 막을 권리가 없습니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대답한다, 각자가 생각한 윤리대로 행동하는 것이지요, 그래도 난 내 생각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습니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한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 병실에 여자가 몇 명인지 몰라요, 그러니 아저씨의 아내가 가지 않아도 우리가 먹여 살릴게요, 하지만 그렇게 되고나서 받아 먹는 음식 맛이 어떨지 궁금하네요. 그 다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말을 잇지 못했다. 꽤 오랜 정적이 흐른 후,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말을 꺼낸다, 나도 다른 여자들과 다를 게 없어요, 나도 가겠어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아내의 말을 자르고 나선다, 당신 무슨 소리 하는거야, 내가 하라는 대로 해! 명령하지 말아요, 나도 당신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이 눈이 멀었어요. 저건 추잡한 짓이야! 추잡하기 싫으면 당신은 앞으로 먹지 않으면 되잖아,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의 마지막 말에 그녀의 남편은 입을 열지 못했다.

깡패들의 말이 방아쇠가 되었는지, 좌병동 3병실에 가기 전, 그동안의 성적 욕구를 각 병실에서 암묵적 합의에 따라 해소하는 상황이 일어난다. 좌병동 3병실은 가까운 병실부터 여자를 받기로 했고, 따라서 우병동에서는 그 시간 동안 그들간의 쾌락을 나누고 있었다. 우병동 1병실에서는 7명의 여자와, 소년을 뺀 32명의 남자가 있다. 그 중 정상적인 부부는 둘이고, 무기력한 사람 몇 명을 제외해도 여자의 수는 현저히 적었다. 그동안 1병실의 사람들에게 인간성을 잃지 않게 도와준 의사 아내에게 만큼은, 병실의 남자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를 해소해 달라고 조르지 않았다. 여자들 중 가장 매력적이고 몸매가 좋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여러 남자들의 욕구를 해소시켜 줬는데, 아무리 애원해도 해주지 않은 남자가 있는가 하면, 그녀가 자발적으로 안대 쓴 노인의 침대로 간 적도 있었다.

이처럼 말로는 설명하지 않는 것이 최선인 일들이 있다. 의사 아내에게도 그런 일이 일어났다. 그녀가 침대에서 나와 소년의 흘러내린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을 때, 의사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침대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한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의사를 저항없이 받아줬고, 둘은 쾌락을 느낀다. 의사는 말한다, 용서해 주시오, 나도 무슨 생각을 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좁은 침대에 둘이서 누워있던 의사는 아내 생각이 났다, 아내가 자고 있을까? 일어나 자기 침대로 돌아가려 한 순간, 가슴에 아내의 손이 닿았다. 의사 아내는 조용히 말한다, 일어나지 말아요, 당신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편이 오히려 내가 이해하기가 더 쉬울 거예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울기 시작했다, 정말 우리는 불행한 사람들이에요, 나도 원했어요, 의사 선생님의 탓이 아니에요. 조용히 해요, 의사 아내가 말한다, 모두 조용히 있기로 해요, 말이 도움이 안 되는 때가 있는 거예요. 의사 아내는 두 사람을 끌어안았다. 그녀는 가운에 남편을 두고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나는 눈이 보여.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놀라지 않았다, 나도 알았어요, 하지만 확신은 없었어요. 이건 비밀이야, 아무한테도 말 하지 마, 난 아가씨를 믿어. 오, 믿어주세요, 사모님을 배반하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겠어요, 절대 말하지 않을게요. 두 여자의 심오하고 조용한 대화는 한동안 이어졌다. 의사 아내는 손으로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뺨을 쓰다듬었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의사 아내의 손을 입술에 가져가 흐느꼈다. 의사 아내는 남편이 있지만,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이제 혼자 있어야 했다. 위로 받아야 할 사람은 그녀였다.

다음 날 식사 시간 즈음, 좌병동 3병실에서 온 남자 3명이 우병동 1병실에 나타난다, 여기는 여자가 몇 명이야. 의사 아내는 대답한다, 여섯 명이에요. 힘이 없는 불면증 걸린 여자를 빼주고자 선의에 한 말이었다. 그러나 불면증 걸린 여자는 의사 아내의 말을 정정했다, 일곱 명 있어요. 여기는 여자 수가 적으니 열심히 일해야 할거야, 여자 하나에 남자 셋이면 해결이겠군, 준비가 되면 우리가 있는 곳으로 와, 내일도 식사를 하고 남자들에게 젖을 물리고 싶다면 말이야, 남자 셋은 천박하게 폭소했다. 이윽고 덧붙인다, 혹시 생리 하는 여자가 있으면 그 여잔 필요 없어. 의사 아내가 대꾸한다, 생리 하는 여자는 없어요. 우병동 1병실의 여자들은 의사 아내를 선두로, 검은 색안경 쓴 여자, 호텔 청소부, 안과 간호사,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아무도 누구인지 모르는 여자, 불면증 걸린 여자 순으로 줄을 서서 좌병동 3병실을 향해 걸어간다.

좌병동 3병실 입구에 다다르자, 안에 있던 눈먼 남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외설적인 말을 내뱉는다. 깡패 두목은 말한다, 다들 비켜, 내가 먼저 고르는거야. 그는 총을 주머니에 집어넣고 여자 한 명씩 차례대로 등, 배, 엉덩이, 가슴, 다리 사이를 만져보고는 큰소리로 병실 남자들에게 말한다, 얘들아, 이번 암말들은 아주 좋은데! 깡패 두목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를 만져보고는 휘파람을 분다, 이거 대단한데, 이제껏 이런 암말은 없었어. 다음으로 의사 아내에게 옮겨가고 다시 휘파람을 분다, 이건 잘 익은 쪽인데, 대단한 여자가 되겠군. 그는 두 여자를 자기 쪽으로 끌어당기고 다른 남자들에게 말한다, 이 둘은 내 거야.

좌병동 3병실에 주먹질하는 소리, 뺨 때리는 소리, 여자들의 비명소리, 명령하는 소리,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 찼다. 깡패 두목은 의사 아내를 잡고 명령한다. 의사 아내는 말한다, 내가 당신 그것을 물어뜯어 버릴지도 모르는데 겁나지 않나요? 깡패 두목은 대꾸한다, 그럼 네 목을 졸라서 죽여버릴거야, 근데 목소리가 어디서 들어본 것 같은데. 난 당신 얼굴이 기억날 것 같은데, 의사 아내가 대답한다. 깡패 두목이 말했다, 눈이 멀었는데 얼굴을 어떻게 기억한다는 거야?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그런 목소리를 가질 수 있는 얼굴은 하나밖에 없으니까.

깡패들은 여자들을 새벽이 밝아올 때가 되서야 돌려보낸다. 너희들의 형편없는 남자들한테 와서 먹을 걸 가져가라고 전해, 깡패 두목이 말한다, 또 만나 아가씨들, 다음 만남을 대비해 잘 가꾸고 있으라고. 우병동 1병실의 7명의 여자들은 줄지어 돌아간다. 복도를 지날 때, 불면증 걸린 여자가 쓰러졌다. 그녀의 심장이 멈춘 것이다. 의사 아내는 그녀의 죽은 몸을 들어올렸다, 병실로 데려갔다가 나중에 묻어줍시다.

우병동 1병실로 돌아온 여자들, 의사 아내는 불면증 걸린 여자의 시체를 그녀의 침대에 놓았다, 죽었어요. 의사가 물었다, 어떻게 된거야? 여자들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가서 먹을 것을 가져와요, 의사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의사와 안대 쓴 노인이 음식을 가지러 병실을 나간다. 의사 아내는 식당으로 가서 널브러져 있는 비닐봉투에 물을 담아서 병실로 돌아왔다. 6명의 여자들은 의사 아내가 가져온 물로 말없이 불면증 걸린 여자의 시체를 꼼꼼히 닦아주고, 남은 물로 자신들의 몸을 닦았다.

나흘째 되는 날, 깡패들이 다시 나타났다. 우병동 2병실의 차례를 알리러 왔다가, 1병실에 들러 여자들에게 물었다, 이제 몸이 다 회복 되었겠지? 아주 멋진 밤이었어, 여기 일곱 명은 열 네명의 가치가 있지, 물론 하나는 그저 그랬지만, 여기 남자들은 아주 운이 좋은 놈들이야. 의사 아내가 말한다, 이제 일곱이 아니야. 깡패들이 말한다, 그새 하나를 내빼기라도 했나? 한 명은 죽었어. 젠장, 그럼 남은 여자들이 그 여자 몫만큼 더 열심히 일해야 할거야. 그럴 필요는 없어, 죽은 여자가 너네가 말한 바로 그저 그런 여자니까. 의사 아내의 말에 깡패들은 당황하여 대답하지 못한다. 그들이 저지른 비인간적 행동은 생각하지 못했는지, 의사 아내의 말이 굉장히 추잡하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별 말을 대꾸하지 못하고 2병실로 이동한다. 곧이어 깡패들이 2병실의 여자들에게 저녁에 준비하고 오라고 한 말이 희미하게 들린다.

