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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잊은 그대에게
아름다운 시구절을 선물합니다.
시를 들으면서 잠시 쉬어갈 수 있는 곳
여기는 ‘강현구의 릿 투어’입니다.
여러분은 꽃을 좋아하시나요?
꽃이 만개한 대학 캠퍼스를 상상하면
괜히 마음이 들뜨진 않으신가요?
2019년에는 3월 22일 제주를 시작으로
4월 4일 서울까지 벚꽃의 개화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벚꽃으로 가득 찬 대학 캠퍼스, 벌써 설레는데요.
그런데 꽃은 시인들이 정말 좋아하는 소재입니다.
꽃은 사랑하는 사람 혹은 시련 끝에 피워낸 성공의 결실 등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꽃에 관한 시들을 준비했습니다.
꽃에 관한 시 여섯 편을 들으면서
시인들은 꽃을 어떤 의미로 표현했는지 함께 알아볼까요?
꽃 관련 시 주제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를 참조하세요.
<꽃에 관한 시 모음> 정연복의 ´꽃들에게 배우다´ 외 – 좋은글
꽃들은 티없이 순수한 빛깔로 물들었을까. … 목련의 눈부신 화려함을 시샘하지 않는다. … 자신만의 빛깔로 세상을 향해 웃는다. 아! … 꽃처럼 욕심 없이 살아갈 수는 …
Source: www.joungul.co.kr
Date Published: 4/17/2021
View: 7382
봄 꽃 관련 짧은 시 모음(꽃비, 이병률, 4월의 꽃, 남정림, 목련 …
✓봄 꽃 관련 짧은 시 모음(꽃비, 이병률, 4월의 꽃, 남정림, 목련, 정호승, 백목련 자목련 전설, 시 감상, 벚꽃,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밥값, 사랑 …
Source: narrare3.tistory.com
Date Published: 10/25/2022
View: 338
<꽃 시 모음>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
Source: www.koreainus.com
Date Published: 5/24/2022
View: 5139
[스크랩] 꽃에 관한 시 모음 – 다음블로그
[스크랩] 꽃에 관한 시 모음 …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꽃이 되었다. …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무엇이 되고 싶다 …Source: blog.daum.net
Date Published: 6/10/2021
View: 8929
꽃과 관련된 시 모음 – 국어문학창고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 …
Source: seelotus.tistory.com
Date Published: 8/26/2021
View: 8362
Top 41 꽃 관련 시 All Answers
✓봄 꽃 관련 짧은 시 모음(꽃비, 이병률, 4월의 꽃, 남정림, 목련, 정호승, 백목련 자목련 전설, 시 감상, 벚꽃,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밥값, 사랑 …
Source: toplist.pilgrimjournalist.com
Date Published: 4/13/2021
View: 5882
봄 시 모음 (봄에 어울리는 시 모음) – 想像의 숲
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 꽃 피는 봄엔 – 용혜원. 봄이 와 · 이 꽃잎들 – 김용택. 천지간에 꽃입니다 · 다시 오는 봄 …
Source: jsksoft.tistory.com
Date Published: 1/12/2022
View: 3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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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에 대한 기사 평가 꽃 관련 시
- Author: 강구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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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19. 3. 9.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GfXlUSE0Ikw
✔봄 꽃 관련 짧은 시 모음(꽃비, 이병률, 4월의 꽃, 남정림, 목련, 정호승, 백목련 자목련 전설, 시 감상, 벚꽃,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밥값, 사랑, 지구 너머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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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봄 꽃 관련 시’ 몇 편을 모아보도록 하겠다. 봄 관련 짧은 시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2.03.29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봄 관련 짧은 시③(정호승, 봄길,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몇 번째 봄, 이병률 시인, 동백,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 감상, 인문학, 별까지는 가야 한다)
꽃비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 이병률, 《꽃비》, 전문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중
💬 이병률 시인은 충북 제천 출생이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MBC 라디오 《이소라의 FM 음악 도시》 작가로서 활동했으며, 현재 문학동네 계열사 「달」 출판사의 대표이다. 「시힘」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찬란(문학과 지성사, 2013)》,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 지성사, 2017》,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등이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이병률 시인
봄은 시작하고 결심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는 이별과 아픔을 되새기게 되는 계절이기도 할 것이다. 봄에 떠나는 사람이 왜 없으랴, 사랑을 잃고 벚나무 아래 앉아있는 상심의 사람에게, 새가 가만히 꽃잎으로 위로를 덮어준다.
새는 내속에서 지저귀는 또 하나의 나인가. 새는 노래하지만, 상심한 사람은 목놓아 울 힘도 없다.
봄은 아름답다. 봄볕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린다. 눈을 찌푸리다 보니 눈물이 난다. 봄바람에 티가 많이 날려서, 하필 눈에도 들어왔네, 하며 짐짓 눈을 비벼본다. 굳이 봄에 이별하지 않았어도, 무의식의 한켠에서 긴 잠을 자고 있던 어떤 기억들이 꽃망울처럼 터진다.
내가 두고 온 많은 것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떤 장면들, 그리고 여기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꽃비가 되어 내 어깨에, 머리 위에 조용히 내린다.
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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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반가운 꽃은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달콤한 꽃은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
그 꽃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 꽃
바로 너
– 남정림, 《4월의 꽃》, 전문
《사랑, 지구 너머의 계절》, 모악, 2021 중에서
💬 남정림 시인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여성학과 사회학 강사로 활동했다. 국회위원장실 정책보좌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전문위원,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에디스 창의인재연구소 대표로 네이버 블로그 에디스에세이(누적 조회 수 백만+)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문학상, 대한민국 독도문예 대전,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 등을 수상했으며 동서문학회 정회원이다. 인터넷 독자들에게 호평 받은 시와 미공개 신작시로 첫 시집을 펴내며 지구 너머의 계절을 꿈꾼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남정림
4월은 본격적으로 꽃들이 활짝 열리는 계절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꽃들의 이름을 잘 모른다. 그저 경험적으로 진달래, 매화, 목련, 벚꽃 등만을 겨우 알고 있을 뿐(이것도 오랜기간 학습한 덕분이다).
그래서 봄과 봄꽃들을 노래한 서정시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씩(정말 아주 가끔이다) 등산을 하며 오로지 산꼭대기를 정복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오르는 그 자리자리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있는 꽃보석들을 놓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그 꽃/바로 너, 라고 노래한다. ‘4월의 꽃’이라고 하여 구체적인 꽃이름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바로 ‘내가 가장 사랑스러운 꽃 그 자체’라고 한다.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그 꽃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그 꽃
시를 읽는 사람들은 비로소 춥고 긴 겨울,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내 자신이 4월의 꽃 중 으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려해야만 꽃은 아니다. 넋을 잃게 만드는 꽃잎의 향연을 펼치는 나무만이 나무는 아니다.
