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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만화영화’ 캐릭터들 – 브런치
애니 강국인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만화영화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니까. … 지금이야 다 옛날 추억이긴 하지만, 그때는 암튼 그랬다는 거.
Source: brunch.co.kr
Date Published: 4/12/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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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Korean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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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0. 7. 17.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koPhViRAOpA
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만화영화’ 캐릭터들
본 글은 2012년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원문을 일부 교정해서 가져온 것입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장르 관련하여 외부 기고를 쓰다가 예전에 썼던 글이 생각나 공유합니다.
애니메이션 방송국에서 7년 가량 콘텐츠 마케터로 근무했던지라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지만, 이 글은 비단 업계 종사자가 아니더라도, 유년시절을 지나왔다면 누구나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지극히 저의 유년시절 기준으로 나열한 캐릭터지만, 연령대가 조금씩 다르더라도 유년시절을 공감하는 마음은 모두 비슷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티타임 시간에 수다떨듯 편하게 읽어주세요.^^
1980년대는 그야말로 전국적으로 만화영화 붐이 일었던 시기다. KBS와 MBC에서 매일 황금시간대인 6-8시 사이에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편성했고, 그 시청률이 상당히 높게 나왔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가요를 부르지만, 나 어릴때는 만화영화 주제곡을 불렀다. 만화영화 주제가만 모은 카세트 테이프, 피아노 악보 등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은 지금 20대들에겐 상상도 못할 일이겠지. 난 지금도 그때의 만화 주제가들을 거의 기억한다!
안타깝게도 현재 이 정도 수준의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나오지 않고 있다. 애니메이션 방송국에서 근무하면서 수없이 많은 작품들을 모니터링했지만, 사실 이 시절의 작품성과 포스를 뛰어넘는 작품들은 없었다. 단언컨대 일본은 세계 최대의 애니 산업국이긴 하나, 인력이나 소재, 작품성 등에서 애니메이션 제작능력은 퇴보 중에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같은 애니메이션 거장이 더 이상 나오지 못하고 있고, <은하철도 999>처럼 재미 속에 철학까지 담아내며 깊은 울림을 주는 작품은 거의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 현재 일본의 애니메이션은 일본에서조차 매니아들만을 위하 서브컬쳐 시장으로 포지셔닝하면서 완전히 변방의 문화 혹은 그들만의 문화로 자리잡은 느낌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본 포스팅의 주제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패스하기로 한다.
그 시절, 그 캐릭터들은 단지 만화영화 속에만 존재하던 것이 아니라, 내 삶속에서 나와 실제로 함께 했던 “진짜 친구들”이었다. 얘네들과 얽혀있는 자잘한 나만의 에피소드들이 많아서겠지? 그것을 우리는 유년시절의 ‘추억’이라 부른다. 그래서 애니메이션보다 ‘만화영화’라는 말이 더 정감가고, 오래된 화질과 다소 촌스런 캐릭터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이 캐릭터들이 좋다.
이런 이유로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중간중간 편지형식으로 쓴다. 읽다가 오글거리면 패쓰해도 좋다.
(사실 나도 원래 이런 감성적인 사람은 절대 아니다. ㅠㅠ)
1.
알고보니 모두 전설의 캐릭터였던 완전 꼬맹이 시절의 친구들.
역대 최고의 명작이 된 만화영화의 캐릭터들이 내 친구!
초중후반 가릴 것 없이 80년대는 그야말로 ‘만화영화’의 전성기였다. 애니 강국인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의 만화영화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으니까. 사실 조금 더 올라가 70년대부터 만화영화는 인기를 구가했다. 그 시절은 아직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으로서 아직은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해야 했던 시기였음에도, 어린이들 세대에서는 ‘문화 컨텐츠’의 파워가 엄청났었으니까. 역시 시대를 막론하고 제일 센 건 아이들이다! ㅋㅋ
어쨌거나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전설급 애니 중에 가장 유명한 것들은 사실 70년대 만화영화들일 거다. 일본에서의 제작년도까지 고려하면 60년대~70년대 만화영화들이 사실 가장 최강이다. 그 유명한 <아톰>, <마징가 Z>, <은하철도 999>, <요술공주 샐리>, <요술공주 밍키>, <미래소년 코난>, <플란다스의 개>, <들장미소녀 캔디>, <가제트형사>, <스머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 <호호아줌마> 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하지만 다행히도 그 당시의 만화영화를 볼 정도로 일찍태어나진 않아서(라고 주장하고 싶지만??ㅋㅋㅋ), 내 기억 속의 명작 애니들은 대개가 80년대 방영되었던 작품들부터 시작된다.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유튜브를 중심으로 다시 키즈콘텐츠가 뜨고 있긴 하나, 미디어 환경의 변화 때문인지 현재의 키즈 콘텐츠 인기는 우리 때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다.
하지만 어떤 환경에서 자랐든, 누구나 어린 시절 좋아했던 추억의 캐릭터는 갖고 있다는 것은 대체로 만국 공통이다. 21세기 들어 넘사벽 존재감을 자랑하는 ‘뽀통령’과 ‘핑크퐁’, ‘아기상어’ 등이 10~20년후 지금의 아이들에게 얼마나 그리운 추억이 될지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오늘날의 아이들과 달리, 70~80년대생들은 명작 애니메이션들을 지상파에서 매일 저녁마다 시청하면서 자라기는 했지만, 죄다 해외 애니메이션들이었기 때문에 추억의 캐릭터들도 외국산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그 캐릭터들을 우리나라 ‘사람’인양 받아들이며 놀았다. 물론 한 두살 성장하면서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만, 그만큼 그 시절 아이들은 순수했고 만화영화 외에는 볼 거리가 없었다.