잠시 후, 2병실 여자들 15명이 복도에 줄지어 나타났다. 의사 아내는 소리 없이 가위를 집어들고, 울면서 줄지어 가는 2병실 여자들의 맨 끝에 따라 붙었다. 좌병동 3병실에 도착하자, 전과 같은 끔찍한 광경이 시작된다. 눈먼 남자들은 여자들이 15명이 아니라 16명임을 알아채지 못했고, 의사 아내는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곧장 깡패 두목의 자리로 직진한다. 깡패 두목은 바지를 내리고 서서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었고, 의사 아내는 깡패 두목의 뒤로 돌아가 그의 목을 겨누고 가위를 약간 벌린 채 그대로 힘을 다해 내리꽂는다. 깡패 두목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고, 그의 다리 앞에 앉아 있던 눈먼 여자의 악에 찬 비명에 남자들은 이상함을 느끼고 비명이 난 쪽으로 돌아본다. 의사 아내는 깡패 두목 앞에 앉아 있던 눈먼 여자의 입을 막으며 귀에 속삭인다, 조용히 해요,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이상함에 정상적인 장님인 눈먼 회계사가 다가와서 깡패 두목의 몸을 쓸어보고는 말했다, 죽었어, 목에 커다랗게 벤 자국이 있어, 여자들이 죽인거야. 눈먼 회계사는 깡패 두목의 주머니를 뒤져 총과 탄창을 손에 쥐었다. 여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 했고, 남자들은 여자들이 부딪히자 공격하는 것이라고 착각하고 몸싸움을 벌이기 시작한다. 눈먼 회계사가 총을 허공에 쏘며 싸움을 멈추고 상황을 파악해보자고 소리치자, 사람들은 잠시 동작을 멈춘다. 의사 아내는 그때 행동한다. 자신이 입을 막았던 눈먼 여자를 병실 문 밖으로 내보내고, 곧 다른 여자들에게 말한다, 어서 갑시다. 저 년을 잡아! 눈먼 회계사가 소리치자 남자들은 그제서야 움직였지만, 이미 의사 아내와 2병실 여자들은 문 밖으로 나와 우병동을 향해 도망치고 있었다.

의사 아내는 마지막으로 나가면서 좌병동 3병실의 남자들을 향해 소리친다, 며칠 전 난 저놈의 얼굴을 절대 잊지 않겠다고 했어, 그리고 저놈은 시체가 됐어, 난 너희 얼굴도 잊지 않겠다. 눈먼 회계사는 소리쳤다, 저 년의 목소리를 기억해, 저 년은 우병동 1병실 여자야, 앞으로 너희는 음식 구경도 못할 줄 알아! 의사 아내는 대꾸한다, 앞으로 음식은 우리가 직접 받아가겠어, 너희는 방에 쌓인 썩은 음식들이나 처먹어! 눈먼 회계사는 목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총을 쐈지만 당연하게도 빗맞았다. 맞히지도 못하는 주제에, 의사 아내는 덧붙였다, 앞으로 그 총알이 바닥나면 두목이 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할 거야.

의사 아내는 복도로 나오자 마자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 앉았다. 난 사람을 죽였어, 죽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실제로 행동에 옮겼어, 나는 살인자야. 눈물이 흐른다. 의사 아내는 잠시 앉아서 질문을 던진다, 살인이 다시 필요할거야, 그리고 난 또 살인을 하겠지, 언제가 될까. 그리고 답한다, 아직 살아 있는 것이 이미 죽은 것이 될 때. 그녀는 몸을 일으켜 우병동 1병실, 남편의 옆자리, 자신의 침대로 돌아간다. 의사 아내는 남편을 끌어 안으면서 말한다, 나 여기 있어요. 의사는 묻는다, 어떻게 된거야? 사람이 죽었다고 하던데.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그래요, 내가 죽였어요, 누군가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그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으니까요. 의사가 묻는다, 그럼 이제 우리는 어떻게 되는거야?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앞으로 군인들이 가져오는 식량을 우리가 직접 받으러 가면 되요, 당분간 저들은 가위에 찔릴까봐 무서워서 밖으로 나오지 않을 거에요.

그러나 사흘이 지나도 군인들은 음식이 담긴 상자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좌병동 3병실에서도 잠잠했기 때문에, 다른 병실 사람들은 모두 대책이 필요함을 느꼈다. 의사와 의사 아내, 안대 쓴 노인을 비롯하여 나머지 4개의 병실에서도 몇 명의 대표자들이 나와 복도에 원을 그려 앉아 회의를 한다. 남자 하나가 말한다, 그냥 그 여자가 저 깡패 두목을 죽이지 않았다면 여자들이 한 달에 두 번정도 가서 음식을 받아왔다면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을텐데, 그 여자를 찾아서 넘겨주면 음식을 주지 않겠소? 그 말에 누구는 공감을 하며 웃었고, 누구는 가만히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의사 아내도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그놈을 죽이지 않았으면 이런 상황이 오지 않았을텐데. 여러 감정에 복받쳐 그 살인자가 저에요, 라고 말하기 직전, 안대 쓴 노인이 의사 아내의 팔을 붙잡아 말을 삼키게 했다. 더이상 그렇게 말하는 사람 누구든 내 손으로 죽여버리겠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옥에서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가장 밑바닥 감정, 수치심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지켜준 용감한 한 사람이 있었기에 우리가 최소한의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것이오. 그럼 이제 어쩌자는 겁니까, 다른 남자가 대꾸했다. 안대 쓴 노인이 말을 받았다, 우린 그동안 여자들 뒤에 숨어 그들을 보내 배를 채웠으니, 이제는 남자들이 가서 음식을 직접 가져옵시다. 그들에겐 총이 있지 않습니까, 죽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보다 작은 일에도 목숨을 걸었소, 안대 쓴 노인이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남자는 말한다, 난 남들 배 불려주기 위해 내 목숨을 내놓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럼 당신은 누군가 목숨을 걸고 가져온 음식을 먹지 않고 굶어 죽을 수 있소? 안대 쓴 노인의 가시박힌 말에 상대는 더이상 대답하지 못한다.

가만히 듣고 있던 한 여자, 의사 아내가 구해준 2병실의 그 눈먼 여자가 우병동 쪽에서 나타난다. 의사 아내는 그녀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생각한다, 당신은 내 목소리를 잊을 수 없겠죠, 내 목소리를 듣고 당신이 나를 살인자라고 고발해줘요, 그러면 기꺼이 가겠어요. 의사 아내는 곧이어 큰 목소리로 말한다, 여자들도 갈 거예요, 우리는 그들이 우리를 모욕한 곳으로 돌아가 우리 자신에게서 모욕의 흔적을 없앨 거에요. 마침내 그 눈먼 여자가 대답한다,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가겠어요. 의사 아내는 그녀의 미소를 바라본다.

대표자들은 다음 날에도 식량이 오지 않으면 그 때 깡패들의 방으로 처들어가자는 합의를 내리고 각자의 병실로 돌아간다. 천장의 스피커에서는 늘 같은 시각에 낭독되던 15가지의 규칙이 흘러나온다. 마지막 말이 끝맺기 직전,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서 전등이 꺼지고 스피커의 말이 끊어졌다. 의사 아내는 남편에게 말한다, 항상 켜놓던 모든 불이 나갔어요, 밖에 무슨 문제가 있는게 분명해요.

다음 날, 오후가 지나도 군인들은 식량을 주지 않았다. 안대 쓴 노인이 말했다, 식량은 오지 않았소, 우리가 먹을 것을 가지러 갑시다. 의사는 참가할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지만, 눈먼 사람들이 손을 들어도 셀 수 있는 사람이 없으니, 웃으면서 정정한다, 참가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빠지시오. 총 17명의 사람이 남았다. 의사 아내, 검은 색안경 쓴 여자,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가겠어요’라고 말한 눈먼 여자를 제외하고는 모두 남자였다.

밤이 찾아오자, 안대 쓴 노인의 지휘를 필두로 17명은 대열을 갖춰 좌병동 3병실로 향했다. 무기로 손에 쥔 것은 침대에서 뽑은 막대기가 전부였지만, 그들은 비장한 표정으로 살금살금 전진한다. 좌병동 3병실의 문은 침대로 바리게이트를 쌓여 막혀 있었고, 의사 아내의 정보에 그들은 조심히 움직였다. 한 순간, 문 밖의 눈먼 사람들은 침대 바리게이트로 돌진하며 밀었고, 문 안의 깡패 남자들도 침대를 밀면서 방어했다. 그들의 함성 소리를 비명으로 바뀌게 한 것은 눈먼 회계사의 3발의 총성이었다.

문 밖 사람들은 퇴각했다. 의사 아내는 바닥에 부상자가 둘이 쓰러져 있다고 말한다. 의사는 대답한다, 가서 데려와야 해. 안대 쓴 노인은 저지한다, 너무 위험하오, 하지만.. 나는 갈 각오가 되어있소. 의사 아내도 덧붙였다, 나도 가겠어요, 기어가면 위험이 덜 할 거에요. 나도 갈게요, 며칠 전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가겠어요’라고 말했던 여자가 이어서 자원했다. 여자 둘, 남자 둘, 그렇게 네 명은 기어서 쓰러진 사람들에게로 기어갔다. 의사 아내는 그들이 이미 죽었음을, 그리고 자신들이 기어가던 바닥의 웅덩이가 전부 피였음을 깨달았다. 시신 2구를 붙잡은 네 명은 마지막 남은 힘을 짜내면서 총에 맞아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를 이겨내고 무사히 돌아온다.