눈물을 삼키고, 분노를 뒤로 하며, 끝내 이 계절을 다시 맞이한 우리들이 바로 꽃이고, 그 자체로서 밝게 빛나는 존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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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련
목줄을 끌고
내가 개를 끌고 가지만
실은 개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봄이 왔다고
목련을 보러 가자고
개가 나를 끌고
백목련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 정호승, 《목련》, 전문
《밥값》, 창비, 2010 중에서
💬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집 ‘연인’, ‘항아리’, ‘기차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소개, 정호승
실제로 동네를 다니다보면 개와 함께 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개들은 이리 킁킁 저리 킁킁, 신나게 돌아다니며 봄을 만끽하며, 사람들은 목줄을 제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종종 개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책 나온 다른 개와 견주에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뜬금없는 전력질주를 감행하기도 한다. 사람이 봄을 즐기는 것인지, 개가 봄을 즐기는 것인지, 이쯤 되면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사람은 봄과 봄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유머가 넘치는 이 시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목련에는 뜻밖에도,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옥황상제(하늘의 왕)의 딸에 관한 전설이 있다.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나머지, 많은 사람의 구애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주는 몰래 궁을 빠져나가 북쪽 바다의 신을 찾아 가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고, 상심한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를 가엾게 여긴 바다의 신은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데, 명복을 비는 뜻에서 자신의 아내도 극약을 먹여 죽게 한 후 공주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는 슬프고 어처구니가 없어 두 사람의 무덤에 꽃이 피게 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白木蓮)이, 바다의 신의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목련(紫木蓮)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백목련의 꽃말은 보통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고 하며, 백목련이 꽃을 피울 때면 그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다고도 한다.
목련꽃이 만발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 꽃은 떨어져 바닥에 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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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시 모음>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 시(詩) 게시판 > Korea in US
<꽃 시 모음>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 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시인, 1947-)
+ 꽃 한 송이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김용택·시인, 1948-)
+ 꽃의 이유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마종기·시인, 1939-)
+ 꽃비
꽃은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를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꽃향기는 끌어당긴다.
꽃향기에 밀쳐진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꽃은 주위를 가볍게 들어올려준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빛깔도 참 곱다.”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빛깔을 만질 수도 있게 해주시다니.
사람들을 다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꽃은 봄의 심지다.
(함민복·시인, 1962-)
+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시인, 1954-)
+ 꽃은 언제나 진다
나를 항복시키려고 꽃이 핀다
어떠한 권력도
어떠한 폭력도 이와 같은 얼굴을 가질 수 없어
며느리밑씻개란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꽃도
내 앞에 권총을 빼들었다 총알을 장전한
꽃 앞에 이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이중 삼중 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으나
몽유에 든 듯
여기가 어딘가 깨어보면
꽃에 코를 처박고 있거나
눈동자에 그득 꽃잎을 쑤셔 박고 있다 나는
이미 수형에 든 것이다
네가 꽃인 것이 죄인지
내가 사람인 것이 죄인지
쏟아진 물처럼 살아있는 것은 다 스며야한다
이 지독한 음해의 향기에
수갑 채여
꽃비 촘촘한 창살 속
애벌레처럼 둥글게 몸을 말아 바치며
나는 너를 이길 수 없어 완전히
내가 졌다고 생각할 때
꽃이 졌다
나를 항복시켰으면 너는 잘 나가야지
꽃은 언제나 져서 나를 억울하게 한다
(김종미·시인, 1957-)
+ 앙큼한 꽃
이 골목에 부쩍
싸움이 는 건
평상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다
평상 위에 지지배배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던 아이들과
부은 다리를 쉬어가곤 하던 보험 아줌마,
국수내기 민화투를 치던 할미들이 사라져버린 뒤부터다
평상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동백 화분이 꽃을 피웠다
평상 몰아내고 주차금지 앙큼한 꽃을 피웠다
(손택수·시인, 1970-)
+ 압화壓花
매몰된 가을이 발견되었다
책을 끼고 그곳을 지나갔을 때
유난히 뺨이 붉은 꽃이 틈으로 뛰어들고
45쪽과 46쪽은 닫혔다
붉은 물을 토하며
서서히 종이처럼 얇아지는 동안
책은 책 밑에서 피를 말리고 있었다
계절이 계절을 덮치듯이
시간의 두께와 어둠에 내 기억은 갇혀 있었다
방치된 것들은 대부분 변형을 일으킨다
책갈피 사이
책의 생각과 엉겨있는 꽃의 얼굴
꽃들이 선호하는 죽음은 태어난 자리에서 치르는 풍장이다
압사壓死를 두려워하는 꽃들
한 권의 책으로도
죽일 수 있는 게 많다
(마경덕·시인, 1954-)
+ 꽃
꽃이 눈에만 보일 뿐
꽃의 소리가 안 들린다면
아직 꽃을
잘 모르는 거다.
꽃 앞에
가만히 서서
두 눈을 감고
가슴의 귀를 활짝 열면
꽃의 아름다운
겉모양 너머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항상 건강하시고 즐거운 시간되세요
꽃 – 김춘수 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이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꽃 멀미 – 이해인 님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나면
말에 취해서 멀미가 나고,
꽃들을 너무 많이 대하면
향기에 취해서 멀미가 나지.
살아 있는 것은 아픈 것,
아름다운 것은 어지러운 것.
너무 많아도 싫지 않은 꽃을 보면서
나는 더욱 사람들을 사랑하기 시작하지.
사람들에게도 꽃처럼
향기가 있다는 걸 새롭게 배우기 시작하지.
꽃밭에 서면 – 이해인 님
꽃밭에 서면 큰 소리로 꽈리를 불고 싶다
피리를 불 듯이
순결한 마음으로
꽈리 속의 잘디잔 씨알처럼
내 가슴에 가득 찬 근심 걱정
후련히 쏟아 내며
꽈리를 불고 싶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동그란 마음으로
꽃밭에 서면
저녁노을 바라보며
지는 꽃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고 싶다
남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하고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용서받고 싶다
꽃잎 – 이정하 님
그대를 영원히 간직하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은
어쩌면 그대를 향한 사랑이 아니라
쓸데없는 집착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대를 사랑한다는 그 마음마저 버려야
비로소 그대를 영원히 사랑할 수 있음을..
사랑은 그대를 내게 묶어 두는 것이 아니라
훌훌 털어 버리는 것임을..
오늘 아침 맑게 피어나는 채송화 꽃잎을 보고
나는 깨달을 수 있습니다.
그 꽃잎이 참으로 아름다운 것은
햇살을 받치고 떠 있는 자줏빛 모양새가 아니라
자신을 통해 씨앗을 잉태하는,
그리하여 씨앗이 영글면 훌훌 자신을 털어 버리는
그 헌신 때문이 아닐까요?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 하이네(1797~1856)
너는 한 송이 꽃과 같이
참으로 귀엽고 예쁘고 깨끗하여라.
너를 보고 있으면 서러움이
나의 가슴 속까지 스며든다.
언제나 하느님이 밝고 곱고 귀엽게
너를 지켜주시길
네 머리 위에 두 손을 얹고
나는 빌고만 싶다.