아직 철이 안 들은 것일 수도 있지만, 난 지금도 이들이 친구같다. 그 시절의 나의 감정과 생각들을 생생하게 떠올릴 때면 이 캐릭터들이 항상 있다. 그래서 이 캐릭터들 자체가 어느 순간부터 우리의 어렸을 적 ‘추억’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 아닐까. 아주 오래되어서 더 보고 싶은, 생각만해도 행복해지는, 그런 친구. 그래서 오글거림을 무릅쓰고 그 시절 캐릭터들에게 편지를 써 보았다.
1. 첫 번째 그리운 친구, 모래의 요정인 바람돌이
<모래요정 바람돌이>
아아, 바람돌이야. 오랜만이야. 잘 지냈지?^^
세월이 지났는데도 넌 하나도 안 늙었구나? 부럽다. 난 그때 어렸었잖아. 근데 어느새 훌쩍 나이를 먹었지 뭐야. 그땐 널 얼마나 만나고 싶었다구. ㅠㅠ
엄마가 먹고 싶은 과자를 안 사줄때면, 아빠가 갖고 싶은 장난감을 안 사줄때면, 난 널 만나길 간절히 바랬었어. 물론 지금 생각하면 엄마 아빠가 그때 내 요구를 무조건 들어주지 않아서 다행이지만, 암튼 그땐 그랬었단다.
하루에 한가지씩 소원을 들어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매일매일 한가지씩, 먹고 싶은 과자랑 갖고 싶은 장난감 소원을 너한테 빌고 싶었거든.
혹시 그거, 지금도 유효하니? 소원은 하나씩, 하루에 한가지, 너의 선물이라던 그 약속 말이야.
만약 유효하다면, 오늘 내 소원을 말해도 될까?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가게 해줄래?
딱 하루만이라도! ^^
2. 두 번째 그리운 친구, 꼬마자동차 붕붕
<꼬마 자동차 붕붕>
우왓, 붕붕이구나? 꼬마 주제에 씽씽달리는데다 웃는 얼굴로 말까지 하던 너!
나 어릴 때, 너는 전국의 아이들이 원했던 애마였었지. 철이가 참 부러웠는데 말이야.
게다가 꽃향기를 맡으면 힘이 솟으니, 연료 걱정도 없잖아?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연비가 좋으면 최고거든.
근데 21세기 들어서도 아직 너만큼 연비 효율 좋은 차는 개발이 안됐어. 몇 년 전부터 자율주행자동차가 화두가 되기 시작했지만 아직 갈길은 멀만 하다. 너처럼 말하는 차는 아예 못 만들어. 말하는 자동차인 너를 감히 ‘꼬마자동차’로 부르는게 아니었다는 걸, 성인이 되어서야 알았지 뭐니. 그때 우리는 그렇다치고, 애니메이션을 만든 분들은 어떻게 너에게 ‘붕붕’이라는 이름과 ‘꽃향기’를 원료로 삼는다는 깜찍한 설정을 할 수가 있었던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신기해. 사실 네가 꼬마라서 그렇지, 스펙은 엄청났던 차였던거잖아.
근데 사실 난 그걸 알아챘다? 어린 나이였는데도 말이지. 그래서 앞서 말한 바람돌이에게, 붕붕 너를 타고 여행하게 해달라고 소원을 빌고 싶었다니깐? 그때 너를 타보지 못한채 헤어진게 안타까워서, 23살이 되어서야 운전면허를 땄단다. 그 전까지는 내 맘속에 내가 타고 운전해야만 하는 차는 오직 너뿐이었어! 진짜야. ㅋㅋㅋㅋ 근데 넌 지금쯤이면 어른자동차가 되어 있을까? 하긴 그동안의 경력이 얼만데, 그치?
3. 세 번째 그리운 친구, 이상한 나라로 가야만 했던 폴
<이상한 나라의 폴>
폴의 친구였던 강아지 ‘삐삐’와 인형 ‘찌찌’, 그리고 너무 너무 무서웠던 ‘대마왕’
오, 폴! 너무도 멋졌던 폴!
아무리 생각해도 니나는 진짜 위너야. 너처럼 용감한 남자친구가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이니? 당시 동네친구들 중엔 울보 남자애들도 많았는데 말이야. 너는 어쩜 그리 용감하던지.
너 때문에 전국의 많은 여자아이들의 눈높이가 확 올려갔을 거야. 어른이 되고 보니, 누군가를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모험을 떠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건지 자연스럽게 알게 됐어. 모두가 감당해야 할 삶의 무게가 워낙 많거든. ㅠㅠ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가족들을 위해 오늘도 용기를 내서 살아가곤 해. 여기는 ‘이상한 나라’가 아닌데도 말이야. 아마도 우리 어린 시절에 너의 활약을 보고 자랐던 아이들이, 가족을 위해 용기를 내는게 아닐까 싶어. 커서 보니 ‘대마왕’ 같이 무서운 대상들이 참 많더라고. 어쩔때는 그것이 사람이기도 하고, 환경이기도 하고, 심지어 자기 자신이기도 하고 그렇더라. 그런데도 많은 이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이 무찔러야 할 ‘대마왕’을 향해 오늘도 용감하게 걸어가고 있단다. 용기를 보여줬던 네 덕분이야.