의사 아내는 죽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누가 죽었는지 모두에게 알렸다. 어떻게 그들인지 알았냐고 묻지 마세요, 나는 눈이 보여요, 의사 아내가 말한다. 그녀의 말에 사람들은 그간 그녀의 신출귀몰한 움직임에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는 기색 없이 순순히 인정했다. 만약 다른 상황에 그녀가 그 사실을 밝혔다면 실내는 아수라장이 되었겠지만, 지금은 모두 죽으면 눈이 멀게 된다는 사실을 겪는 중이기 때문이었다. 안대 쓴 노인이 다음 말을 이었다, 우선 병실로 돌아갑시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 봅시다.

한 시간 쯤 흐른 뒤,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가겠어요’라고 말했던 여자, 우병동 2병실의 눈먼 여자는 자기 침대로 돌아와 짐을 뒤졌다. 아까 난장판에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여기 라이터가 남아 있을거야. 곧이어 라이터를 찾아 손에 쥔 눈먼 여자는 그것을 숨기고 조심히 문 밖으로 나간다. 달이 비치고 있는 밤이었다. 그녀의 목적지는 좌병동 3병실. 침대 바리케이트 뒤편에서 승리를 자축하는 19명의 남자들에게 불길을 안겨주기 위해 조심히 침대 시트에 라이터를 가져가 댄다. 몇번의 시도 끝에 시트에 불이 붙었고, 놀란 남자들은 가지고 있던 얼마 안 되는 물을 뿌리지만, 불길은 이미 이곳 저곳으로 옮겨붙는다. 라이터를 손에 쥔 여자는 그렇게 불길 속에서 눈을 감는다.

갑작스러운 화재에 놀란 사람들은 서로에게 엉키며 문 밖으로 급하게 탈출한다. 그 눈 보이는 여자는 어디있는거야, 우리가 어디로 가야할지 안내해 줄 사람이 그 여자밖에 없어! 전 여기 있어요, 소년을 데리고 나오는 중이에요, 다들 비켜주세요, 제가 철문 밖 군인들에게 말해볼게요. 의사 아내는 한 손에는 소년의, 다른 한 손에는 남편 의사의 손을 잡고 있고, 그녀의 뒤에는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안대 쓴 노인,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따라 나온다. 의사 아내는 그녀의 일행을 데리고 철문의 틈으로 나가 군인들이 있을 곳을 향해 외친다. 쏘지 말아요, 우리를 내보내 주세요! 돌아오는 대답은 침묵이었다. 군인들이 모두 사라진 것이다. 의사 아내는 뒤를 돌아 240여 명의 사람들에게 외쳤다, 우리는 자유에요!

자유를 얻었지만, 정신병원에 있던 240여 명의 사람들은 갈 곳을 잃었다. 눈이 보이지 않는데 자유를 얻었다 한들, 어디로 가야 한다는 말인가. 사람들은 각자의 일행들을 붙잡고 움직이거나, 불타고 있는 건물에 깔려 죽거나, 추위와 배고픔에 떨며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다. 의사 아내와 그녀의 일행들은 조금이라도 불길이 남아있는 건물 옆에서 밤을 새기로 결정한다, 우리에게 지금 가장 급한 건 음식이에요, 밤에는 음식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여기서 기다렸다가 날이 밝으면 움직이는게 나을것 같아요. 의사가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알겠어? 어쨌든 집에서는 아주 멀어요. 의사의 물음에 소년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집 주소를 말했다. 소년은 집주소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기엔 나이가 너무 어렸기 때문이다. 정신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집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이었고, 그들은 가까운 순서대로 각자의 집에 한 번씩 들르기로 결정했다.

잠을 청하기엔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정신병원 앞에서 쓰러져 있던 사람들은 거센 빗줄기를 그대로 맞으며 몸이 얼어갔다. 의사 아내는 더이상 기다리다가는 굶어죽기 전에 저체온증으로 죽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일행을 이끌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의사 아내를 선두로,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안대 쓴 노인, 소년,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의사 순으로 손에 손을 잡고 걸었다. 안대 쓴 노인이 처음에 했던 말보다 밖의 상황은 심각해져 있었다. 모든 사람의 눈이 먼 것이다. 그야말로 눈먼 자들의 도시였다. 오직 의사 아내, 그녀 한 사람만을 제외한 모든 사람이 백색 질병에 걸려 앞이 하얗게 멀어버린 것이다. 사람들은 건물의 외벽을 따라 더듬으며 움직였고, 일행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손을 잡고 이동했다. 잡고 있던 손을 놓쳐 일행을 잃어버리고 떠도는 사람들도 역시 많았다. 집이 주는 따뜻한 생활공간이라는 의미는 사라졌고, 각자 음식을 찾기 위해 더듬거리며 이 집 저 집을 오가고 있었다. 길바닥에는 아무데서나 급한 용무를 해결한 사람들의 배설물이 비를 맞고 물렁해져 사방으로 퍼져있고, 공기는 오염되었다. 눈먼 사람들은 성별과 나이, 결혼 여부를 따지지 않고 그저 음식에 대한 갈망과 본능에 의해서만 행동하고 말했다. 정신병원에서 자유를 얻고 나왔지만 바깥세상도 정신병원 속이었다.

의사 아내는 현재 상황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가전제품이 가득한, 비어있는 가게를 찾아낸다. 그녀는 눈먼 일행을 그 곳에 두고 혼자 먹을 것을 찾아나선다, 여기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내가 먹을 것을 찾아볼게요, 혹시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하면 이미 사람이 있다고 하면 그들은 떠날거에요, 그게 지금 관습이래요, 절대 어디 가면 안 돼요. 의사 아내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오고 가면서 거리 이름과 가게 이름을 기억하기로 한다. 눈먼 사람들이 더듬거리며 냄새로 음식을 찾는동안, 의사 아내는 보이는 눈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마침내 큰 슈퍼마켓을 찾았지만, 그 안의 상황도 다른 곳과 다르지 않았다. 이미 음식들은 모두 사라지고 빈 껍질만이 무수히 나뒹굴었다. 의사 아내는 생각했다, 이렇게 큰 마트인데 분명 창고같은 공간이 따로 있을거야, 그곳엔 보관이 용이한 음식들이 많을지도 몰라. 마트를 수색하던 의사 아내는 마침내 어두운 복도 끝 화물 엘레베이터 옆에 있는 작은 철문을 발견한다. 지하실이야, 그녀는 문을 열었고, 순간 음식 냄새가 느껴졌다. 음식을 챙길 큰 봉투 몇 개를 급하게 찾아 손에 쥔 의사 아내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져 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지하실로 내려가는 길에는 계단이 있었다. 의사 아내는 음식 냄새를 맡고 달려들 눈먼 사람들에게서 안전하게 음식을 확보하기 위해 들어온 지하실 문을 닫고, 감각에 의존한 채 조심히 계단 아내로 내려갔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수만가지의 생각을 하며 절망과 희망 사이를 오갔다. 눈이 멀면 이런 느낌이겠지, 혹시 내가 지금 내려가고 있는 곳이 음식이 있는 창고가 아니라 주차장이라면? 만일 음식을 찾았다고 해도 남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몰라, 아니야, 오면서 확실히 길을 외웠으니 문제될 건 없어, 혹시 밖으로 나갔는데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면? 그런 생각이 그녀를 절망감으로 몰아넣고 있는 찰나, 그녀의 손에 차가운 금속이 닿았다. 손으로 더듬거린 후 그녀는 이 금속이 선반이고, 그 위에는 다양하고 많은 물건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음식처럼 만져지는 것들은 일단 봉투에 쓸어담던 중, 그녀의 손에 성냥갑 하나가 만져졌다. 빛이야, 이제 나도 볼 수 있어, 오 신이여 감사합니다. 성냥으로 작은 빛을 만든 의사 아내의 눈 앞에는 소시지가 걸려 있었다. 생각보다 행동이 앞섰다. 그녀는 소시지를 먹고나서 통조림과 같은 식량을 봉투에 가득 채운 뒤, 다시 지하실 문으로 올라갔다.

지하실의 존재를 알려야 할까? 그럼 반드시 눈먼 사람들이 몰려들테고, 지하로 향하는 계단에서 그들은 서로에게 짓밟혀 죽겠지, 그래, 나중에 음식이 다 떨어졌을 때 다시 와야겠어. 의사 아내는 지하실 문을 닫고 음식 봉투를 든 채 눈먼 사람들 사이를 조심히 빠져나간다. 몸에서 소시지 냄새가 풍긴다. 아뿔싸! 눈먼 사람들은 후각이 예민하다. 곧 움직이는 소시지를 향해 눈먼 사람들이 달려들기 시작했다. 의사 아내는 사람들을 밀치며 겨우 슈퍼마켓 밖으로 나왔다. 비가 내리고 있었다, 다행이야, 냄새는 씻겨 나가겠어. 비가 내리자 눈먼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빗물을 받아먹는다. 그들 중 생각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 양동이를 갖고 나와 빗물을 받았다. 의사 아내는 천천히 걸었고, 그녀에게 길거리에 떠도는 개들이 따라붙기 시작했다. 그녀는 봉투들을 힘겹게 들고 걷는다. 그리고 곧 길을 잃었음을 깨달았다.

길을 잃었어, 의사 아내는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그녀 곁에 가까이 다가온 개들 중 한 마리가 그녀의 얼굴을 핥았다. 그녀는 개를 끌어안고 남은 눈물을 마저 흘렸다. 한참을 울다가 그녀가 고개를 들었을 때, 눈 앞에 커다란 지도가 보였다. 관광객을 위한 지도였다. 오, 감사합니다. 다시 봉투를 들고 그녀는 지도를 확인했다. 다행히 돌아갈 목적지에서 크게 벗어난 위치는 아니었다. 길을 눈 속에 저장한 뒤, 그녀는 목적지를 향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뒤에는 눈물을 핥아주었던 개가 따라온다.

