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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에는 저녁을 – 오규원
- 여름밤 – 정호승
- 여름 – 최영철
- 여름 – 권오범
- 여름의 땅 – 차영섭
- 하늘의 여름 – 차영섭
- 여름밤의 광란 – 김종석
- 한여름 밤의 꿈 – 정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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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감성을 더해줄 수 있는 여름에 대한 시 모음입니다. 총 10편이며 아래를 방문하시면 해당 시를 배경화면으로 다운로드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gongbuglog.tistory.com/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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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시 모음<6> – 네이버 블로그
그리움 여름 비에 젖다 / 고은영. 빗물 머금은 여름 … 그토록 슬픈 여름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 … 오광수 시인의 8월에 관한 시 모음.
Source: m.blog.naver.com
Date Published: 11/21/2022
View: 5086
<여름에 관한 시 모음> 오규원의 시 ´여름에는 저녁을´ 외 – 좋은글
초여름 새벽이 일러준다. 지금 뛰는 가슴도 하트형이다.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삶의 이마에 뜰 때까지, 삶의 출구가 꿈의 입구로 열릴 때까지. 가라. 그냥 가라. 별꽃이 …
Source: www.joungul.co.kr
Date Published: 10/10/2022
View: 1982
여름에 관한 시 | 여름 짧은 시 | 8월의 시 – 강사의 다이어리
여름에 관한 시 · 애벌레들이 녹음을 와삭와삭 베어먹는 · 나무 밑에 비 맞듯 서다. · 옷 젖도록 서다. · 이대로 서서 뼈가 보이도록 투명해지고 싶다. · ( …
Source: 7505.tistory.com
Date Published: 8/25/2021
View: 4822
여름 비, 비와외로움, 빗방울이 두드리고싶은 것, 비오는날의 …
여름시(詩)모음, 비에관한시(詩)모음(9) – 여름 비, 비와외로움, 빗방울이 두드리고싶은 것, 비오는날의 기도, 비오날의 일기, 비….. · 나뭇잎 위로
Source: poem-2032.tistory.com
Date Published: 10/5/2021
View: 5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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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uthor: 글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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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te Published: 2020. 7. 24.
- Video Url link: https://www.youtube.com/watch?v=Dwrax20JNWQ
여름에 관한 시 모음 1 (오규원 ‘여름에는 저녁을’ 외)
계절이 흐르는 소리를 느끼며
이번에는 여름에 관한 시 모음을 3탄에 걸쳐 올립니다.
아래 여름 관련 시들은 제 마음대로 골라서
찾으시는 시가 없을 수도 있어요.
한국의 습한 여름을 좋아하지 않지만
해가 길고, 휴가철이라서 그런지
여름에 관한 시들도 대부분 밝고, 활기찬 느낌이에요.
그럼 여름에 관한 여러 단상을 담은 시
10편을 즐감하세요.
여름 시 모음<6>
그리움 여름 비에 젖다 / 고은영
빗물 머금은 여름
싱싱한 초록의 길섶에 서다
고향 어귀
새파란 청춘을 연주하던 소년이
빗줄기를 타고 와 낮고 맑은 음률로
여름을 연주하고 있다
허공엔 무력한 시간을 지나온
내 발자국이 무수한데 돌아온 이는 아무도 없다
기다림은 욕망을 키우지 않았어도
늘 기대를 저버린 빈손이 멍하고
순장된 사랑의 조각들이 그립기만 하다
여전히 더운 열기를 식히는 비가 내린다
빛바랜 풍경으로 나는 그저 비에 젖는다
그 여름의 선물 / 임영준
청춘의 한자락
한라의 가슴 영실에
나만의 보금자리를 꾸미고
얼음 같은 계곡물에 몸을 담근 채
수많은 별들에게 물어보았는데
인생 별거 아니라 했다
사랑, 반짝하는 별똥별이라 했다
그리고 카르페디엠
두고두고 내리받은 선물이 되었다
나를 밝히는 빛이 되었다
그 여름 한라에 쏟아진 별들은
아직도 나를 벌렁벌렁 들뜨게 하며
유혹의 암시를 보내고 있다
한 여름날 / 박효찬
그녀 입술에
빨간 립스틱의 그리움은
장미꽃 넝쿨 사이 묻어두고
유난히 큰 안경알이 낯섦은
세월이 흔적인가
꿀벌들 윙윙 쫓던
여왕벌은
텃밭 배추 꽃잎에 앉아
아름다움과 도도한 모습 찾으러
윙 윙
관능적임은 고상한 척
아름다움은 주름살로 변해버린
여왕 벌아!