니나는 여전히 예쁘겠지? 부러운 기집애. 너처럼 멋진 남친도 있으면서, 얼굴까지 예쁘다니! 나 또 부러워질려구 한다. 삐삐와 찌찌도 잘 지내지? 걔들에게도 안부를 전해주렴. 너무 귀엽고 재밌던 친구들이었잖아. 특히 삐삐는 정말…ㅋㅋㅋ
대마왕은 지금 봐도 무섭다. 어릴때 네가 나온 만화영화를 보면 꿈에 꼭 대마왕이 나와서 벌벌 떨면서 잤던 기억이 나. 저렇게 무서운 대마왕의 두 뿔을 멋지게 부러뜨리던 너. 그 모습을 어찌 잊겠니!
폴, 대마왕을 무찔러줘서 그때 정말 고마웠었어^^
4. 네 번째 그리운 친구, 새롬이
<천사소녀 새롬이>
새롬아! 얼마만에 불러보는 이름이니? 진짜 오랜만이다.
사실 고백하자면 말야. 다른 친구들에 비해 넌 한동안 잊고 있었어. 널 다시 기억에서 끄집어낸게 2006년, 애니메이션 방송국에서 일하면서였으니 말야. 미안해 새롬아.
하지만 그 시절 너를 보며 얼마나 즐거웠던지, 오랜만에 기억을 되살리는데도 모든 기억이 너무 생생하더라.
나 어릴때 MBC에서는 네가 나오는 만화영화를 그냥 <새롬이>로 했었었지, 아마? 근데 2005년인가, 네가 ‘추억의 애니’라는 이름을 달고 케이블 방송국에서 다시 나올때는 앞에 ‘천사소녀’가 붙어있더라고. 아니면 내 기억이 희미한 걸까? 그런거라면 또 미안해진다. 너한텐 왜 이리 미안한 마음이 많은 걸까?
그때는 말이지. 옆집, 앞집, 윗집, 아랫집 할 것 없이, 동네의 여자아이들은 다 네 노래를 부르고 다녔어.
“샬랑 얄랑 빙글뱅글, 샬랑 얄랑 빙글뱅글 빰빠라 빰바~”
이게 주문이었지? 너는 잠깐 잊고 있었지만, 노래는 정확히 기억해. 이 주문을 외면, 우리처럼 평범했던 네가 완전 예쁜 모습의 가수로 변했었잖아. 그래서 우리도 열심히 그 노래를 불렀단다. 그러면 우리도 너처럼 예쁘고 인기많은 가수로 변할 줄 알았거든.그래서 폴처럼 멋진 남친도 만나고, 붕붕이 타고 여행도 가는 꿈의 삶을 살 줄 알았지 뭐야.
하지만 아무리 샬랑얄랑 주문을 외웠는데도, 난 그냥 평범하게 자라버렸다는 거. 어쩌면 그래서 널 잊고 있었던 걸까? 그래도 어릴땐 단 한 번도 네가 ‘밍키’나 ‘샐리’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적 없었어. 그냥 넌 너대로 우리의 예쁜 가수 친구였으니까.
그래서 널 생각하면 아직도 설레. 여전히 그 주문을 외면 예쁘게 변신할 것 같은 마음이 드는 건, 네가 걸어준 마법인거니?^^
5. 다섯 번째 그리운 친구, 돈데크만
<시간탐험대>에 등장하는 주인공 주전자 ‘돈데크만’과 ‘슈퍼맨’
푸하하핫. 돈데크만이구나?
잠깐 좀 웃고 나서 인사할께. 널 생각하면 웃음부터 터져서 말이야. 크히히히.
돈데 기리기리, 돈데 기리기리, 돈데크마안~~ 하고 네가 외칠때면, 늘 시간여행을 했잖아. 많은 이들이 언제나 여행을 꿈꾸고 있지만, 여행의 최고는 역시 시간 여행인 것 같아. 비록 아직까지 시간여행을 한 사람들이 없어서 아쉽지만 말이야.
그런데 그 멋진 능력을 가졌는데도, 넌 참 “쉬워” 보였다? 그 많은 만화영화의 주인공들 중에서 너처럼 지조없고 허당인 애는 처음이었거든. 악당에게 방금 그렇게 당해놓고도, 악당이 네 손잡이만 잡으면 바로 “주인님”하고 돌변하던 너! 덕분에 탐험대 주인공팀들이 골치 꽤나 썩었었잖아.
그런데도 넌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오히려 그래서 더 귀여운 캐릭터였어. 네가 “돈데 기리기리~~”하고 외치는 소리를 듣는 건 모두의 즐거움이었거든. 너와 함께 나도 시간여행하는 기분이었기도 했고. 요즘에도 너 같은 캐릭터는 다시 만나기 쉽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네가 참 많이 보고싶다.