먹을 걸 가져왔어요, 의사 아내는 말했다. 가장 먼저 소년이 눈을 떴다. 음식을 앞에 둔 사람들에게 의사는 말했다, 최대한 천천히 조금씩 씹어먹어야 해요, 갑자기 한번에 음식이 들어오면 해로울 수 있어요. 눈물을 핥아주는 개도 자기 몫을 받았다. 다른 사람들이 가게 문을 흔들 때마다 짖어서 쫓아내는 것으로 음식에 대한 보답을 했다. 의사 아내는 일행들에게 음식을 가져오면서 일어났던 일들을 말해준다, 나올 때 집 문을 잠그고 열쇠를 갖고 있지 않다면 각자의 집에 돌아가도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거에요. 의사가 말을 받았다, 우리 집 열쇠는 내가 갖고 있어, 나올 때 문도 잠갔지, 문이 부서지지 않고 멀쩡하다면 우리 집은 괜찮을거야.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말한다, 나는 눈이 멀었을 때 집에 부모님이 계셨어요, 그 이후에 부모님이 어떻게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부모님이 걱정 돼요. 안대 쓴 노인도 말한다, 눈이 멀었을 때 집에 있었소, 열쇠를 챙길 겨를은 없었다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도 말했다, 나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눈이 멀었을 때 놀라서 뛰쳐나왔기 때문에 열쇠는 없어요. 의사 아내는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손을 잡으며 말한다, 아가씨 집 부터 가기로 해요, 그 전에 우리는 휴식을 좀 취할 필요가 있겠군요. 두 부부는 각자의 몸의 온기에 기댔고,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안대 쓴 노인의 어깨를 감쌌다. 소년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무릎에서 잠이 들었다.

그들은 누더기가 된, 과거에는 옷이라고 불렸던 천 쪼가리를 간신히 걸치고 있었다. 의사 아내의 도움으로 옷과 신발을 갖춰 입은 그들은, 잠시 쉬어갔던 가게를 나와 남은 음식 봉투를 들고 줄지어 걸어간다. 그리고 그 뒤를 눈물을 핥아주는 개가 따른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은 꽤나 근처였다. 의사 아내가 물었다, 집 주소가 뭐야? 7 번지요, 우리 아파트는 2층 왼쪽이에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했다. 우리 둘이 올라갔다 와 볼게요, 다른 분들은 여기서 기다려주세요, 의사 아내와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계단을 올라갔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문을 두들겼다, 어머니, 아버지! 안에서는 대답이 없었다. 아무도 없군요, 그녀는 문에 기대어 눈물을 흘렸다. 의사 아내는 그녀를 위로해 주고 싶었지만 별다른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이웃에게 물어봐요, 혹시 이웃이 있다면 말이에요.

두 여자는 2층의 이웃 집에서 침묵만을 얻고 1층으로 내려갔다. 기대감 없는 노크로 문을 두들겼다. 잠시 후 안에서 목소리가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누구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했다, 저예요, 2층에 사는 사람이에요, 부모님을 찾고 있는데 혹시 어디로 가셨는지 아세요? 문이 열리고 안에서 구역질 나는 냄새와 무언가 부패하는 냄새를 풍기며 노파가 나왔다, 네 부모는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 사람들이 널 데려간 다음 날 네 부모도 데리러 왔었지, 그 때까진 나도 눈이 보였는데. 의사 아내가 물었다, 혼자 지금까지 어떻게 사셨나요? 음식은 어떻게 해결하셨어요? 노파는 다른 목소리에 깜짝 놀랬지만 불신의 표정을 보내며 답했다, 이 아파트의 음식을 긁어 모았지, 그리고 지금은 뒤뜰에서 양배추를 뜯어먹고, 토끼와 닭을 잡아먹고 있다우, 날고기도 먹다 보면 익숙해지더군. 노파는 냄새 나는 집으로 들어가며 검은 색안경 쓴 여자를 향해 말했다, 네 아파트로 가고 싶으면 가려무나, 앞문이 잠겨 있을테니, 여기 뒤뜰에 있는 계단으로 올라가서 뒷문으로 들어가는 방법밖엔 없지, 대신 내 집을 통과해야 하니 음식을 좀 나눠 줘.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에 두 여자가 들어갔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비록 집에 부모님도 없고 음식도 없지만, 자신이 지냈던 익숙한 공간에 돌아왔다는 사실에 눈물을 터뜨린다. 의사 아내는 그녀에게 말한다, 울지 마. 지금 상황에서 울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의사 아내는 창문 밖에서 아래쪽에 잘 기다리고 있는 일행들을 내려다 본다. 열쇠는 자물쇠에 꽂혀 있었어요, 부모님이 나가실 때 챙기지 못한거예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했다. 끔찍한 냄새가 나는 노파의 집을 거치지 않고 일행을 집으로 데려올 수 있게 되었음에 안도한 의사 아내는 말한다, 내가 데리고 올게.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에 일행들이 모두 들어왔고,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의사 아내는 노파에게 보답을 하러 음식을 일정량 챙겨 1층으로 내려갔다. 노파는 투털대면서 음식을 받고는, 고마워, 라고 짧게 말했다. 두 여자는 놀라며 다시 2층으로 돌아왔다. 날고기를 잡아 먹고 피가 달라붙은 집에서 유령의 모습으로 살고 있는 노파에게도 고맙다고 느낄 수 있는 감정이 남아있다니. 우리도 1층의 할머니처럼 되고 말 거에요, 사모님 덕분에 우리가 지금까지 살아 있는 거지만, 우리는 눈이 멀었기 때문에 이미 죽은거나 다름 없어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했다. 의사 아내가 말을 받는다, 아직 우리는 살아있어, 내일 눈이 멀더라도 오늘은 오늘이야, 내가 책임져야 해. 사모님이 왜 책임을 져야 하나요? 다른 사람들은 모두 눈이 멀었는데 나만 눈이 멀지 않았다는 데서 오는 책임감, 사람들을 도와야 해.

다음 날, 그들은 앞으로의 대책을 논의한다. 의사 아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바에 의하면 모든 사람이 눈이 먼 것이 확실해요, 공급되는 물도, 전기도, 음식도 없어요, 사람들은 음식을 찾아 움직이고 있을 뿐이에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말했다, 그렇게 돌아 다니는 사람들도 무리의 지도자가 있지 않겠습니까? 검은 색안경 쓴 여자도 말했다, 사모님은 눈이 멀지 않았잖아요, 사모님이 우리에게 명령을 내리고 우리를 조직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에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나는 명령을 하지 않아요, 그저 최선을 다해 도울 뿐이죠. 안대 쓴 노인이 말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지도자지, 눈이 먼 왕국에서는 눈이 보이는 사람이 왕이니까. 의사 아내가 말했다, 그렇다면 내 눈이 보일 때까지 내 안내를 받도록 하세요, 내가 제안하는 것은 각자의 집으로 가서 흩어지지 말고, 계속 함께 사는 거에요.

그럼 우리 집에 계속 살면 되겠네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끼어들었다.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우리 집이 더 커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말했다, 하지만 그 곳에 사람이 이미 들어가 있으면 소용이 없잖아요. 그럼 다시 여기로 돌아오면 되요, 열쇠가 있으니까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안대 쓴 노인이 말했다, 내가 살던 집은 작고 나는 가족도 없으니 우리 집은 가보지 않아도 될 것 같소, 그리고 만약 내가 짐이 되거든 말해주시오, 코끼리가 무덤을 찾아 떠나듯이 나도 물어나리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꾸했다, 아저씨는 코끼리가 아니에요.

그들은 차례대로 몸에 천을 엮어 묶어 서로가 떨어지지 않게 했다. 의사 아내와 그녀의 일행, 그리고 눈물을 핥아주던 개가 떠나는 소리를 듣자, 노파는 떠난다고, 라는 말만 중얼거리며 그들이 사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방향을 응시하고 있다. 노파의 두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이렇게 살아가는 의미가 무엇이 있겠는가.

길에는 개 떼 들과 까마귀 떼가 뭉쳐 있었다. 그 무리의 중심에는 죽어서 살점이 뜯기고 있는 다른 개가 놓여져 있다. 의사 아내는 그 광경을 보고는 멈추었다, 더이상은.. 내가 갈 수 있는 곳은 여기까지야, 여기서 죽고 싶어. 그녀의 일행이 다가와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의사 아내는 한참 후 입을 열었다, 참을 수 없었어요, 미안해요, 개들이 죽은 개를 먹고 있었거든요. 소년이 물었다, 우리 개를 먹고 있나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아냐, 우리 개는 멀쩡해, 이제 다시 갑시다. 한참을 걷다 뒤를 돌아본 의사 아내는 불어난 개 떼를 보고 토했다.

날이 저물 때 쯤, 그들은 의사와 의사 아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 앞에 도착했다. 의사가 물었다, 우리 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곧 알게 되겠죠,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그들은 5층에 있는 의사와 의사 아내의 집을 향해 천천히 걸어 올라갔다. 문 앞에 도착하고, 의사는 아내에게 열쇠를 내밀었다. 의사 아내는 그의 손을 열쇠 구멍으로 인도했다.