내 사랑은 빨간 장미꽃 – R.버언즈(1759~1769)
내 사랑은 6월에 갓 피어난
빨간 한 송이 장미,
오 내 사랑은 부드러운 선율
박자 맞춰 감미롭게 흐르는 가락.
그대 정녕 아름다운 연인이여
내 사랑 이렇듯 간절하오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온 바닷물이 다 마를지라도
모든 바위가 태양에 녹아 없어진다 해도
모래알 같은 덧없는 인생이 다하더라도
내 사랑은 변하지 않으리.
잘 있거라, 내 사랑하는 사람아!
잠시동안 우리 헤어져 있을지라도
천리 만리 떨어져 있다해도
그리운 님아, 나는 다시 돌아오리다.
들꽃에게 – 서정윤 님
어디에서 피어
언제 지든지
너는 들꽃이다
내가 너에게 보내는 그리움은
오히려 너를 시들게 할 뿐,
너는 그저 논두렁 길가에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인간이 살아, 살면서 맺는
숱한 인연의 매듭들을
이제는 풀면서 살아야겠다.
들꽃처럼 소리 소문없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피었다 지면 그만이다.
한 하늘 아래
너와 나는 살아있다.
그것만으로도 아직은 살 수 있고
나에게 허여된 시간을
그래도 열심히 살아야 한다.
그냥 피었다 지면
그만일 들꽃이지만
홑씨들 날릴 강한 바람을
아직은 기다려야 한다.
접시꽃 당신 – 도종환 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놓고 큰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들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아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들풀 – 류시화 님
들풀처럼 살라
마음 가득 바람이 부는
무한 허공의 세상
맨 몸으로 눕고
맨 몸으로 일어서라
함께 있되 홀로 존재하라
과거를 기억하지 말고
미래를 갈망하지 말고
오직 현재에 머물라
언제나 빈 마음으로 남으라
슬픔은 슬픔대로 오게 하라
기쁨은 기쁨대로 가게 하라
그리고는 침묵하라
다만 무언의 언어로노래부르라
언제나 들풀처럼
꽃과 관련된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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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 김춘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후략>
* 감상 : 사물로서의 ‘꽃’에 대한 이름과 그 의미에 대한 관계의 고찰을 바탕으로 철학적 접근 을 통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성격 : 관념적, 형이상학적, 존재론적, 주지적
* 어조 : 대상에 대한 갈망적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창조적 상징 : 시 전체가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띰.
· 내용의 점층적 확대 :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관계가 확대됨
* 구성
· 제1연 : 무의미한 존재(인식 전)
· 제2연 : 의미있는 존재(인식 후)
· 제3연 : ‘나’의 확인 받고 싶은 존재
· 제4연 : 관계의 확산
– 각 연의 시상 응집 : 몸짓, 꽃, 꽃, 무엇 / 눈짓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출전 : [현대문학](1952),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꽃>, 연작시의 꽃
내가 꽃을 소재로 하여 50년대 연작시를 한동안 쓴 데 대해서는 R.M. 릴케 류의 존재론적 경향에 관심이 있었던 듯 하다. 6·25 동란이 아직 그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을 때다. 나는 마산 중학(6년제)의 교사로 일을 보고 있었다. 교사(校舍)를 군(郡)에 내주고 판자집인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하고 사무를 보고 할 때다. 방과 후에 어둑어둑해질 나는 뭣 때문에 그랬는지 그 판자집 교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저만치 무슨 꽃일까 꽃이 두어 송이 유리컵에 담겨 책상머리에 놓여 있다. 그걸 나는 한참동안 인상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 빛깔이 눈송이처럼 희다. 이런 일이 있은 하룬다 이틀 뒤에 나는 <꽃>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 힘들이지 않고 시가 쓰여졌다.
꽃 : 박두진 시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흘림 //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하략)
* 성격 : 서정적, 관조적, 비유적
* 어조 : 은근하고 차근차근한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은유법의 구사
* 주제 :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아름다움
* 출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꽃’ = (보조관념) 속삭임, 울음, 피 흘림, 핏망울, 정적, 호심 등
꽃 : 이육사 시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 감상 : 불모의 땅에서 끈질긴 목숨을 유지하며 ‘개화(開花)’를 통해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 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작품 <광야>와 유사하다.
* 어조 : 남성적, 의지적
* 시상의 전개 : 점층적, 각연은 선경 ⇨ 후정
* 구성
· 제1연 : 극한 상황 속의 새 생명의 탄생 : 극한 상황 속, 독립을 위한 끊임없는노력
– ‘동방’ : 삶의 터전인 한반도
· 제2연 : 새 생명 탄생을 위해 참고 견딤
– 제비떼 : ‘광복’의 미래 소망
– ‘저버리지 못한 약속 : 조국의 밝은 미래를 찾기 위한 자신의 희생 다짐
· 제3연 : 새 생명 탄생의 기쁨
– ‘꽃 성’ : 광복의 날
– ‘나비’ : 광복의 환희를 누리는 우리 민족
* 주제 : 새 생명 탄생의 기대와 의지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과 의지)
* 출전 : [육사시집](1946)
이육사 <광야>와의 공통점
1) 꽃피움 자기희생(속죄양 의식)
2) 제3연 마지막 행 4, 5연의 미래 기대, 확신
꽃과 언어 : 문덕수 시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
<후략>
* 감상 : 1955년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문덕수는 ‘모더니즘’의 시 세계를 지향해 왔 다.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병치시켜 그 이미지의 상호 충돌에 의해 의미의 충격을 주는 것이 그의 주요 기법이다. 이러한 시 작법은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이 작품 전면에 노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여 넓은 의미의 영역 을 확보하고 있다.
꽃나무 : 이상 산문시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꽃덤불 : 신석정 후기시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겟느냐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갔다. //
<후략>
* 감상 : 8·15 광복은 유파를 초월하여 모든 시인에게 가슴 벅찬 기쁨이었다. 전원파 시인이었 던 신석정도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감추어진 슬픔도 있었다. 혼란한 시대상 그 것이었다.
* 어조 : 감회(感懷)에 젖은 회상(回想) 및 기원(祈願)
* 표현상의 특징 : 반복법의 사용
* 심상 :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제1연 :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 운동(몸부림)
– 태양 : 조국의 밝은 미래, 광복
– 태양을 등진 곳 : 일제 강점기의 조국의 모습
· 2연 : 독립을 위한 노력
– 헐어진 성 터 : 빼앗긴 조국
· 3연 : 애국 투사의 ①죽음, ②유랑, ③변절, ④전향에 대한 안타까움
· 4연 : 일제 식민지 36년 회고
· 5연 :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
– 달이 아직도 차거니 : 여전히 어두운 현실
* 주제 :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광복된 조국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 염원
* 출전 : [해방기념시집](1946), [신문학](1946) 수록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시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追億)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
<후략>
* 감상 : 우리 나라 시사에서 보기드문 존재론(存在論)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실 존주의적 시로서 그의 <꽃> 연작시 중의 한 편이다.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어조 : 사색적, 열정적 어조
* 구성
· 제1~2연 : 인식의 부재 상태
– 1. 미지의 본질 세계
– 2. 존재 파악의 불확실성
· 제3~4연 : 인식에의 노력
· 제5연 : 인식 실패의 안타까움(극복 못한 본질의 세계)
* 주제 : 꽃의 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곧, 존재의 본질 인식에의 염원)
* 출전 : 시집 [꽃의 소묘](1959)
문제
1) 이 시에서 시인의 의식 세계가 응결되어 나타난 연은 ?