그 슈퍼맨도 잘 지내지? 너가 방영될때, 슈퍼맨도 인기 짱 많았던거 알아? 아마 너 만큼의 인기를 구가했을껄? 아무런 대사없이 나타날때마다 늘 “하하하하~~”하고 웃기만 하면서 날라다녔잖아. 네 편도 아니고 악당편도 아니고, 그냥 뜬금없이 나타나서 “하하하~”하고 웃으며 날아가던 슈퍼맨. 시간여행하러 뉴욕에 갔다가 자유의 여신상에게 한 눈에 반해서 자유의 여신상을 들고 날아온 슈퍼맨. 어찌나 웃기던지. 시리즈 끝날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슈퍼맨은 오직 “하하하~”만 외쳤는데도, 등장인물 명단엔 떡하니 올라가 있었으니까. 다음날 학교가면 친구들이랑 네 얘기하면서, 슈퍼맨 성우는 진짜 불쌍하다며 웃었던 기억이 나. 그 슈퍼맨, 지금도 웃음 바이러스 열심히 전하고 있겠지?^^
6. 여섯 번째 그리운 친구, 메칸더V
<메칸더 V>
와아~ 메칸더다! 너 여전하구나?
압도적인 폭풍 카리스마, 요즘 말로 하면 완전 “쩔었던” 너였지!
전국의 모든 어린이들이 하나가 되어 합창했던 네 노래. 지금도 네 노래만큼의 명곡은 없다고 생각해. 적어도 내겐 그랬어. 네 주제가는 그때 우리들에게 애국가 이상이었어. 온 동네 아이들이 메칸더 방영시간이면 떼창으로 메칸더 노래를 불렀으니까. 그 노래를 부를땐 괜히 내가 만화 속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결연해졌던 기억도 나. 메칸더 원, 메칸더 투, 메칸더 쓰리~하는 후렴구에선 모든 아이들이 목이 쉬어라고 크게 샤우팅을 했던 것도 생생하고.^^
네가 방영될 당시는 정말 그야말로 너의 세상이었지. 너만큼의 붐을 일으킨 캐릭터가 과연 있을까 싶다.
요즘 나오는 뽀로로도 글쎄… 너만큼의 열풍은 아니었을거야. 물론 지금 아이들이 어른이 되면 반박할지도 모르지만.
혹자는 너보고 짝퉁 마징가라고도 하는데, 난 그 소리 들을때 마다 화가 나.
우리들의 영웅, 그것도 절대적이고 압도적인 영웅인 너를 두고 짝퉁이라니, 이건 너와 함께 자란 우리 세대의 추억을 무시하는 거지 뭐야! 우리에게 넌 마징가와도 비교가 안되는 최고의 로봇이었는걸.
2008년에 프로모션 때문에 청소년 시청자들을 데리고 도쿄 애니메이션 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어.
근데 그곳 입구에 네가 떠억~하니 서 있는거야. 얼마나 반갑던지.
그래서 나도 모르게 “메칸더!” 외쳤는데, 동행했던 학생들이 놀라더라. 그 아이들 중 두 명만 네 이름을 들어봤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단다. 아니, 어떻게 널 모를 수가 있을까. 네가 얼마나 유명했는데! ㅠㅠ
사실 거기 있던 모형은 건담이었어. 자세히보니 건담 맞더라. 건담을 몰랐을리 없지만, 네 이름이 먼저 나온건 아마 네가 너무 그리웠기 때문일거야.
2000년대 이후로는 건담이 대세가 되었겠지만 말이야, 내 눈엔 건담은 너의 짝퉁일 뿐이야. 건담이 어떻게 감히 너한테 견주겠니? 메칸더 원, 투, 쓰리! 메칸더의 세 용사가 단결하면 천하무적의 메칸더 브이가 되고, 원자력 에너지에 힘이 솟고, 그럼 지구는 안전해지는데 말이지!
마징가? 건담?
Nope! 내겐 메칸더 브이가 최고야. 메칸더, 넌 여전히 나의 영웅이란다^^
2.
‘평범한 설정’이 매력이었던, 이웃처럼 친근했던 캐릭터들!
국산 만화영화의 대반격, 신토불이 만화캐릭터 친구들의 등장
80년대는 애니메이션의 전성기였다. 이는 단지 방송국에서 매일 애니메이션을 프라임타임에 편성한 것에만 그친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 시절은 국산 애니메이션의 비약적인 발전도 함께 이루어졌던 시기이기도 했다. 사실 그 시절의 국내 애니 컨텐츠 산업은 기반 자체로는 오늘날에 비해 매우 약한 편이었다. 따라서 이 당시 이룩한 국내 애니메이션 산업의 발전은 오로지 산업 종사자들의 ‘소명감’과 그들이 품었던 ‘핑크빛 희망’, 그리고 그 희망을 이루기 위한 업계 종사자들의 정신적인 의지와 노력으로 발전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물론 60-70년대에도 국산 애니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때의 국내 애니메이션은 ‘마루치아라치’, ‘똘이장군’ 등의 반공/반전의 요소 등에 스토리가 국한되거나 또는 ‘태권브이’ 같이 일본의 마징가를 모방한 작품들을 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당시의 시대상황이 먹고 살기가 바쁜 시절이라, 문화컨텐츠, 그것도 아이들만 즐기는 ‘만화영화’에 힘을 쏟을 여력이 없었던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전쟁 직후 경제개발에 힘쏟는 과정에서 애니메이션 산업에 대한 부가가치를 인식할 겨를도, 산업적 내공도 전혀 쌓이지 않았던 시절이니 그러려니 하자.