의사의 집은 침입의 흔적 없이 먼지만이 내려앉은, 잘 정돈된 상태 그대로였다. 보통 때였다면 환기를 해야 해, 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그 눅눅한 집 냄새가 바깥보다 훨씬 깨끗한 공기였다. 집보다 7명의 몸에서 나는 냄새가 더 고약했다. 의사 아내는 일행에게 말했다, 미안하지만 밖에서 신발을 벗고 들어와겠어요. 의사 아내는 봉투에 그들의 더러운 7켤레의 신발을 담고 발코니에 내두었다. 그리고 곧 다시 말했다, 옷을 벗으세요, 우리 옷은 신발만큼이나 더러워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물었다, 여기서 옷을 벗으라고요? 옳지 않은 것 같은데요. 그러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대꾸했다, 난 여기서 벗을게요, 사모님만 볼 수 있을텐데요 뭐, 그리고 난 사모님이 그저 벌거벗은 것보다 더한 내 모습을 봤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내 남편 기억력이 나쁠 뿐이죠.

의사 아내는 벗은 옷가지를 한 데 모아 발코니로 갔다. 옷가지를 내려 놓으며 그녀도 옷을 벗었다. 거실로 돌아온 그녀는 천장에 있던 석유 램프를 켜고, 사람들에게 입을 옷을 챙겨주었다. 그들은 석유 램프를 가운데 두고 소파에 둘러 앉았다. 우리의 생리현상을 위한 물통을 발코니에 갖다 둘 게요, 비록 밖이긴 하지만 집에 냄새가 나는 것 보다는 나을 거에요, 의사 아내는 이어서 말했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눈먼 세상에서 눈을 가진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여러분은 몰라요, 나는 이 무시무시한 광경을 보려고 태어난 사람인거죠.

의사 아내는 곧 얼마 남지 않은 음식을 차려놓았다. 식사를 마친 후 소년이 말했다, 목이 말라요. 의사 아내는 변기 속에 있는 소량의 물을 유리컵에 떠 소년에게 준다. 의사가 물었다, 집에 큰 물병이 하나 있지 않았나? 의사 아내는 말했다, 오 맞아요, 왜 내가 그 생각을 못했을까, 그만 마셔, 신선한 물을 줄게. 의사 아내는 집에 있는 가장 고급스러운 잔에 물을 조심히 따랐다, 마셔요. 눈먼 사람들은 신선한 물 한모금에 눈물을 흘렸다.

밤이 찾아오고 잠이 들었다. 동이 틀 무렵,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의사 아내는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나 발코니 창문으로 갔다. 비는 억수로 퍼붓고 있었다. 발코니 밖으로 신발 7켤레와 옷가지들이 보인다. 닦아야 해, 내가 할 일이야. 의사 아내는 부엌에서 물을 담을 수 있는 용기들과 비누와 세제, 솔 등의 세척 도구를 갖고 발코니로 나갔다. 비가 그치지 말아다오, 그녀는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비를 온 몸으로 맞으며 신발과 옷가지를 닦았다. 옆에는 크고 작은 그릇들에 빗물이 채워지고 있었다.

의사 아내가 혼자서 발코니에서 전쟁을 치를 동안,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발코니로 다가왔다. 의사 아내는 그녀들에게 말했다, 나를 좀 도와줘요. 세 여자는 발코니에서 모두 옷을 벗고 신발과 옷가지를 닦았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입을 열었다, 오직 신 만이 우리를 볼 거예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신도 보지 못할 거에요,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거든요, 오직 나만 볼 수 있죠.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물었다, 내가 추한가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아가씨는 말랐고 더럽긴 하지만 절대 추하지는 않아.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도 물었다, 나는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댁도 저 아가씨처럼 더럽고 말랐어요, 그리고 저 아가씨 만큼 예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나보다는 예쁘죠.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했다, 사모님은 아름다워요. 의사 아내가 대꾸했다, 그걸 어떻게 알아, 날 한 번도 보지 못했으면서.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했다, 사모님 꿈을 두 번 꾸었어요, 꿈 속에서도 아름답던걸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도 말했다, 나도 사모님이 아름답다는 걸 알아요, 비록 사모님 꿈을 꾼 적은 없지만요.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아가씨는 심적으로 안정이 찾아와서 내 꿈을 꾼 거에요, 꿈 속의 나는 아가씨의 집이었겠지, 맞아요, 사실 난 추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내 나이 50이 다 됐는데 무슨.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했다, 우리 엄마와 같네요, 우리 엄마도 전에는 아름다웠어요, 그리고 우리 모두 다 전에는 지금보다 아름다웠겠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대답했다, 아가씨는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걸.

세 여자가 빗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산한 지 한 시간 후, 그녀들은 슬슬 한기를 느끼고 안으로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한다. 그제서야 그들은 자신의 몸을 씻었다. 서로의 등을 닦아주며 세 여자는 어린 소녀처럼 깔깔 웃었다. 비누 냄새가 강하게 났다. 그녀들은 부엌으로 돌아와 몸의 물기를 말리고 수건으로 닦았다. 거실의 소파에는 잠에서 깬 안대 쓴 노인이 앉아있었다. 그는 세 여자들이 밖에서 씻고 돌아왔음을 소리와 냄새로 알았다, 아직 세상에 삶이 있구나, 그 삶 중에 나에게 남은 것이 아직도 있을까?

의사 아내가 안대 쓴 노인에게 말했다, 밖에 비가 아직 오고 있어요, 여자들은 다 씻었어요, 이제 남자들 차례예요. 안대 쓴 노인이 대답했다, 그럼 나는 화장실 욕조에서 씻고 싶소만, 물론 괜찮다면 말이오, 더럽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소. 의사 아내는 발코니에서 물을 받은 대야를 화장실 욕조로 옮겼다, 비누를 드릴게요, 다 사용해도 괜찮아요, 그리고 면도기와 칫솔도 있어요, 턱수염을 깎고 싶다면 깎으세요, 원하시면 남편을 불러 도와드리라고 할 게요. 괜찮소, 고맙소이다, 안대 쓴 노인은 대답하고 욕조로 들어갔다. 그는 안대를 풀어 빨고, 자신의 몸도 비누로 열심히 문질렀다. 그 때 여자의 손이 등에 닿았다. 누구요? 안대 쓴 노인은 물었지만 여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여자는 구석구석 등을 닦아준 후 말 없이 화장실을 떠났다. 안대 쓴 노인의 이성은 그녀가 의사 아내일 것이라고 말하지만, 그의 감정은 그녀가 검은 색안경 쓴 여자라고 말하고 있다.

남아 있는 음식은 모두 소년에게 돌아갔다. 새로운 음식을 가지러 갈 사람이 필요했다. 의사 아내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집을 나서려는 찰나,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자기도 함께 가겠다고 했다. 눈이 먼 부부는 같이 음식도 찾을 겸, 여기서 가까운 자신들의 집도 둘러보고 싶어했다. 셋의 첫 번째 목적지는 눈이 먼 부부의 집이었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의 기억에 따라 그들의 집에 도착했다. 부부의 집은 3층이었다. 문을 두들기자 잠시 후 한 남자가 나왔다, 누구요, 무슨 일이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대답했다, 나는 이 집에 살던 사람입니다. 문을 연 남자가 물었다, 같이 온 사람이 있소? 아내와 함께 왔습니다, 그리고 친구도 있어요. 당신이 이 집에 살던 사람이라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대답했다, 난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요. 문을 연 남자는 잠시 생각하더니 곧 문을 열어준다, 들어오시오.

문을 연 남자는 자신을 소개했다, 나는 작가요, 지금 내 아내와 딸이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갔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물었다, 어떻게 내 집에 오시게 된 겁니까? 작가는 대답했다, 원래 내가 살고 있던 집에 다른 사람이 들어왔고, 그들에게 거절당해 이 곳으로 오게 되었소, 당신들이 집 주인이고 나를 쫓아낼 것이라면 나가겠소, 만약 다른 해결책이 없다면 말이오, …혹시 당신들도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있지 않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같이 온 친구의 아파트에 살고 있습니다. 작가는 말했다, 그럼 혹시 한 가지 제안을 해도 되겠소? 지금 각자 살고 있는 집에서 살아가는 거요, 내 집이 다시 비게 된다면 그때 이 곳을 나가겠소, 당신도 그렇게 하시구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대답했다, 그래요, 지금 이대로 살면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 지켜보기로 해요.

작가는 말했다, 고맙소, 당신들은 지금까지 어떻게 지내왔소?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우리는 수용소에서 겨우 사흘 전에 나왔어요. 작가가 물었다, 그곳 생활은 어땠소?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거기 직접 있어봐야만 알 수 있어요. 작가가 대답했다, 나는 책을 쓰는 사람이오, 사실 지금도 책을 쓰고 있지, 그래서 질문과 대화를 통해서만 다른 삶을 알 수 있다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물었다, 눈이 멀었는데 어떻게 글을 쓴다는 말입니까? 작가는 방에서 종이와 볼펜을 들고 왔다, 종이를 만져보면서 글씨 쓴 곳을 안 겹치게 쓰면 되지요, 쉬운 일이오. 의사 아내가 종이를 받아들고 말했다, 몇 줄은 겹쳐져 씌인 것 같은데요. 작가는 놀라며 물었다, 어떻게 아시오?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나는 볼 수 있으니까요, 아마 내가 처음부터 시력을 잃지 않은 유일한 사람인 것 같아요, 어떻게 된 일인지는 나도 설명할 수 없어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이어서 말했다, 그리고 내가 아마 처음 눈이 먼 사람 같습니다. 작가는 의사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자기 자신을 잃지 마시오, 자기 자신이 사라지도록 내버려 두지 마시오.