이젠
초야에 묻혀
장독대 항아리 속 된장만큼이나
구수한 이야기 풀어놓으며
친구들과 함께
저물어 가는 석양을 맞이하자.
슬픈 여름에 대한 위로 / 박종영
뒤란 장독대에 봉숭아 꽃이 한창이다
연분홍 꽃망울 대궁마다 가지런히 매달아
뜸한 마당이 붉은 웃음으로 풍성하다
봉숭아의 까만 씨,
작은 싹에서 저토록 주렁주렁
꽃등 달고 우쭐대는 품을 보노라니
갑사댕기 누나의 아련한 노래가 가슴을 친다
입추 무렵 고추잠자리 빙글빙글
볼록한 씨주머니 탐낼 때면,
톡톡, 작은 번식으로 서럽게 흩어지는
질박한 사랑의 눈동자,
늦은 오후 울 밑 아픔의 계단에서
붉은 입술 따 손톱에 물들이며
들뜬 첫눈이 오면 사라질 네 흔적의 안타까움에서,
그토록 슬픈 여름에 대한 위로를 전한다.
여름 나비 / 오보영
마땅히 내려앉을
꽃이 없어서
풀섶위를 방황하던
하얀 나비가
나보다 한발 앞서 태평양을 건넜네
딸네집 앞뜰 화사한
분홍꽃에 앉아
두 날개 팔랑이며 반기어 맞네
그리던 님
예 와서 만났노라고
님의 체취
한껏
들이쉬고 있다고
자랑하며 어서오라 손짓을 하네
그 해 여름 밤 / 박인걸
쏟아지는 별빛을 물결에 싣고
밤새도록 지줄 대며 흐른 냇물아
반디 불이 깜박이던 한 여름 밤
불협화음에도 정겹던 풀벌레 노래
소나무 숲 방금 지나온 바람
가슴까지 닦아내는 고마운 길손
왕 거미 집 짓던 처마 밑에서
꿈길을 거닐던 하얀 바둑이
희미한 초승달 별 숲에 갇혀
밤새 노 젖다 지친 나그네
산새도 깊이 잠든 검은 숲 위로
더러는 길 잃은 운석(隕石)의 행렬
수줍어 한 밤에 고개를 들고
밭둑에 피어나는 달맞이꽃아
적막에 잠든 고향 마을에
은하수 따라 흐르던 그리움
이제는 아스라한 추억 너머로
꿈길에 더러 거니는 그 해 여름 밤
여름방학의 노래 / 김경희
찬란한 비바체의 서울은 공룡에게 맡기고
높이 멀리 달리기의 명문학교도 잠시 안녕 하고
특종당나귀 소나타는 하늘 너머 드롭프스로 바꿔
태양에 단맛이나 찐득이 보태드리고
흙이 그대로 신발인 떡두꺼비 맨발로
안단테에서 더 렌토로 지자 걸음~
뚱딴지가 알 굵게 자라고, 봉숭아학당이 기다리는
전설의 고향리 찾아가네
느려터진 사투리의 냇물을 건너가네, 지자 걸음~
거기 가서는, 삼계백숙감 어린 닭들은
손 안에서 풀어주고 놓쳐줘
마당에 이는 청풍이나 눈부신 계관의
맨드라미꽃으로나 반기며 구경하네
잇노란 옥수수, 감자는 파분파분 잘 익어
그 먹은 피와 살이 달아서
모기떼 파리들 찾아들거들랑
절반은 나눠 가거라
종아리 내어놓고 잠이 들며~
호박잎새 이불 아래
또 그런 두 번의 밤이 오거든
몇 가마니로 쏟아지는 별들의 생,생,생한
수박씨 닮은 옛이야기들은 어찌하냐면 ~
내 귀와 배는 밤새 남산만해지겠네
라그로조로 라그로조로 웃는
바보산수화가 되겠네 ~
여름 / 정윤목
여름 사르락
흰 눈처럼 빛나던 빛
간 데 없고
흐려지는 안개비
소스락
강 만들 때
아이들
천방지축 뛰어놀고
땀방울
기쁜 열기
여름빛
쨍쨍하지만은,
우수의 습기 가득할 때
그리움 더욱 간절하여지고
희망조차 옅어지며
하나의 이름,
묻어둘 때
새들의 노래
풀들의 소리
끊임없는 파도
마음과 마음
여름밤의 추억 / 노태웅
돌돌 말린 멍석
텃마당에 깔아 놓고
쑥향 번지는
모깃불 피어오르면
우물 속의 수박 한 덩이
나누어 먹던 그때는
무수한 별들도
우물 속에 잠겨 있었다
샘물로 등목하던 깊은 밤
작은 돌 손에 깔고
바닥에 엎드리면
등을 타고 흐르는
물 한 바가지에
한기(寒氣)가 돈다
그때가 그리운 것은
등 밀어주는
정겨운 손길이 있어서일까?