하지만 경제 부흥과 함께 집집마다 아이들 파워가 강해지면서, 국내에도 애니메이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시청/편성/산업 등 전방위적으로 불었던 바람이었는데, 80년대는 <뽀뽀뽀>,
이 키즈 프로그램의 대중적 인기를 주도하면서, ‘만화영화’로 불리던 애니메이션에 대한 인식과 관심까지 대중적으로 확산된 경향이 있었다. 덕분에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지금까지도 국내 애니메이션의 최절정기로 여겨지고 있다. <아기공룡 둘리>로 부터 시작된 국산 애니메이션의 돌풍은 예쁘기만하던 일본캐릭터들과는 달리, 1) 옆집 친구처럼 친근한 외모의 캐릭터들과 2) 청소년드라마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의 현실감이 살아있는 스토리에 3) 국내 고유의 정서까지 담겨있어,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높은 인기를 얻었을 정도였다.
그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던지 공중파 (당시에는 KBS와 MBC 양강체제였다. SBS는 1990년에 출범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에 여력을 쏟을 형편이 되지 않았다)에서 주말/주중 할 것없이 황금시간대에 국산 애니를 편성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요즘으로선 상상도 할 수 없는 편성이었는데, 그게 또 시청률도 잘 나와서 황금시간대 편성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꽤 오랫동안 지속됐었다. 게다가 애니메이션은 장르적 특성상, 재방송을 할수록 시청률이 높아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휴일이나 연휴에는 국산 애니메이션들이 통째로 편성되곤 했었다. (애니메이션은 본방보다 재방때가, 재방보다 삼방때가 시청률이 가장 높고, 그 이후부터는 완만한 하강곡선을 그린다. 드라마가 본방이 가장 높은 것과는 정 반대이다. 그래서 애니는 본방이라는 말보다 ‘초방’이라는 말을 주로 쓴다.)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보던 국산 만화영화. 지금도 그 캐릭터들은 영화로, 뮤지컬로, 캐릭터산업으로, 리메이크로, 계속해서 변화할 만큼 인기도 현재진행형이다.
7.일곱 번째 그리운 친구, 둘리와 친구들
<아기공룡 둘리>의 둘리와 친구들
얘들아~~ 아니지. 한 명씩 불러볼까?
둘리야. 도우너야. 또치야. 희동아. 길동이 아저씨. 마이콜. 영희야. 철수야. 단역으로 나왔지만 잊을 수 없는 꼴뚜기 왕자와 꼴뚜기 신하까지.
너희들은 도저히 한 명만 고를 수가 없다. 다른 만화영화 캐릭터들도 모두 좋았지만, 특히 너희는 백 번 고민을 해도 못 고르겠어. 팀플레이를 제대로 보여준 너희들. 그래서 부득이하게 “둘리와 친구들”이라고 제목을 붙였다만, 내겐 너희 한명 한명이 정말 소중한 친구였던거, 알지?^^
이젠 국가 대표급의 캐릭터로 부상한 너희들을 보면 괜히 내가 뿌듯해지곤 해. 아이들에겐 ‘뽀로로’가 그 아성을 넘었을지 몰라도, 전 연령층으로 보면 너희를 못 따라오지. 수많은 연예인들이 둘리 너 따라하기 놀이를 하곤 하는걸? ㅎㅎ
그런데 둘리야. 길동이 아저씨는 그만 좀 괴롭히렴. 아저씨가 아직 40대인것 같은데 너네 땜에 탈모 오는 것 같아. 저 머리, 아무리 봐도 가발같거든. 누구라도 둘리, 또치, 도우너, 너희 세명 데리고 있으면 탈모 안오고 견디겠니? 게다가 늘 인상쓰시느라 미간에 주름도 안 펴지는것 같아. 요즘 동안 열풍이 대세인데, 길동이 아저씨는 노안이라구. 가장의 무게가 점점 무거워지는 요즘이야. 이젠 좀 아저씨 웃게해드리렴. 그래도 아저씨가 속으론 너희들 아껴주시잖아. 그러니까 매번 당하면서도 너희들 받아주지.
마이콜은 음악 계속 하고 있니? 한물 가긴 했지만 아직도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은 통하는데, 한번 도전해보지 않을래? 아이돌 음악에 지친 사람들이 오디션으로 스타를 뽑고 있거든. ‘버스커버스커’, ‘워너원’ 등이 다 오디션 출신이야. 내 생각엔 마이콜 네가 오디션 나가면 단박에 팬덤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라면송>, <하품송>. 이건 다시 들어도 명곡같아.
난 아직까지도 신라면이 CM송 주제가로 너의 ‘라면송’을 쓰지 않고 있는 이유를 모르겠어. 라면송 만한 노래가 어디있다고. 암튼 오디션 도전해봐. 너 지원하면 내가 팍팍 응원할테니. 둘리가 ‘호이호이’로 후렴구 맞아주고, 도우너가 ‘깐따삐야’ 랩으로 피쳐링 해주면 우승 가능하지 않을까? 또치는 뒤에서 춤추라고 하지 뭐. ^^
8. 여덟 번째 그리운 친구, 머털이
<머털도사>의 ‘머털이’
머털아. 짠한 녀석.