세 사람은 식량을 찾아 집으로 돌아왔고, 의사 아내는 그 날 있었던 일을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날, 의사는 자신의 병원에 가보고 싶다고 말했다. 의사와 의사 아내, 그리고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집을 나섰다. 병원에서 더 이상 둘러볼 것이 없는 그들은 병원을 나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에 다시 가 보았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처음 집을 떠날 때, 부모님이 돌아오실 수 있다는 희망을 놓지 않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집에 가볼 수 있게 해달라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돌아간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아파트 1층에는 노파의 시체가 있었고, 이를 떠돌이 개들이 물어뜯어 먹고 있었다. 세 명은 노파의 뜯어먹힌 시체를 그녀의 집 뒤뜰에 묻어주고 나온다.

그날 밤, 일곱 명은 거실 소파에 둘러 앉았다.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말했다, 우리에게 아직도 볼 수 있는 두 눈, 마지막 두 눈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기뻐하도록 해요, 만약 그 눈이 소멸한다면 우리는 살아있는게 아니게 되겠죠. 그녀는 말을 이었다, 난 계속 희망을 갖고 싶어요, 우리 부모님을 찾겠다는 희망, 소년의 엄마가 나타날 거라는 희망이요. 안대 쓴 노인이 말을 받았다, 우리 모두의 희망은 말 안했구려, 시력을 회복할 거라는 희망.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반박했다, 그런 희망에 집착하는건 미친 짓이에요. 안대 쓴 노인이 대답했다, 나는 늙었고 여기 다른 사람들보다 죽음에 가깝소, 그래서 한편으로는 우리가 시력을 회복하지 못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오, 그냥 우리가 이대로 함께 살 수 있도록.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물었다, 우리 다 함께인가요, 아니면 아저씨하고 나만인가요?

안대 쓴 노인은 대답을 회피하고자 했지만,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끈질기게 물어봤고, 결국 안대 쓴 노인은 대답했다, 나는 아직 남자이고, 남자로서 여자인 당신을 사랑하오, 이제 이 얘기는 그만 합시다, 내 나이에는 남들 앞에서 우스워지는 것을 두려워 하게 된다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계속 말을 이었다, 하나도 우습지 않아요, 아저씨는 나와 함께 살고 싶어하고, 나도 아저씨와 함께 살고 싶어요, 우리 지금부터 부부처럼 함께 살아요, 그리고 눈먼 친구들과 헤어지는 때가 와도 함께 살아요. 안대 쓴 노인은 대꾸했다, 미친 짓이야, 아가씨는 나를 사랑하지도 않잖소.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대답했다, 나는 누구도 사랑한 적 없어요, 그저 남자들과 잠자리를 했을 뿐이죠, 하지만 지금 난 아저씨와 함께 살고 싶다고 생각이 들 만큼 아저씨를 사랑해요. 안대 쓴 노인은 말했다, 아가씨가 눈이 멀기 전에 나를 만났다면 그런 얘기는 하지 않았을 거요, 머리도 하얗게 셌는데 그나마 반도 벗겨지고, 한 쪽 눈은 없고 남은 한 쪽 눈에는 백내장이 생긴 나이 많은 남자한테 말이오.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대답했다, 과거의 그 여자라면 그랬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방금 말한 여자는 오늘의 이 여자예요.

둘은 다른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점점 잊은 채 둘만의 대화를 이어나갔고, 결국 함께 살자는 결정을 내렸다. 의사 아내는 먼저 잠들었던 소년을 깨워 쿠션으로 만든 침대에 데려가며, 오늘부터 너는 여기서 자거라,고 말했다.

다음 날, 의사 아내는 말했다, 음식을 다시 구하러 가야해요. 의사와 의사 아내, 그리고 눈물을 핥아주던 개가 집을 나섰다. 전에 의사 아내가 혼자 찾아갔던 대형 슈퍼마켓의 지하실로 가보기로 했다. 두 사람과 한 마리의 개는 슈퍼마켓으로 향했고, 그 안에는 눈먼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개는 길게 울부짖었고, 의사 아내는 말했다, 우리가 너무 늦게 왔나 봐요, 사람이 한 명도 없고 쓰레기만 있어요, 그리고 매우 지독한 악취가 나네요, 여기서 잠시 기다려요, 내가 지하실에 갔다 올게요. 의사 아내는 기억이 이끄는 대로 지하실을 찾아갔고, 그녀의 뒤를 눈물을 핥아주는 개가 따라간다. 지하실 문을 열자 부패한 냄새가 가득했다. 안에서 시체의 안구가 발산하는 불빛을 본 의사 아내는 곧 엄청난 시체 더미를 발견하고 구역질을 했다. 눈물을 핥아주는 개가 길게 울자, 의사가 선반을 헤치며 다가왔다, 무슨 일이야? 의사 아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여기서 나가게 해줘요, 어서, 제발요.

부축을 받아 슈퍼마켓을 나온 의사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지하실에 엄청난 사람들이 죽어 있었어요, 그들은 아마 내가 가져간 소시지 냄새를 맡고 그 쪽으로 몰려 들었겠죠, 계단을 구르고 그 위를 짓밟고 짓밟히다 모두 죽은거에요, 나 때문에, 내가 그 지하실 문을 열었기 때문에요. 의사가 대답했다, 당신 책임이 아니야, 난 당신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미 당신은 우리 여섯 명의 쓸모 없는 입을 책임지느라 힘겨워 하고 있어. 의사 아내가 말했다, 당신의 쓸모 없는 입이 없었으면 내가 어떻게 살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의사가 대답했다, 남은 다섯 사람을 위해 살아가겠지, 그리고 오래 가지 않아 모든 것이 사라지게 되면, 손에 닥치는 대로 과일을 따 먹고 짐승을 죽이겠지.

의사 아내는 충격에 탈진하여 제대로 걸을 수 없었다. 쉬고 싶었다. 길 건너 편 조금 떨어진 곳에 성당이 보였다. 남편에게 말한다, 나를 부축해줘요, 저기 성당이 보여요, 저기서 잠깐 쉬고 싶네요. 성당에 자리를 잡고 웅크리고 앉은 의사 아내는 진정이 된 후 고개를 들어 성당 내부를 살펴 보았다. 성당에 있는 모든 성상의 눈에는 안대가 씌어져 있었고, 그림에는 페인트가 눈에만 덧칠해져 있었다. 눈을 가리지 않은 여자가 딱 하나 있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파낸 두 눈알을 은쟁반에 받쳐들고 있었다. 의사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지금 모든 성상이 눈을 가리고 있어요, 사제들이 이렇게 해 놓은 걸까요? 의사가 대답했다, 그것 참 이상한 일이군, 하지만 성상은 원래 앞을 못 보잖아. 의사 아내가 말을 받았다, 아니에요, 성상들은 그들을 보는 사람들의 눈을 통해 봐요, 다만 이제 모든 사람의 눈이 앞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성상들도 못 보게 된거죠.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아직 당신은 여전히 볼 수 있잖아.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내가 시력을 잃지 않는 것일 뿐, 나도 점점 안 보이고 있어요, 나를 봐줄 사람들이 없을 테니까.

의사와 의사 아내, 눈물을 핥아주는 개는 돌아왔다. 의사 아내는 보고 겪은 것을 다섯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눈을 안대로 가려진 성상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의 반응은 각기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되게 행동한 것은 의사와 의사 아내가 가져온 역겨운 음식을 먹었던 것이다. 그들이 먹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상태가 괜찮았기 때문이었다. 식사를 마친 후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그리고 그날 밤에는 먹을 것이 없었기 때문에 식사를 하지 않았다. 밤, 의사 아내가 사람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만 집 안에 울렸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잠도 오지 않았고, 의사 아내의 목소리에 집중할 수 없었다. 앞으로 계속 이어질 삶에 대한 생각에 정신이 말짱했다. 눈 앞은 계속 새하얗게 눈부셨다. 그가 마침내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했다고 느꼈을 때, 갑자기 눈꺼풀 안쪽이 어두워졌다. 내가 잠이 들었구나, 그렇게 생각했지만 그는 잠이 든 것이 아니었다. 의사 아내 목소리는 계속 들렸고, 소년의 기침소리도 들렸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또다른 공포에 휩싸였다, 백색 실명에서 흑색 실명으로 옮겨 간 것이구나! 그 공포로 인해 그는 몸을 떨었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남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에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눈을 감은 채로 멍청하게 대답했다, 눈이 멀었어. 그의 아내는 남편을 안아주면서 말했다, 걱정 말아요, 우리 모두 눈이 멀었으니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대답했다, 모든 게 어둡게 보여, 난 내가 잠이 든줄 알았는데 아니야! 그의 아내는 대답했다, 그럼 자요, 눈먼 것에 대한 생각은 하지 말아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자신의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고 쓸데 없는 충고만 하는 아내에게 화가 났다. 심한 말을 하려고 눈을 떴고, 그 순간 앞을 보았다. 눈이 보여, 눈이 보여! 그가 처음 외친 소리는 믿지 못하는 태도였지만, 갈수록 그의 말에는 확신이 생겼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아내를 끌어 안았다. 그리고 의사 아내에게 달려가 그녀도 끌어 안았다. 그는 의사 아내를 본 적은 없지만 한 순간 그녀가 의사 아내임을, 그들의 안내자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곧이어 다른 사람들을 차례대로 끌어 안았고, 의사를 향했다. 보입니다, 눈이 보입니다 의사 선생님.