초승달 내민 고개가
구름 속에 숨어들 때
여인들의 수다 속에
여름은 가고 있다.
여름밤 / 김길자
처마 끝에
보름달 걸어 불 밝히고
말아놓은 멍석
주르르 펴
온 가족 둘러앉아
우물에서
막 꺼낸 먹는 수박 맛
창자까지 시려와
삼복더위도
까만 씨 속으로 숨는다
별꽃피던 이야기 코골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 꿈꾸는
유년기의 여름밤
첫여름 보리밭 / 서태수
앞동뫼
솔가지 새로
초승달
실눈 가리면
앵두알
곱게 농익은
고 계집애
젖은 입술에
첫여름
노랗게 여문 보리들
가․지․런․하․게
넘․어․지․겠․다
심상찮은 초여름 / 권오범
초목들 건강을 위하여
태양이 제가 낳은 그림자를
최대한 끌어당기자
아가씨들 옷이 덩달아 짧아졌다
그냥이 아니고 더러 경쟁적으로
야들야들한 속
적나라하게 들어내고 싶어
철딱서니 없게 안달한다는 것
허술한 매무새 피할 수 없어 훔쳐본 날부터
눈치 빠른 하늘 벌써 죗값 결정했는지
비틀지도 않고 은근히 몸 쥐어 짜
갈수록 더 호졸근해지는 마음
예년에 비해 터무니없이 서두르는 것이
아마 부여받은 기간 내내
가마솥 여물처럼
속속들이 삶아대려고 작정했나보다
여름산 / 고명
아침나절 내린 비가 질척하게 고여 있는
숲길, 나무들의 젖은 몸에서
짙은 페로몬 냄새가 풍겨나고 있다
짐승의 거친 숨소리 울음으로 풀어내며
흐트러진 머리칼 푸르게 출렁이고 있다
한낮의 잠 속으로 노곤하게 빠져드는
알몸의 여자처럼
여름 숲 / 권옥희
언제나 축축이 젖은
여름 숲은
싱싱한 자궁이다
오늘도 그 숲에
새 한 마리 놀다 간다
오르가슴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설레이는 초여름 / 서문인
철렁이는 초여름
흐르는 강가에 서면
빙어같이 튀어 솟는
그대 향한 그리움
돌아 서면
그렇게 귀엽던 당신
가시밭 넝쿨 장미로 피었으니
어여뻐 죽겠네
죽겠네
내 마음 쓸어
편지를 쓰면
펄펄 뛰는 내 가슴
옛 추억 속에
포옹하네
숲 속 여름밤 / 김길자
한나절 외출했나
눈 비비며 찾아도 없더니
해질 무렵에야
어슬렁어슬렁
모습 들어내고
그 적막
고요함이 흐르는데
숲 속에 들려오는
오케스트라의 선율 따라
풀꽃처럼
한숨 섞어 토해 내는
풀벌레 울음소리
무도회가 열렸다
솔바람 손 내밀고
산들바람 그 손잡아
흥겹게 춤춘다
풀벌레들의
생음악에 맞추어
초여름 / 김용수
고운 님 얼굴 닮은
마음으로
가만가만 불어오는
명주바람 앞세우고
싱그러운 연초록
잎사귀 사이로
은빛 햇살 쏟아져
아늑거리는 신록의
꿈을 안고
여름 너 벌써 왔구나!
그해 여름 숲속에서 / 김지향
이른 아침 산을 오른다
아직 바람은 나무를 베고 잔다
동쪽 하늘에 붉은 망사 천을 깔던 해가 숲을 깨운다
숲은 밤새 바람에게 내준 무릎을 슬그머니 빼낸다
베개 빠진 바람머리 나뭇가지에 머리채 들려나온다
잠 깬 산새 몇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그네를 뛰는 사이 숲들이 바람뭉치를 머리 위에 올려놓고
북채가 된 가지로 산새의 노래를 바람 배에 쏟아 부으며
탬버린이 된 바람 배를 치느라 부산떤다
입 다물 줄 모르는 가지가 종일 바람바퀴를 굴린다
숲 속은 온종일 탬버린 소리로 탱탱 살이 찐다
세상을 때려주고 싶은 사람들은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
아래서 위로 숲을 안고 돌며 바람바퀴를 굴리는
숲의 재주를 배우느라 여름 한 철을 숲에서 산다
숯내에서 쓴 여름날의 편지 1 / 한택수
1. 아버지의 편지는
아버지의 편지는 길게 이어졌어요.