사실 말야, 내 만화친구들 중 가장 못생기고, 가장 없어보이던 애가 너였어.네가 방송될 때 네 이름 뒤에 ‘도사’라는 말이 붙어서 나가긴 했는데, 네가 너무 없어보이니까 불쌍해서 ‘도사’라는 말을 붙여준게 아닐까 싶기도 했단다. ㅋㅋㅋ
산꼭대기보다도 높은 절벽에 있는 다 쓰러져가는 움막집에서, 온갖 잡일과 노동을 다 하면서도 맨날 구박받기 일쑤고. 모시는 스승님의 이름도 하필 ‘누더기 도사’님. 생긴건 뭔가 있어 보이는데, 도통 너에게 아무것도 가르쳐 주시질 않았잖아. 그런데도 노동력착취라고 반항도 제대로 못하던 너는 어쩌면 나 어린 시절의 만화 주인공 중에서는 가장 꺼벙하지 않았나 싶어. 어디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었어야지 말야.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있다고 왕질악 도사랑 꺼꾸리 앞에서 머리털 올리다가 누더기 도사님을 죽게했잖아ㅠㅠ 게다가 꺼꾸리가 강제로 네 머리털까지 밀었을 때, 그때 너 진짜 못 생겼더라. 웬만한 만화영화 주인공들은 다 예쁘고 잘생겼잖니? 하지만 넌 현실의 우리보다 못생겨서, 우리들에게 동정표를 얻어내던 아이였어. ㅋㅋㅋ
그래서 나중에 머리털이 다시 나면서 그걸로 도술을 부릴땐 제법 놀라우면서도, 기특한 마음까지 들더라고. 너는 아마도 그때 우리가 ‘키우는 느낌’이 들어서 좋아했던 아이가 아니었나 싶어. 그래서인지 못생기고 답답한데도, 네가 괜히 좋더라고.
지금쯤은 그때의 누더기 도사님 못지않은 도술을 연마했겠지? 아니다. 너의 꺼벙함을 생각하면 여전할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그래서 네가 친근해.
몇 년 전, 네가 리메이크 된다는 뉴스를 봤어. 널 그리워하는 사람이 나 말고도 많은가봐. 꺼벙하긴 해도 누구보다 순수했던 너. 리메이크 되서 다시 돌아오면 꼭 보러간다는 약속은 못 지켰지만, 네 관련 소식은 계속 모니터링 하고 있단다. 앞으로 세계로도 뻗어나가렴^^
9. 아홉 번째 그리운 친구, 저팔계와 사오정
<날아라 슈퍼보드>의 ‘저팔계’와 ‘사오정’
오예, 팔계랑 오정다아~ 히히히. 너네도 돈데크만 못지 않은 개그콤비잖아? 언제나 웃음을 주던 너희들.
반갑다 얘들아. 특히 팔계 너. 난 네가 젤 좋았어. 외모로는 절대 내 취향이 아닌데도, 너에게 난 이유없이 끌렸.. ㅋㅋㅋ
사람들은 너에게 그랬지. “저팔계야 저팔계야 못된 짓 하고나면, 후회할 거야! 후회할 거야! 정말, 정말~” 이렇게 말이야. 그럼 너는 그럴때마다 “나는 나는 저팔계, 왜 나를 싫어하나? 나는 나는 저팔계, 도대체 모르겠네.”하고 외치더라고. 에고, 답답이같으니! 못된 짓 하니까 싫어하지, 도대체 뭘 모르겠다는 거였니!
근데, 사실 네가 진짜 못된 건 아니었잖아? 사람들도 말로만 그랬지, 실제로는 널 무지 좋아했단다. 슈퍼보드 방영 당시에는, 네가 인기 단연 탑이었을걸? 사오정이 나중에 치고 올라오긴 했지만 말이야. 덕분에 오공이가 묻히는 희안한 현상까지 벌어졌으니까. 아무도 예상치못한 저팔계의 인기몰이! 짜식, 너 쫌 대단했다?ㅋㅋ
그리고 오정아, 너도 참 좋았어. 당시에는 팔계에게 밀렸지만 뒷심이 대단했던 너였잖아. 지금은 팔계보다 네 인기가 좀더 앞서는것 같기도 해. 무엇보다 너의 그 후드모자는 시대를 앞서갔던 아이템이야. 넌 패셔니스타였던 거지!
그러니 제발 팔계에게도 멋진 옷 한벌 코디해줄래? 몸도 좀 날씬해보이는 걸로 부탁할께. 저 배를 그냥 내놓고 다니는데다, 저 군복같은 조끼는 어디서 났는지. 선글라스도 너무 올드하거든. 정 안되면, 너같은 후드티라도 팔계에게 입혀주라~^^
10. 열 번째 그리운 친구, 영심이
<영심이>
아이고, 영심아. 과잔지 강냉인지가 그리 맛있더냐? 옆의 순심이 얼굴좀 봐봐. 순심이 썩소 표정 안보이니?
나도 여동생이 있는 언닌데 말야, 어릴 때 너 때문에 나도 동생에게 당하곤 했었어. TV의 해악, 아니 ‘만화영화의 해악’을 몸소 체험했던게 바로 너네 자매때문이었다고나 할까? 네가 방영될 때 초딩 1학년이던 동생이 순심이를 보더니, 꼬박꼬박 ‘언니’라고 부르던 녀석이 나를 별명으로 부르기 시작했지 뭐니. 지금이야 다 옛날 추억이긴 하지만, 그때는 암튼 그랬다는 거. ㅋㅋㅋ
아마 지금은 너희 두 자매는 서로에게 최고의 친구가 되어있을거 같다. 나와 동생처럼, 이 세상의 많은 자매들처럼.