제5연
2) 이 작품에 나타난 ‘나’와 ‘너’의 관계는 ?
나 : 시적 자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주체
너 : 꽃, 인식의 객체(대상)로서 존재의 본질적 의미
꽃잎 절귀 : 신석초 시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
<후략>
* 감상 : 이 작품 역시 조지훈의 <낙화>와 마찬가지로 짧은 순간에 피었다 지는 꽃의 아름다 움을 노래하고 있다.
* 주제 : 꽃의 생명에 대한 감탄
– 비교
조지훈 <낙화> : 소멸되어 가는 꽃에 대한 ‘슬픔’을 주조
<꽃잎 절귀> : 꽃의 생명을 ‘감탄스러운 어조’로 노래
: 꽃의 생애가 가냘프고 짧다 하더라도 꽃은 자신의 생명과 그리움을 마냥 붉게 태우는데, 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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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41 꽃 관련 시 All Answ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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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꽃 관련 짧은 시 모음(꽃비, 이병률, 4월의 꽃, 남정림, 목련, 정호승, 백목련 자목련 전설, 시 감상, 벚꽃,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밥값, 사랑, 지구 너머의 계절)
728×90 반응형 ■ 오늘은 ‘봄 꽃 관련 시’ 몇 편을 모아보도록 하겠다. 봄 관련 짧은 시들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글을 참조하여 주시기 바란다. 2022.03.29 – [이야기가 있는 정원, Art] – ✔봄 관련 짧은 시③(정호승, 봄길, 벚꽃 그늘에 앉아 보렴, 이기철, 몇 번째 봄, 이병률 시인, 동백, 내가 사랑하는 사람, 바다는 잘 있습니다, 시 감상, 인문학, 별까지는 가야 한다) 꽃비 작은 새가 와서 벚나무에 앉더니 벚꽃을 하나씩 따서 똑똑 아래로 떨어뜨리네 새가 목을 틀어가며 꽃들을 따서 떨어뜨리고 눈물 떨어지는 속도로 뚝뚝 떨어뜨리는 것은 그 나무 밑에 사랑을 잃은 누가 하염없이 앉아 있어서겠지 – 이병률, 《꽃비》, 전문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문학동네, 2020 중 💬 이병률 시인은 충북 제천 출생이며,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나왔다. MBC 라디오 《이소라의 FM 음악 도시》 작가로서 활동했으며, 현재 문학동네 계열사 「달」 출판사의 대표이다. 「시힘」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펴낸 시집으로 《당신은 어딘가로 가려 한다(문학동네, 2003)》, 《찬란(문학과 지성사, 2013)》, 《바다는 잘 있습니다(문학과 지성사, 2017》,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문학동네, 2020)》 등이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이병률 시인 봄은 시작하고 결심하는 계절이기도 하지만, 어느 누군가에는 이별과 아픔을 되새기게 되는 계절이기도 할 것이다. 봄에 떠나는 사람이 왜 없으랴, 사랑을 잃고 벚나무 아래 앉아있는 상심의 사람에게, 새가 가만히 꽃잎으로 위로를 덮어준다. 새는 내속에서 지저귀는 또 하나의 나인가. 새는 노래하지만, 상심한 사람은 목놓아 울 힘도 없다. 봄은 아름답다. 봄볕에 눈이 부셔서 눈을 찌푸린다. 눈을 찌푸리다 보니 눈물이 난다. 봄바람에 티가 많이 날려서, 하필 눈에도 들어왔네, 하며 짐짓 눈을 비벼본다. 굳이 봄에 이별하지 않았어도, 무의식의 한켠에서 긴 잠을 자고 있던 어떤 기억들이 꽃망울처럼 터진다. 내가 두고 온 많은 것들, 떠올리고 싶지 않은 어떤 장면들, 그리고 여기와 지금 내가 존재하고 있음으로 인해 느껴지는 이런저런 상념들이, 꽃비가 되어 내 어깨에, 머리 위에 조용히 내린다. 봄이란 그런 것인가 보다. 728×90 4월의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반가운 꽃은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 그 꽃 4월의 꽃밭에서 가장 달콤한 꽃은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 그 꽃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그 꽃 바로 너 – 남정림, 《4월의 꽃》, 전문 《사랑, 지구 너머의 계절》, 모악, 2021 중에서 💬 남정림 시인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학교에서 사회학 박사 학위를 받고 여성학과 사회학 강사로 활동했다. 국회위원장실 정책보좌관, 정보통신윤리위원회 상임전문위원, 서울시 여성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에디스 창의인재연구소 대표로 네이버 블로그 에디스에세이(누적 조회 수 백만+)를 운영하고 있다. 동서문학상, 대한민국 독도문예 대전, 서울지하철 시 공모전 등을 수상했으며 동서문학회 정회원이다. 인터넷 독자들에게 호평 받은 시와 미공개 신작시로 첫 시집을 펴내며 지구 너머의 계절을 꿈꾼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 소개, 남정림 4월은 본격적으로 꽃들이 활짝 열리는 계절이지만, 부끄럽게도 나는 꽃들의 이름을 잘 모른다. 그저 경험적으로 진달래, 매화, 목련, 벚꽃 등만을 겨우 알고 있을 뿐(이것도 오랜기간 학습한 덕분이다). 그래서 봄과 봄꽃들을 노래한 서정시들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그 아름다움을 눈치채지 못했다. 가끔씩(정말 아주 가끔이다) 등산을 하며 오로지 산꼭대기를 정복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고, 오르는 그 자리자리마다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있는 꽃보석들을 놓치고만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시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그 꽃/바로 너, 라고 노래한다. ‘4월의 꽃’이라고 하여 구체적인 꽃이름이 등장할 줄 알았는데, 바로 ‘내가 가장 사랑스러운 꽃 그 자체’라고 한다. 