의사는 물었다, 전처럼 분명히 보입니까? 백색의 흔적은 없나요?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대답했다,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 잘 보이는 것 같습니다. 의사가 말했다, 이 실명 상태도 끝이 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우리 모두가 시력을 회복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 말을 들은 의사 아내는 울기 시작했다. 그녀에게 눈물을 핥아주는 개가 다가왔고, 의사 아내는 개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에 그녀를 위로할 수 있는 건 눈물을 핥아주는 개밖에 없었다.

두 번째로 시력을 회복한 사람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였다, 보이는 것 같아요. 그녀는 가장 먼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를 끌어안고, 그 다음에 안대 쓴 노인을 끌어안았다. 안대 쓴 노인이 말했다, 나를 보시오, 당신이 함께 살겠다고 말했던 남자요. 검은 색안경 쓴 여자가 대답했다, 나도 아저씨를 알아요, 아저씨는 내가 함께 살고 있는 남자예요. 둘은 포옹했다. 뒤이어 세 번째로 시력을 회복한 사람은 의사였다. 이제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사람 사람들이 시력도 곧 회복될 것이 틀림 없었다. 의사가 말했다, 밖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의 질문을 들었을까, 대답은 그들이 살고 있는 건물 아래층에서 나왔다, 눈이 보인다, 눈이 보여!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안대 쓴 노인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의 집을 살펴보러 나갔고,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그의 아내는 자신의 집에서 살고 있던 작가의 안부와 음식을 구하러 나갔다. 소년은 구석의 소파에서 졸고 있었고 그 앞을 눈물을 핥아주는 개가 지키고 있다. 의사 아내는 물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요? 의사가 대답했다, 저 아이도 잠을 깰 때쯤이면 치료가 됐을거야,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모두 시력을 회복하는 중이겠지. 의사 아내가 말했다, 왜 우리가 눈이 멀게 된거죠? 의사가 대답했다, 모르겠어,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의사 아내가 물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어요? 의사가 대답했다, 응, 알고 싶어. 의사 아내가 말했다, 나는 우리가 눈이 멀었다가 다시 보게 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처음부터 눈이 멀었고, 지금도 눈이 멀었다고 생각해요. 의사가 물었다, 눈은 멀었지만 본다는 건가? 의사 아내가 대답했다, 볼 수는 있지만 보지 않는 눈먼 사람들이라는 거죠.

의사 아내는 일어나 창문으로 갔다. 그녀는 쓰레기로 가득찬 거리, 그곳에서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사람들을 내려다 보았다. 이어 그녀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모든 것이 하얗게 보였다. 내 차례구나, 그녀는 생각했다. 두려움 때문에 그녀는 눈길을 얼른 아래로 돌렸다. 도시는 여전히 그 곳에 있었다.

나의 글

눈먼 자들의 도시 작가 주제 사라마구 출판 해냄출판사 발매 2002.11.20. 리뷰보기

이 책의 제목은 꽤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제대로 읽어봐야지 하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읽기 전, 제목에서 ‘눈먼자들’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말 그대로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등장해서 꽤나 직접적인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재가 독특해서 영화화 시키기 적절하겠다,고 생각했더니 역시나.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는 2008년에 개봉했다. 책에서 핵심적인 내용은 굵직하게 담고있고, 배우들의 연기로 잘 표현되고 있지만, 꼭 책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한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그래서 의사 아내는 마지막에 눈이 멀은거야?”였다. 세 번을 읽어본 후에야 그렇지 않다는 걸 알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는데 하늘의 색이 하얀 색이었고, 눈이 멀었을까 두려움에 급하게 고개를 내려 아래를 봤을 때 도시가 그대로 있었다는 것은 눈이 전과 변함없이 보인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의사 아내는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사람이었다. 왜 그러한 안내자의 역할로 의사 아내를 골랐을까?

핵심적인 7명의 인물들 중에서도 보다 주요한 역할을 하는 인물은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 의사,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안대 쓴 노인, 그리고 의사 아내이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상황의 시작을 맡은 인물이다.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다면, 이라는 가정을 평범한 사람 한 명의 입장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문제 상황에 빠르게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만약 글의 첫 머리가 “갑자기 모든 사람이 시력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로 시작했다면, 갑작스러운 변화에 요동치는 감정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지 못했을 것이고 따라서 몰입도도 그만큼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는 자신의 위험상황에는 타인의 손길을 요청하면서도, 남을 쉽게 신뢰하지 못하고 자신의 것만 소중하게 생각하는 인물이다. 일반적인 우리의 모습과 닮아있다. 따라서 그를 세상에서 가장 처음으로 눈이 먼 사람으로 설정했을 것이다.

의사는 사명감을 갖고 타인의 아픈 곳을 의학적 지식을 통해 치료해주는 직업이다. 그러나 눈먼자들의 세상에서는 안과 의사의 지식과 능력은 쓸모없다. 의사는 의사로서 사람들의 눈은 치료해줄 순 없지만 남들에게 인정받는 사회적 위치의 인물이다. 그는 절망감에 취하지 않고 상황을 냉철하게 바라보고, 혼자서만 눈이 보이는 아내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할 때마다 그녀를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눈이 보이지 않아 직접적인 행동은 취할 수 없지만, 1병실의 대표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있다. 모두가 동등하게 원초적인 상황이 되었을 때,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수단적인 능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대변한 인물이다. 내가 가진 것이 쓸모없는 세상이 되었을 때, 나는 과연 그것을 손에서 놓고 변한 세상을 헤쳐나가기 위해 절망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검은 색안경 쓴 여자는 연결하는 인물이다.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방문한 안과와 세상 밖을 백색 질병으로 연결했고, 도둑과 죽음을 연결했고, 의사를 병실 대표자로 제안하여 1병실 사람들과 연결했고, 의사 아내와 1병실의 여자들을 연결했고, 1층의 노파와 감정을 연결했고, 안대 쓴 노인과 사랑을 연결했다. 사람들이 모이면, 그들 중 누군가는 지도자의 역할을, 누군가는 따르는 역할을, 누군가는 제지하는 역할을, 그리고 누군가는 불씨를 점화하는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검은 색안경을 쓴 여자는 가장 마지막 역할을 맡은 인물이다. 그녀는 주도적으로 행동하지 않지만, 그녀가 행동함으로써 더 큰 행동의 시발점이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그녀는 돈을 대가로 남자들과 성생활을 즐기지만, 부모님을 걱정하고, 죄책감에 눈물을 흘리고, 부모 잃은 소년을 챙기고, 불합리한 상황에 당당하게 쏘아붙이고, 위험해도 옳은 일에 앞장서고, 외모가 아닌 진정성을 사랑하는 여성이다. 그녀가 항상 쓰고 있던 검은 색안경은 사회가 주는 선입견을 의미한다. 남자들과 아무렇게나 자는 여자는 인품이 바른 사람이 아닐 거야, 와 같은 선입견. 위에서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수용소 생활 중 누군가 어떤 말을 한 이후로 색안경을 더 이상 쓰지 않는데, 이는 모두 눈이 먼 세상에서 “저 사람은 저렇게 행동하기 때문에 이럴거야.”와 같은 선입견은 아무런 의미도 없음을 의미한다. 또한 그녀 자신도 스스로 갇혀있던 선입견 속에서 벗어났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안대 쓴 노인은 지혜로운 인물이다. 한번에 200명이 수용소에 밀려들어온 난리통 속에서도 그는 상황이 마무리 될때까지 침착하게 기다렸다. 자리 쟁탈을 위해 싸우는 사람들 속으로 뛰어 들어가도 좋은 결과는 얻을 수 없음을 살아온 세월을 통해 터득했기 때문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의사 아내로부터 침대 한 자리를 안내받았고, 그 결과 1병실 사람들은 노인의 라디오를 통해 잊고 지냈던 음악이 주는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노인은 나이가 많기 때문에, 수용소에서 나와 생활을 시작하기 직전, “코끼리가 죽을 때가 되면 무리에서 나와 무덤자리를 찾아 떠나듯이 자신도 일행에게 짐이 된다 느껴지면 스스로 떠나겠다”는 말을 했다. 이와 같은 노인의 말과 행동에서 연륜이 주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고, 한편으로는 살아온 시간 만큼 다져진 자신의 생각을 기준으로 행동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다.

의사 아내의 존재감은 의사가 보건부의 응급차에 타는 순간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했다. 보통 이야기의 주인공 격 인물은 처음부터 등장하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 의사 아내는 상황이 이미 시작되고 난 이후에서야 첫 등장을 했다. 처음 책을 읽어나갔을 때, 당연하게도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가 주인공인줄 알았다. 그러나 수용소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의사 아내라는 인물의 내면 심리가 이야기를 이끄는 것을 보고, 그때서야 생각이 들었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의사 아내구나. 의사 아내는 단순히 눈이 멀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주인공이었을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의사의 아내’라는 인물의 설정은 여기에서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녀가 의사의 아내였든, 지나가던 50대 아줌마였든, 자선 사업가였든 그녀를 나타내는 직업이나 특징은 중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녀는 딱히 어떤 직업을 갖지 않은 평범한 여성이고, 갑자기 눈이 멀어버린 남편이 있는 사람이고, 남편을 위해 눈이 멀은 척 하고 사람들을 몰래 도운 사람이고, 모든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 유일한 사람이다. 안내자의 역할을 하기 위한 특징을 갖고 있던 사람이 아니라, 그저 유일하게 눈이 멀지 않은 중년의 여성이다. 의사는 직업을,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안대 쓴 노인은 각각의 외부적인 특징을 갖고 있지만,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와 의사 아내는 그 개인의 특징은 하나도 나오지 않은 채 백색 질병과만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다. 누구나 눈이 멀 수 있다는 절망감을 보여주고 작품 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역할이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였다면, 의사 아내는 눈이 멀지 않은 단 한 사람의 입장에서 인간의 본성과 무질서를 바라봄으로써 독자들에게 메세지를 던지게 하는 역할이다.