그리고 경태는 잘 있니? 그런 순수남, 요즘 세상에 찾기 힘들다. 경태 맘 바뀌기 전에 얼른 잡아. 아, 어쩌면 너넨 이미 커플이 되어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어릴때 네가 경태 마음 받아주길 간절히 바랬었거든. 제발 지금은 그랬으면 좋겠다^^
11. 열 한 번째 그리운 친구, 하니
<달려라 하니>의 ‘하니’
하니야. 네가 웃는 모습을 보니 나도 행복하다. 이렇게 웃는 모습이 예쁜 것을. 넌 내 맘 속에 가장 짠한 캐릭터야. 머털이와는 또다른 짠함이랄까. 다른 애니 캐릭터들과 달리, 너는 웃는 것보다 울 때가 많았었지. 네가 울때면 나도 같이 울고 싶었어. 네가 웃기를 얼마나 바랐었는지 몰라.
엄마가 보고 싶어서 미친듯이 달릴 때.
그래서 결국 100미터에서 우승했을 때.
하지만 부상으로 더이상 단거리를 뛸 수가 없었을 때.
그래도 엄마 생각이 나서 마라톤을 뛰기로 했을 때.
마라톤을 뛰다가 결국 쓰러졌을 때.
하지만 끝까지 일어나 완주했을 때.
꼴찌로 들어옴에도 끝까지 달리는 너를 위해 사람들이 진심으로 박수를 쳐 줬을 때.
기쁨과 안타까움의 눈물을 담아 마지막까지 달리던 너를 보면서 나도 울었단다.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잘 안우는 내가, 널 보면서는 눈물이 나더라고.
이선희 언니가 힘찬 목소리로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하니~ 이세상 끝까지 달려라 하니”하고 노래할 때면, 널 진짜로 응원하는 마음으로 온 동네 아이들이 따라 불렀었던 거 알아? 학교에서는 달리기 시합이 있을때마다, 너도 나도 네 이름이 자기 별명이 되기를 바라며 뛰기도 했었어.
그리고 그런 너의 후원자셨던 홍두깨 선생님. 비록 엄마는 없지만, 그래서 엄마가 네게 그런 선생님을 두고 가셨었나봐. 자세히보면 홍두깨 선생님, 은근 미남이시다? 여학교에서는 꽤 인기 많으실 타입이셔. 문제는 그놈의 추리닝 패션인데, 사오정에게 후드티 하나 코디해달라고 부탁해보자.
근데 2003년에 홍두깨 선생님 목소리를 내셨던 장정일 성우님이 사고로 돌아가셨었어. 난 성우팬도 아닌데도, 그때는 맘이 좀 그렇더라. 꼭 홍두깨 선생님을 잃은 것 같아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어딘가에서 또 달리고 있을지도 모를 네가 생각나서 말야.
하니야, 혹시 지금은 홍두깨 선생님이 보고 싶어서 뛰고 있니?
엄마도, 선생님도 네 곁엔 없을지 모르겠지만, 대신 너를 사랑했던 수많은 아이들이 있잖아.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된 지금도 너를 사랑하고 있다는 걸 기억하면서 힘내주렴.
더는 울지말고. 이제는 웃으면서, 행복하게 뛰었으면 좋겠다, 하니야~!
3.
추억을 넘어 지금도 내 곁에.
성인이 되어서도 친구로 남아있는 캐릭터들.
추억은 추억으로 남기 때문에 추억이다. 하지만 추억이 현재에도 진행 중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추억이 아닌, ‘현실’ 또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된다. 난 이제 성인이 되었고, 어릴 때처럼 ‘만화영화’에 열광하지도 않는다. 요즘엔 성인들도 애니메이션을 소비하는 시대이지만, 6~7년을 애니메이션 업무를 하다보니 오히려 난 평소 애니메이션을 거의 소비(시청)하지 않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쏟아져 나오는 애니 콘텐츠들을 1,2회정도 보면 왠만한 건 다 파악이 되어버리니 더이상 재미도 잘 못 느낀다. 한 때 일본어 공부때문에 애니를 보는 것이, 일이 아닌 용도로 소비하는 유일한 것이었으니까. (지금은 그 일본어를 다 까먹었지만 ㅠㅠ)
그래서일까. 어릴 때보다 더 많은 애니메이션을 접했음에도 더 이상 난 새로운 친구를 만들지 못했다. 덕분에 어린 시절 함께했던 캐릭터들은 이제 기억의 뒤편에서 추억으로 남아 가끔씩 그리움을 선사한다. 그런데 어릴 때 접했음에도, 성인이 되어서 오히려 더 좋아진 캐릭터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내게 추억이었던 적이 없다. 언제나 내게 현재였을 뿐. 그리고 아마 미래까지도 함께 갈 친구들일 것 같다.
12. 열 두 번째 그리운 친구, 오스칼
<베르사유의 장미>의 주인공 ‘오스칼’
오스칼. 여자로서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정말 멋진 친구.