꽃 피우지 못할 것 같았던/그 꽃 꽃 피우며 온몸으로 아팠던/그 꽃 시를 읽는 사람들은 비로소 춥고 긴 겨울, 세파에 흔들리면서도 끝까지 버텨낸 내 자신이 4월의 꽃 중 으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려해야만 꽃은 아니다. 넋을 잃게 만드는 꽃잎의 향연을 펼치는 나무만이 나무는 아니다. 눈물을 삼키고, 분노를 뒤로 하며, 끝내 이 계절을 다시 맞이한 우리들이 바로 꽃이고, 그 자체로서 밝게 빛나는 존재들이다. 반응형 목련 목줄을 끌고 내가 개를 끌고 가지만 실은 개가 나를 끌고 가는 것이다 봄이 왔다고 목련을 보러 가자고 개가 나를 끌고 백목련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이다 – 정호승, 《목련》, 전문 《밥값》, 창비, 2010 중에서 💬 정호승 시인은 1950년 대구에서 태어나 경희대 국문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1972년에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가, 1973년에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첨성대’가,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위령제’가 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서울의 예수’, ‘새벽편지’, ‘별들은 따뜻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내가 사랑하는 사람’ 등이 있으며, 어른을 위한 동화집 ‘연인’, ‘항아리’, ‘기차 이야기’, 어른을 위한 동시집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등이 있다. 소월시문학상, 동서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편운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 출처 : [교보문고], 작가소개, 정호승 실제로 동네를 다니다보면 개와 함께 봄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많다. 개들은 이리 킁킁 저리 킁킁, 신나게 돌아다니며 봄을 만끽하며, 사람들은 목줄을 제어하느라 정신이 없다. 종종 개는 사람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산책 나온 다른 개와 견주에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뜬금없는 전력질주를 감행하기도 한다. 사람이 봄을 즐기는 것인지, 개가 봄을 즐기는 것인지, 이쯤 되면 개를 끌고 산책을 나온 사람은 봄과 봄꽃을 제대로 즐길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유머가 넘치는 이 시는 지극히 현실적이기도 하기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백목련에는 뜻밖에도,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옥황상제(하늘의 왕)의 딸에 관한 전설이 있다. 북쪽 바다의 신을 사모한 나머지, 많은 사람의 구애에도 관심을 두지 않았던 공주는 몰래 궁을 빠져나가 북쪽 바다의 신을 찾아 가지만, 그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고, 상심한 공주는 바다에 몸을 던졌다. 이를 가엾게 여긴 바다의 신은 공주를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는데, 명복을 비는 뜻에서 자신의 아내도 극약을 먹여 죽게 한 후 공주 옆에 나란히 묻어주었다고 한다. 이를 알게 된 옥황상제는 슬프고 어처구니가 없어 두 사람의 무덤에 꽃이 피게 했는데, 공주의 무덤에서는 백목련(白木蓮)이, 바다의 신의 아내의 무덤에서는 자목련(紫木蓮)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백목련의 꽃말은 보통 ‘이루지 못할 사랑’이라고 하며, 백목련이 꽃을 피울 때면 그 꽃봉오리가 북쪽을 향한다고도 한다. 목련꽃이 만발하다. 그리고 찰나의 순간, 그 꽃은 떨어져 바닥에 쌓인다. 728×90 반응형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 시(詩) 게시판 > Korea in US
문정희의 ‘꽃의 선언’ 외 + 꽃의 선언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나의 성(性)을 사용할 것이며 국가에서 관리하거나 조상이 간섭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사상이 함부로 손을 넣지 못하게 할 것이며 누구를 계몽하거나 선전하거나 어떤 경우에도 돈으로 환산하지 못하게 할 것이다 정녕 아름답거나 착한 척도 하지 않을 것이며 도통하지 않을 것이며 그냥 내 육체를 내가 소유할 것이다 하늘 아래 시의 나라에 내가 피어 있다 (문정희·시인, 1947-) + 꽃 한 송이 간절하면 가 닿으리 너는 내 생각의 끝에 아슬아슬 서 있으니 열렬한 것들은 다 꽃이 되리 이 세상을 다 삼키고 이 세상 끝에 새로 핀 꽃 한 송이 (김용택·시인, 1948-) + 꽃의 이유 꽃이 피는 이유를 전에는 몰랐다 꽃이 필 적마다 꽃나무 전체가 작게 떠는 것도 몰랐다 사랑해 본 적이 있는가 누가 물어보면 어쩔까 꽃이 지는 이유도 전에는 몰랐다 꽃이 질 적마다 나무 주위에는 잠에서 깨어나는 물 젖은 바람 소리 (마종기·시인, 1939-) + 꽃비 꽃은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를 비춰주지 않는 거울이다. 들여다보는 이가 다 꽃으로 보이는 이상한 거울이다. 꽃향기는 끌어당긴다. 꽃향기에 밀쳐진 경험은 한 번도 없다. 꽃은 주위를 가볍게 들어올려준다. 꽃 앞에 서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마음은 꽃에 여닫히는 자동문이다. 꽃잎을 만져보며 사람들은 말한다. “아, 빛깔도 참 곱다.” 빛깔을 만질 수 있다니, 빛깔을 만질 수도 있게 해주시다니. 