핵심인물 7명은 젊은 남녀, 중년 남녀, 소년과 노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남녀노소는 인간의 생체적 특징이며, 각각의 특징이 모두 구성된 이 일행을 통해 인간의 본성과 이기심을 보여주고 있다. 모두 눈이 멀어버린 세상은 원초적 상황을 나타내고, 그 속에서 집단을 형성하고, 규칙을 정하고, 배고픔을 견디고, 새로운 침입자와 싸우고, 강한 자가 약탈을 하는 모습은 사회를 형성하는 과거 행보를 축약하여 보여주고 있다. 보건부가 격리조치를 시행하고 국방부가 수용소를 관리한다는 큰 질서 속에서, 수용소 속 사람들은 무질서 상태가 된다. 그로 인해 인간의 이기심이 어디까지 악해질 수 있는가가 여실히 드러난다. 깡패 두목이 대표적인 모습이다. 무기를 소지한 깡패 두목은 사람들의 굶주림과 공포심을 이용하여 금품을 갈취하고, 성폭행을 죄책감 없이 저지른다. 모두가 똑같이 눈이 멀었는데 무기만 믿고 자신이 더 강자라고 생각한 그의 어리석은 모습을, 의사 아내를 통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다. 인간은 어떠한 수단으로도 인간 위에 설 수 없으며, 그 누구도 인권을 함부로 해할 수 없다. 한편, 수용소를 탈출했지만 달라지지 않은 상황 속에서 의사 아내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눈물을 핥아주는 개밖에 없었다. 이는 인간의 이기심과 본성의 끔찍함에 시달리던 의사 아내를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인간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책의 내용 중, 읽으면서도 이해가 안 가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은 부분이 있다. 책을 읽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의 줄바꿈도, 대화를 나타내는 큰 따옴표도 없이, 오로지 쉼표와 온점으로만 문장을 구분하는 서체로,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단순히 쭉쭉 읽어 나가는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 말과 생각은 어떤 인물의 것인가, 또 이 상황은 왜 설명이 되는 것인가와 같은 고민을 계속 하면서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장면 중 하나는, 검은 색안경 쓴 여자와 의사가 성관계를 하고, 그 광경을 의사 아내가 지켜본 뒤에 ‘아무 말 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을 때가 있다’고 말한 장면이다. 갑자기 이 장면이 왜 등장했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인간의 욕구 중에서 성욕은 종족 번식을 위한 가장 원초적인 욕구이고, 작품에서도 이와 관련해 성욕을 해소하는 장면과 모욕적으로 강탈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럼에도 왜 이들의 관계를 넣었을까에 대한 의문점이 들었다. 이 부분에서 말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이었을까? 말이 도움이 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것을 왜 굳이 이 장면을 통해 말하고자 했을까? 그저 현재 그들이 처해있는 상황이 극한 상황임을 보여주기 위한 장치였을까? 그리고 이 상황에서 의사 아내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에게 눈이 보인다는 사실을 스스로 말한 이유는 뭘까? 여러 번 읽으면서 알 수 있었던 확실한 한 가지는, 의사 아내가 검은 색안경 쓴 여자에게 말한 “나는 눈이 보여.” 이 한 마디가, 그녀가 본 상황과 그녀가 느낀 감정을 설명하는 수많은 단어의 조합보다 담백하고 묵직하게 많은 의미를 전달해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한가지 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 수용소를 탈출한 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날, 의사 아내, 검은 색안경 쓴 여자, 첫번째로 눈이 먼 남자의 아내가 비를 맞으며 씻는 장면이다. 작품 속에서 세 명의 여자들이 빗물에 몸을 씻는 장면은 굉장히 행복한 모습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녀들은 비록 전보다는 못하지만 현재의 모습도 아름답다는 말로써 그동안의 수용소 생활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신들의 존재감과 가치를 되찾는다.

[눈먼자들의 도시]를 읽으면서 내가 가장 중요하게 바라본 부분은 ‘이름’이었다. 이름은 나와 너를 구분짓는 가장 간편하고 확실한 수단이다. 1인칭 시점이든, 3인칭 시점이든, 전지적 작가 시점이든, 어떤 시점에서도 줄거리와 관계 및 특징을 인물 간 확실하게 구분하기 위해 이름을 짓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동안 읽어봤던 책 중에서 등장인물의 이름이 없는 책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각자의 직책이나 특징으로만 인물을 구분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읽으면서 인물을 구별해 내는 것이 어려웠다. 작품의 시작에서는 선의를 베푼 사람이었다가 자동차 도둑이 되고, 의사 아내가 구해준 여자가 ‘당신이 어디를 가든 나도 가겠어요’라고 대답한 여자가 되었다가 라이터를 쥔 여자가 되었다. 그러나 읽으면서 단순히 이름으로서만 그 인물을 지칭할 수밖에 없다면, 그 인물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모습과 특징은 어떻게 설명해야 적절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가족에서는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자식으로. 사회에서는 학교의 학생, 회사의 직책, 모임의 일원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해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이름으로 불리는 상황보다 호칭 또는 숫자로 불려지는 상황이 점점 많아지기 때문이다. 나라는 존재를 인식시켜 주고 구분짓는 가장 확실한 역할인 이름은, 사회로 나가면서 점차 온전하게 듣기 힘들어진다. 만약 앞으로 내 이름을 잃어버리게 된다면, 나의 가치와 나를 증명할 수 있는 확실한 다른 것은 무엇이 있을까?

– 2019. 03.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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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의 온고지신] 눈먼 자들의 도시

서양 어느 나라의 한 도시에서 퇴근 길 러시 아워에 신호대기 중인 한 젊은 사내의 눈이 갑자기 멀어버린다. 그 상태는 흑암이 아니라, 우윳빛 바다와 같았다. 그를 도와 또 다른 사내가 그의 차를 대신 몰아 귀가시킨 뒤 그 차를 훔쳐 달아난다. 아내의 도움으로 안과의사를 찾는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진단을 내린 의사부터 모두 전염으로 눈이 먼다. 그들은 오래된 폐쇄 정신병원에 수용된다. 거기서 유일하게 정상인 안과의사의 아내는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 탓에 멀쩡했던 선남선녀들이 참혹하게 망가지는 현상을 단계적으로 체험하고 목격한다.

최근 故 호세 사라마구(Jose Saramago.1922~2010. 포르투갈 출신)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를 다시 읽었다. 21세기 대명천지에 온세상이 아직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앓고 있는 판국이라서 그 감회와 감정이입이 판이했다. 천재 예술가들은 ‘특급무당’의 팔자를 함께 타고나는가. 선생은 밑바닥 노동자 출신으로, 공산당에 가입했다. 그 인연으로 작은 신문에 긴 세월 칼럼을 썼다. ‘수도원의 비망록’이 1998년 노벨상을 안겨주었다. 영화는 2008년에 개봉되었다. 유투브에서 500원이다. ‘제2의 예수복음’ 출간(1991)으로 망명했으며, 교황청과 사이가 좋지 않았다.

21세기 글로벌 정치판에는 눈 크게 뜨고 지켜보는 큰 인물들이 없다. 간디, 만델라, 카터, 잭슨 같은 분들의 부재는 인류사회 전체의 결손(缺損)이다. 이 나라로 좁혀도 똑같다. 큰 눈의 어르신들이 없다. 그래서 상하좌우 구분없이 나라 전체가 사분오열의 오합지졸들의 놀이터거나 깍두기들의 싸움터 그 이상으로 자라지 못한다. 정치든 기업이든 종교든 그 어느 판이든, 명함 큰 놈들일수록 후안무치로 거들먹거린다. 탐욕에 눈먼 행보가 거침없다. 참 시시하다.

중간급이나 말단들도 윗놈들 눈치만 제대로 살피고 교언영색을 능란하게 구사할 수만 있다면, 돈도 빽도 없는 민초들이 당하는 피해나 불편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처자식을 위하여 실속 있는 쪽으로만 굴러다니는 것들이 승리한다. 이 비열한 ‘연기(演技)문화’로 특히 공공분야는 기강이 빈약해지면서 마침내 댐 무너지듯 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꾸준하게, 착하게, 창의적으로, 당당하며 겸허하게, 천지지간 만물지중(天地之間 萬物之衆)의 일원으로, 비가 오면 비를 맞고 눈이 오면 눈을 맞는 거다. 그렇게 자연의 일부로 사는 사람들 말고는 모두 저 눈먼 자들의 도시정부, 그 군대, 그 주민들처럼 눈이 먼다. 앞을 못보는 군중은 어린 아이와 노인처럼 연약한 이들까지 한 패 지어 그 협동의 힘으로 공멸의 위기를 넘을 수 있다는 생각과도 멀다. 디스토피아다. 그래서 피아(彼我)를 구분하지 못한다. 처자식도 예외가 아니다. 먹거리와 전기가스의 문제, 패륜의 일상화 이전에, 먼저 부끄러움이 사라지면서 눈이 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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