네게 완전히 반해서 중학교 들어가서는 수업시간에 몰래 친구들과 만화책을 돌려가며 읽곤 했었어. 하지만 만화보다는 TV 시리즈에서 넌 더 빛났던 것 같아.
자신의 신념을 위해 인생을 거는 도전정신.
귀족이면서도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 분노할 줄 알던 정의감.
여자이면서도 남자들로만 이루어진 군대를 멋지게 통솔하던 리더십.
정의를 위해 위험 속으로 몸소 뛰어들어가던 불꽃같은 에너지.
난 너를 볼때마다 감탄하곤 해. 앙뜨와네트 못지 않은 미모도 가졌지만, 네가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외모 때문이 아니었으니까. 넌 아름다운 여자이기도 했지만, 그보단 정말 “멋진 인간”이었어.
너의 그 열정이, 약자를 향한 너의 그 분노가, 너의 그 따뜻함이, 다시 생각해도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당시 시대상황에서 남자들에게 기대지 않는 자주성과 사회 부조리에 저항하는 너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어. 한 명의 연약한 여자로만 남을 수도 있던 인생을 넌 거부했지. 미처 몰랐던 것에 대해 과감히 너 스스로의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고된 작업을 감수하면서, 넌 그렇게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쳤어. 18세기의 프랑스 시민에게도, 그리고 21세기를 살고 있는 나에게도.
오스칼. 세상은 이제 달라졌단다. 네가 살던 시대와는 많이 바뀌었어.
이젠 더 이상 신분제 시대가 아니야. 인도 같은 일부 나라에선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이제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이 기본 전제가 된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단다. 물론 완전한 자유와 평등은 여전히 멀어보이지만, 그건 인류 역사 속에서 영원히 풀지 못할 숙제일거야. 인간은 기본적으로 불완전한 존재니까.
귀족과 평민이 동등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는 개념이 자리잡게 된 건, 아마도 그때 이름없이 죽어갔던 수많은 시민들 덕분이겠지? 어쩌면 그 무명의 사람들 중에 진짜로 너 오스칼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역사엔 앙뜨와네트와 페르젠의 이름만 기록되어 있지만, 너와 앙드레는 그 무명의 죽어간 다수의 시민들 중 한 명으로 남았을 거라는 생각은 날이 갈 수록 확신으로 남는 건 왜일까?
13. 가장 그립고 소중한 친구, 앤
<빨강머리 앤>
마지막으로 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친구. 역시 넌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네 모습을 보니 내 얼굴에도 웃음이 인다.^^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이. 어떠한 절망 속에서도 항상 긍정에너지를 잃지 않고 감사하던 너를 생각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반성하게 되는 건 나 뿐이 아닐꺼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널 친구로 생각하며 살아가니까 말야. 땅꼬마 아이들부터 백발의 할머니들까지. 넌 추억으로만 남기에는 너무 귀하고 사랑스러운 아이거든. 너도 그걸 알지?
2009년에 너의 100주년 기념행사를 맞아서 널 다시 읽었어. 어릴땐 만화로 만났던 너였지만, 너에게 너무 반했던 나는 널 영화, 드라마, 소설로도 꾸준히 만나왔었지. 다시 봐도, 언제 읽어도, 넌 여전히 사랑스럽더라. 아니, 오히려 커갈수록 난 널 더 사랑하게 되었다고 하는게 맞을 거야. 고아로서의 아픔을 긍정적인 마인드로 이겨내던 너. 하니에게 너를 소개해주고 싶더라고.^^
너의 그 무한한 상상력은 또 어떻고? 넌 사물을 보고 별명을 붙여주는 작명센스도 대단했어. 그런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주근깨 많으면 어때? 수다스럽고 말라깽이면 어때? 빨간 머리면 또 어때?
근데 넌 빨강머리라는 게 왜 싫었을까? 난 네가 빨강머리여서 더 사랑스러웠는데. ㅋㅋ 모든 걸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너인데도, 상상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운 너인데도, 너의 그 빨강머리에 대해서만큼은 극복하지 못하던 컴플렉스. 그래서 난 네가 더 인간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 뭐든 긍정적이기만 하면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거든. 그래서인지 머리 관련 에피소드 나올때마다 네가 너무 귀엽더라고. 대단치 않은 그 소소한 이야기들이 마치 내 얘기같고 옆집 친구 얘기 같았거든. 머리 때문에 괴로워하다가 금새 다시 웃음을 찾는 게 또 네 매력이었고.^^
난 그래서 너를 읽을때마다 행복해. 나뭇잎 하나, 밝게 비추는 오늘의 햇살, 파란 하늘, 내가 걷고 있는 좁은 골목길… 내 눈앞에 보이는 하나하나에 감사하는 마음. 그것이 작고 보잘것 없는 것이라도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
너만큼은 안 되겠지만, 나도 너처럼 그런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중이야. 나이가 들수록 삶이 더 힘들어짐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도 네가 언제나 나와 함께 있으니까, 그럴때마다 널 생각하면서 힘을 낼께. 너의 해피 바이러스, 앞으로도 계속 나눠주렴.^^
문득 그 시절의 애니메이션들이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다들 어린 시절 어떤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자라셨나요? 어떤 애니였든간에, ‘유년시절의 추억’이라는 키워드 자체로 모두가 비슷한 감정을 공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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