사람들을 다 시인으로 만들어주는 꽃은 봄의 심지다. (함민복·시인, 1962-) + 흔들리며 피는 꽃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시인, 1954-) + 꽃은 언제나 진다 나를 항복시키려고 꽃이 핀다 어떠한 권력도 어떠한 폭력도 이와 같은 얼굴을 가질 수 없어 며느리밑씻개란 어처구니없는 이름의 꽃도 내 앞에 권총을 빼들었다 총알을 장전한 꽃 앞에 이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이중 삼중 문을 닫고 커튼까지 쳤으나 몽유에 든 듯 여기가 어딘가 깨어보면 꽃에 코를 처박고 있거나 눈동자에 그득 꽃잎을 쑤셔 박고 있다 나는 이미 수형에 든 것이다 네가 꽃인 것이 죄인지 내가 사람인 것이 죄인지 쏟아진 물처럼 살아있는 것은 다 스며야한다 이 지독한 음해의 향기에 수갑 채여 꽃비 촘촘한 창살 속 애벌레처럼 둥글게 몸을 말아 바치며 나는 너를 이길 수 없어 완전히 내가 졌다고 생각할 때 꽃이 졌다 나를 항복시켰으면 너는 잘 나가야지 꽃은 언제나 져서 나를 억울하게 한다 (김종미·시인, 1957-) + 앙큼한 꽃 이 골목에 부쩍 싸움이 는 건 평상이 사라지고 난 뒤부터다 평상 위에 지지배배 배를 깔고 누워 숙제를 하던 아이들과 부은 다리를 쉬어가곤 하던 보험 아줌마, 국수내기 민화투를 치던 할미들이 사라져버린 뒤부터다 평상이 있던 자리에 커다란 동백 화분이 꽃을 피웠다 평상 몰아내고 주차금지 앙큼한 꽃을 피웠다 (손택수·시인, 1970-) + 압화壓花 매몰된 가을이 발견되었다 책을 끼고 그곳을 지나갔을 때 유난히 뺨이 붉은 꽃이 틈으로 뛰어들고 45쪽과 46쪽은 닫혔다 붉은 물을 토하며 서서히 종이처럼 얇아지는 동안 책은 책 밑에서 피를 말리고 있었다 계절이 계절을 덮치듯이 시간의 두께와 어둠에 내 기억은 갇혀 있었다 방치된 것들은 대부분 변형을 일으킨다 책갈피 사이 책의 생각과 엉겨있는 꽃의 얼굴 꽃들이 선호하는 죽음은 태어난 자리에서 치르는 풍장이다 압사壓死를 두려워하는 꽃들 한 권의 책으로도 죽일 수 있는 게 많다 (마경덕·시인, 1954-) + 꽃 꽃이 눈에만 보일 뿐 꽃의 소리가 안 들린다면 아직 꽃을 잘 모르는 거다. 꽃 앞에 가만히 서서 두 눈을 감고 가슴의 귀를 활짝 열면 꽃의 아름다운 겉모양 너머 보이지 않는 내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다. (정연복·시인, 1957-) * 엮은이: 정연복 / 한국기독교연구소 편집위원
꽃과 관련된 시 모음
728×90 반응형 728×170 꽃 : 김춘수 시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되었다.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香氣)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 * 감상 : 사물로서의 ‘꽃’에 대한 이름과 그 의미에 대한 관계의 고찰을 바탕으로 철학적 접근 을 통해 시적 의미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 성격 : 관념적, 형이상학적, 존재론적, 주지적 * 어조 : 대상에 대한 갈망적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창조적 상징 : 시 전체가 하나의 상징적 의미를 띰. · 내용의 점층적 확대 : ‘나’에서 ‘너’로, 너에서 ‘우리’로 관계가 확대됨 * 구성 · 제1연 : 무의미한 존재(인식 전) · 제2연 : 의미있는 존재(인식 후) · 제3연 : ‘나’의 확인 받고 싶은 존재 · 제4연 : 관계의 확산 – 각 연의 시상 응집 : 몸짓, 꽃, 꽃, 무엇 / 눈짓 * 주제 : 존재의 본질 구현에 대한 소망 * 출전 : [현대문학](1952), [부다페스트에서의 소녀의 죽음](1959) , 연작시의 꽃 내가 꽃을 소재로 하여 50년대 연작시를 한동안 쓴 데 대해서는 R.M. 릴케 류의 존재론적 경향에 관심이 있었던 듯 하다. 6·25 동란이 아직 그 결말을 짓지 못하고 있을 때다. 나는 마산 중학(6년제)의 교사로 일을 보고 있었다. 교사(校舍)를 군(郡)에 내주고 판자집인 임시교사에서 수업을 하고 사무를 보고 할 때다. 방과 후에 어둑어둑해질 나는 뭣 때문에 그랬는지 그 판자집 교무실에 혼자 앉아 있었다. 저만치 무슨 꽃일까 꽃이 두어 송이 유리컵에 담겨 책상머리에 놓여 있다. 그걸 나는 한참동안 인상깊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둠이 밀려오는 분위기 속에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지는 듯했다. 그 빛깔이 눈송이처럼 희다. 이런 일이 있은 하룬다 이틀 뒤에 나는 이란 시를 쓰게 되었다. 힘들이지 않고 시가 쓰여졌다. 꽃 : 박두진 시 이는 먼 해와 달의 속삭임 비밀한 울음 // 한 번만의 어느 날의 아픈 피흘림 // 먼 별에서 별에로의 길섶 위에 떨궈진 다시는 못 돌이킬 엇갈림의 핏방울 // 꺼질 듯 보드라운 황홀한 한 떨기의 아름다운 정적(靜寂) // 펼치면 일렁이는 사랑의 호심(湖心)아 // (하략) * 성격 : 서정적, 관조적, 비유적 * 어조 : 은근하고 차근차근한 어조 * 표현상의 특징 : 은유법의 구사 * 주제 : 자연의 신비와 생명의 아름다움 * 출전 : 시집 [거미와 성좌](1962) ‘꽃’ = (보조관념) 속삭임, 울음, 피 흘림, 핏망울, 정적, 호심 등 꽃 : 이육사 시 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 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 북쪽 툰드라에도 찬 새벽은 눈 속 깊이 꽃 맹아리가 옴자거려 제비떼 까맣게 날아오길 기다리나니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 한 바다 복판 용솟음치는 곳 바람결따라 타오르는 꽃 성(城)에는 나비처럼 취하는 회상의 무리들아 오늘 내 여기서 너를 불러 보노라. // * 감상 : 불모의 땅에서 끈질긴 목숨을 유지하며 ‘개화(開花)’를 통해 삶의 의지를 실현하고 있 다. 미래지향적이라는 점에서 작품 와 유사하다. * 어조 : 남성적, 의지적 * 시상의 전개 : 점층적, 각연은 선경 ⇨ 후정 * 구성 · 제1연 : 극한 상황 속의 새 생명의 탄생 : 극한 상황 속, 독립을 위한 끊임없는노력 – ‘동방’ : 삶의 터전인 한반도 · 제2연 : 새 생명 탄생을 위해 참고 견딤 – 제비떼 : ‘광복’의 미래 소망 – ‘저버리지 못한 약속 : 조국의 밝은 미래를 찾기 위한 자신의 희생 다짐 · 제3연 : 새 생명 탄생의 기쁨 – ‘꽃 성’ : 광복의 날 – ‘나비’ : 광복의 환희를 누리는 우리 민족 * 주제 : 새 생명 탄생의 기대와 의지 (조국 광복에 대한 신념과 의지) * 출전 : [육사시집](1946) 이육사 와의 공통점 1) 꽃피움 자기희생(속죄양 의식) 2) 제3연 마지막 행 4, 5연의 미래 기대, 확신 꽃과 언어 : 문덕수 시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 * 감상 : 1955년 유치환 시인의 추천으로 등단한 문덕수는 ‘모더니즘’의 시 세계를 지향해 왔 다. 서로 이질적인 이미지를 병치시켜 그 이미지의 상호 충돌에 의해 의미의 충격을 주는 것이 그의 주요 기법이다. 이러한 시 작법은 작가의 세계관, 주제 의식이 작품 전면에 노출 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도 독자의 상상력을 충분히 자극하여 넓은 의미의 영역 을 확보하고 있다. 꽃나무 : 이상 산문시 벌판한복판에꽃나무하나가있소.근처에는꽃나무가하나도없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를열심으로생각하는것처럼열심으로꽃을피워가지고섰소.꽃나무는제가생각하는꽃나무에게갈수없소.나는막달아났소.한꽃나무를위하여그러는것처럼나는참그런이상스런흉내를내었소. 꽃덤불 : 신석정 후기시 태양(太陽)을 의논(議論)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太陽)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太陽)을 모시겟느냐고 가슴을 쥐어 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 뜯지 않았느냐? //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 여섯 해가 지나갔다. // * 감상 : 8·15 광복은 유파를 초월하여 모든 시인에게 가슴 벅찬 기쁨이었다. 전원파 시인이었 던 신석정도 그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감추어진 슬픔도 있었다. 혼란한 시대상 그 것이었다. * 어조 : 감회(感懷)에 젖은 회상(回想) 및 기원(祈願) * 표현상의 특징 : 반복법의 사용 * 심상 : 비유적, 상징적 * 구성 · 제1연 : 일제 치하에서의 독립 운동(몸부림) – 태양 : 조국의 밝은 미래, 광복 – 태양을 등진 곳 : 일제 강점기의 조국의 모습 · 2연 : 독립을 위한 노력 – 헐어진 성 터 : 빼앗긴 조국 · 3연 : 애국 투사의 ①죽음, ②유랑, ③변절, ④전향에 대한 안타까움 · 4연 : 일제 식민지 36년 회고 · 5연 : 새로운 국가 건설에 대한 기대 – 달이 아직도 차거니 : 여전히 어두운 현실 * 주제 : 어둡고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돌이켜 보면서 광복된 조국의 기쁨과 새로운 민족 국가 수립 염원 * 출전 : [해방기념시집](1946), [신문학](1946) 수록 꽃을 위한 서시 : 김춘수 시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 눈시울에 젖어드는 이 무명(無明)의 어둠에 추억(追億)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 * 감상 : 우리 나라 시사에서 보기드문 존재론(存在論)적 입장에서 사물의 본질을 추구하는 실 존주의적 시로서 그의 연작시 중의 한 편이다. * 성격 : 관념적, 주지적, 상징적 * 어조 : 사색적, 열정적 어조 * 구성 · 제1~2연 : 인식의 부재 상태 – 1. 미지의 본질 세계 – 2. 존재 파악의 불확실성 · 제3~4연 : 인식에의 노력 · 제5연 : 인식 실패의 안타까움(극복 못한 본질의 세계) * 주제 : 꽃의 참모습을 인식하지 못하는 안타까움(곧, 존재의 본질 인식에의 염원) * 출전 : 시집 [꽃의 소묘](1959) 문제 1) 이 시에서 시인의 의식 세계가 응결되어 나타난 연은 ? 제5연 2) 이 작품에 나타난 ‘나’와 ‘너’의 관계는 ? 나 : 시적 자아, 존재의 본질에 대한 인식의 주체 너 : 꽃, 인식의 객체(대상)로서 존재의 본질적 의미 꽃잎 절귀 : 신석초 시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 * 감상 : 이 작품 역시 조지훈의 와 마찬가지로 짧은 순간에 피었다 지는 꽃의 아름다 움을 노래하고 있다. * 주제 : 꽃의 생명에 대한 감탄 – 비교 조지훈 : 소멸되어 가는 꽃에 대한 ‘슬픔’을 주조 : 꽃의 생명을 ‘감탄스러운 어조’로 노래 : 꽃의 생애가 가냘프고 짧다 하더라도 꽃은 자신의 생명과 그리움을 마냥 붉게 태우는데, 이 것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받아들이면서 끝까지 삶에 충실하고자 하는 비극적 아름다움의 모습이다. 728×90 반응형 그리드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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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시 모음 (봄에 어울리는 시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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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당신입니다 – 김용택
개나리꽃이 피면 개나리 꽃 피는 대로
살구꽃이 피면은 살구꽃이 피는 대로
비오면 비오는 대로
그리워요
보고 싶어요
손잡고 싶어요
다
당신입니다
꽃 피는 봄엔 – 용혜원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신나도록 필 때면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리라.
겨우내 얼었던 가슴을
따뜻한 바람으로 녹이고
겨우내 목말랐던 입술을
촉촉한 이슬비로 적셔 주리니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온몸에 생기가 나고
눈빛마저 촉촉해지니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봄이 와
온 산천에 꽃이 피어
님에게 바치라 향기를 날리는데
아! 이 봄에
사랑하는 님이 없다면 어이하리
꽃이 피는 봄엔
사랑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리라.
이 꽃잎들 – 김용택
천지간에 꽃입니다
눈 가고 마음 가고 발길 닿는 곳마다 꽃입니다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지금 꽃이 피고, 못 견디겠어요
눈을 감습니다 아, 눈감은 데까지 따라오며 꽃은 핍니다
피할 수 없는 이 화사한 아픔, 잡히지 않는 이 아련한 그리움
참을 수 없이 떨리는 이 까닭없는 분노 아아
생살에 떨어지는 이 뜨거운 꽃잎들
다시 오는 봄 – 도종환
햇빛이 너무 맑아 눈물이 납니다
살아 있구나 느끼니 눈물이 납니다
기러기떼 열지어 북으로 가고
길섶에 풀들도 돌아오는데
당신은 가고 그리움만 남아서가 아닙니다
이렇게 살아 있구나 생각하니 눈물납니다
봄 꽃피는 날 – 용혜원
봄 꽃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 걸
봄 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봄은 왔는데 – 이정하
진달래가 피었다고 했습니다
어느 집 담 모퉁이에선 장미꽃이 만발했다고 합니다
그때가 겨울이었지요, 눈 쌓인 내 마음을
사륵사륵 밟고 그대가 떠나간 것이
나는 아직 겨울입니다
그대가 가 버리고 없는 한 내 마음은 영영
찬바람 부는 겨울입니다
매화가 필 무렵 – 복효근
매화가 핀다
내 첫사랑이 그러했지
온밤내 누군가
내 몸 가득 바늘을 박아넣고
문신을 뜨는 듯
꽃문신을 뜨는 듯
아직은
눈바람 속
여린 실핏줄마다
핏멍울이 맺히던 것을
하염없는
열꽃만 피던 것을…..
십수삼년 곰삭은 그리움 앞세우고
첫사랑이듯
첫사랑이듯 오늘은
매화가 핀다
그대 앞에 봄이 있다 – 김종해
우리 살아가는 일 속에
파도치는 날 바람 부는 날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런 날은 조용히 닻을 내리고
오늘 일을 잠시라도
낮은 곳에 묻어두어야 한다
우리 사랑하는 일 또한 그 같아서
파도치는 날 바람부는 날은
높은 파도를 타지 않고
낮게낮게 밀물져야 한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봄 안부 – 강인호
당신 없이도 또 봄날이어서
살구꽃 분홍빛 저리 환합니다
언젠가 당신에게도 찾아갔을
분홍빛 오늘은 내 가슴에 듭니다
머잖아 저 분홍빛 차차 엷어져서는
어느날 푸른빛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당신 가슴속에 스며들었을 내 추억도
이제 다 스러지고 말았을지도 모르는데
살구꽃 환한 나무 아래서 당신 생각입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저 분홍빛이 그대와 나
우리 가슴속에 찾아와 머물다 갈런지요
잘 지내주어요
더 이상 내가 그대 안의 분홍빛 아니어도
그대의 봄 아릅답기를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 강은교
봄이 오고 있다
그대의 첫사랑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눈동자의 맨발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이 밟은 풀잎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이 흔들리는 바람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이 밟은 아침 햇빛 곁으로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이 꿈꾼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반짝이는 이슬
곁으로 곁으로 맴도는 그대의 첫사랑의 맨발의
풀잎의 바람의 아침 햇빛의 꿈 엷은 살 속
으로 우리는 간다. 시간은 맨머리로
간다. 아무도 어찌할 수 없다
그저 갈 뿐, 그러다 햇빛이
되어 햇빛 속으로 가는
그대와 오래 만나리
만나서 꿈꾸리
첫사랑
되리
봄 햇살 속으로 – 이해인
긴 겨울이 끝나고 안으로 지쳐 있던 나
봄 햇살 속으로 깊이깊이 걸어간다
내 마음에도 싹을 틔우고
다시 웃음을 찾으려고
나도 한 그루 나무가 되어 눈을 감고
들어가고 또 들어간 끝자리에는
지금껏 보았지만 비로소 처음 본
푸른 하늘이 집 한 채로 열려 있다
봄길 – 곽재구
매화꽃이 피면
다사강 강물 위에
시를 쓰고
수선화꽃 피면
강변 마을의 저녁 불빛 같은
시를 생각하네
사랑스러워라
걷고 또 걸어도
휘영청 더 걸어야 할
봄 길 남아 있음이여
봄을 기다리는 그대에게 – 홍수희
그대 마음에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자주
벗어버리고 싶었던
사랑의 무게,
어깨를 짓누르던
네 삶의 무게
인내하는 마음에
봄이여, 오시리니
네 영혼에
눈부신 봄이 온다면
그것은
사랑 때문입니다
봄날, 사랑의 기도 – 안도현
봄이 오기 전에는 그렇게도 봄을 기다렸으나
정작 봄이 와도 저는 봄을 맞지 못했습니다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당신을 사랑하게 해 주소서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사랑하는 일로 해서
이 세상 전체가 따뜻해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갓 태어난 아기가 응아, 하는 울음소리로
엄마에게 신호를 보내듯
내 입 밖으로 나오는 사랑해요, 라는 말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남의 허물을 함부로 가리키던 손가락과
남의 멱살을 무턱대고 잡던 손바닥을 부끄럽게 하소서
남을 위해 한번도 열려본 적이 없는 지갑과
끼니때마다 흘러 넘쳐 버리던 밥이며 국물과
그리고 인간에 대한 모든
무례와 무지와 무관심을 부끄럽게 하소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하소서
큰 것보다도 작은 것이 좋다고,
많은 것보다도 적은 것이 좋다고,
높은 것보다도 낮은 것이 좋다고,
빠른 것보다도 느린 것이 좋다고.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그것들을 아끼고 쓰다듬을 수 있는 손길을 주소서
장미의 화려한 빛깔 대신에
제비꽃의 소담한 빛깔에 취하게 하소서
백합의 강렬한 향기 대신에
진달래의 향기 없는 향기에 취하게 하소서
떨림과 설렘과 감격을 잊어버린 말라비틀어진
나뭇가지 같은 몸에도 물이 차 오르게 하소서
꽃이 피게 하소서. 그리하여 이 봄날이 다 가기 전에
얼음장을 뚫고 바다에 당도한
저 푸른 강물과 같이 당신에게 닿게 하소서.
꽃을 보려면 – 정호승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고요히 눈이 녹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잎을 보려면
흙의 가슴이 따뜻해지기를 기다려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를 만나려면
들에 나가 먼저 봄이 되어라
꽃씨 속에 숨어있는
꽃을 보려면
평생 버리지 않았던 칼을 버려라
봄꽃을 보니 –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봄이 오면 나는 – 이해인
봄이 오면 나는
활짝 피어나기 전에
조금씩 고운 기침을 하는 꽃나무들 옆에서
덩달아 봄앓이를 하고 싶다.
살아 있음의 향기를
온몸으로 피워 올리는 꽃나무와 함께
나도 기쁨의 잔기침을 하며
조용히 깨어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안뜰에
작은 꽃밭을 일구어 꽃씨를 뿌리고 싶다.
손에 쥐면 금방 날아갈 듯한
가벼운 꽃씨들을 조심스레 다루면서
흙냄새 가득한 꽃밭에 고운 마음으로
고운 꽃씨를 뿌리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매일 새소리를 듣고 싶다.
산에서, 바다에서, 정원에서
고운 목청 돋우는 새들의 지저귐으로
봄을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나는 새들의 이야기를 해독해서
밝고 맑은 시를 쓰는 새의 시인이 되고 싶다.
바쁘고 힘든 삶의 무게에도
짓눌리지 않고 가볍게 날아다닐 수 있는
자유의 은빛 날개 하나를
내 영혼에 달아주고 싶다.
봄이 오면 조금은 들뜨게 되는
마음도 너무 걱정하지 말고
더욱 기쁘고 명랑하게 노래하는
새가 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이슬비를 맞고 싶다.
어릴 적에 항상 우산을 함께
쓰고 다니던 소꼽동무를 불러내어
나란이 봄비를 맞으며 봄비 같은
이야기를 속삭이고 싶다.
꽃과 나무에 생기를 더해주고
아기의 미소처럼 사랑스럽게
내 마음에 내리는 봄비,
누가 내게 봄에 낳은 여자 아이의
이름을 지어 달라고 하면 서슴없이
‘봄비’ ‘단비’라고 하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풀향기 가득한 잔디밭에서
어린 시절 즐겨 부르던 동요를 부르며
흰구름과 나비를 바라보는 아이가 되고 싶다.
함께 산나물을 캐러 다니던
동무의 이름을 불러보고 싶고,
친하면서도 가끔은 꽃샘바람 같은
질투의 눈길을 보내 오던
소녀시절의 친구들도 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우체국에 가서 새 우표를 사고
답장을 미루어 둔 친구에게
다만 몇 줄이라도 진달래빛 사연을
적어 보내고 싶다.
봄이 오면 나는
모양이 예쁜 바구니를 모으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솔방울, 도토리,
조가비, 리본, 읽다가 만 책,
바구니에 담을 꽃과 사탕과 부활달걀,
믿음과 희망과 사랑의 선물들을
정성껏 준비하며
바쁘고도 기쁜 새봄을 맞고 싶다.
사계절이 다 좋지만
봄에는 꽃들이 너무 많아 어지럼증이 나고
마음이 모아지지 않아 봄은
힘들다고 말했던 나도 이젠 갈수록 봄이
좋아지고 나이를 먹어도
첫사랑에 눈뜬 소녀처럼 가슴이 설렌다.
봄이 오면 나는
물방울무늬의 옆치마를 입고 싶다.
유리창을 맑게 닦아
하늘과 나무가 잘 보이게 하고
또 하나의 창문을 마음에 달고 싶다.
먼지를 털어낸 나의 창가엔
내가 좋아하는 화가가 그린 꽃밭,
구름 연못을 걸어 두고,
구석진 자리 한곳에는 앙증스런 꽃삽도
한 개 걸어 두었다가 꽃밭을
손질할 때 들고 나가야겠다.
조그만 꽃삽을 들고
꽃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그 아름다운 음성에 귀를 기울이노라면
나는 멀리 봄나들이를 떠나지 않고서도
행복한 꽃 마음의 여인
부드럽고 따뜻한 봄 마음의 여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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