갈 곳 없는 불쌍한 나를 잊지 마오.
가련하고 불운한 나를 잊지 마오.
봄볕이 내리다가
뜰에 머물 듯
어머니는 발을 떼지 못하셨고요.
갈 곳 없는 불쌍함이란
산과 바다가 흐트러져서
고향을 잃었다는 것,
가련하고 불운하게
어머니는 그 편지를 다 읽지 못하셨어요.
어머니 또한
이쪽 끝에서 봄을 기다리셨고,
나는
어린아이의 눈으로
아버지의 편지들을 읽었어요.
화창한 여름 / 김병섭
하늘은 푸르디 푸르고,
구름은 하얗티 하얗고,
나뭇잎은 녹음이 짙기를 한이 없다.
햇살의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고요한 아침 햇살이 방안을 가득 메울때
난 일어나 햇살과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햇살의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한참을 일하다 고갤 들어 하늘을 보면
나와 마주한 햇살은 날 부르는 듯
손짓으로 날 오라한다.
햇살의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나, 발목이 묶여
내가 갈 수 없는지도 모른체
난 화창한 여름으로 돌아오기를 바랄 뿐이다.
햇살의 고마움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창한 여름이 오기를 바라며 외쳐본다.
작은 도시의 화창한 여름이여!
화창한 여름의 고요함이여!
일어나라 일어나라 화창한 여름이여!
여름속 사계 / 박태강
치악산 곧음재 골짝
원시림 늘어선 푸르른 향기
물타고 흐르면서 부른다
곧음재 아래 해발 550m에
여름에 사계를 함께 느끼는
부곡리 마을
아침이면 물안개 피어 자욱하고
낮이면 무서운 여름 햇살
밤이면 장작불 피워 캠프 파이어
겨울 향수 느끼는 곳
평상에 누워 하늘 보면
수많은 여름자리 별들이 속삭이고
흐르는 개울물 소리
옛정취 일으켜
폭포가진 깊은 용소
푸른하늘 품었고
어름치가 때지어 춤을 춘다
노오란 나리꽃 이름모른 붉은 꽃
그늘에서 고개들고 구경하는
이곳이 무릉도원 아니런가 ?
여름날의 하루 / 박태원
산속을 빗어 바위 사이를
흘러 내리는 물속에 발을 담구고
수박 한입 베어 무니
세상에 부러울것이 없습니다
윗도리를 벗어놓고
다이빙 하는 아이들
빙빙 돌아 솟는 물이
사이다로 착각 되어지고
발을 동동걷고 물속에 들어가
고디를 주우며 누운 거울을 보니
물속에 미인이 나를 봅니다
석양에 사람보다 긴 그림자는
하루 해의 아쉬움을 남기고
갈길을 재촉하는 나에게
눈길주는 돌하나 주워
수석될까 하여 이쪽저쪽 바라봅니다
여름 숲의 합창 / 오보영
사르륵 사르락
찌리릭 째짹
쓰르람 쓰르람
매애 맴 맴맴..
너는 네 소리로
나는 내 소리로
목청 높여 한껏 노래하고 있지만
모두들 부담 없이
즐기고 있는 건
나는 네 모습 바라보면서
너는 내 마음 헤아리면서
서로 위해
생기
돋워주는 만큼만
밝고 환한 목소리 내고 있기 때문이라
우리 함께 나누는 숲
질서를 위해서
더 나은 숲의 삶
이루기 위해서
여름, 개망초 / 박종영
너, 살아오면서
푸대접으로 서러워한 적
한두 번이던가
무디고 습습한 바람 스쳐갈 때마다
키 큰 몸뚱이 흔들리며
서러움 툭툭 부서지던 개망초,
그래도 노란꽃 소리없이 피워내고
간결한 향기 시샘하는 여름 한나절,
어느 무서운 낫질에도 꿋꿋하게 이겨내는
너, 계란꽃이여,
내 살아온 날의 서러움으로
오늘,
네 허리 붙들고 부끄럽구나
어느 여름날의 오후 / 최영희
2006년 어느 여름날 오후
브람스작, 항가리 무곡 3번이
KBS 고향악단의 오케스트라 연주로
잔잔히 흘러 나오고
아직 평화로운 풀벌레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멀리 우뚝 솟은 깃대 위에는
조국의 깃발
하늘은 아직 무겁고
7월은 깊기만 하다
가슴이 뜨거웠던 예전의 친구들이여
우리 무엇을 그토록 사랑 했을까
지금 창 밖에는
하늘을 지나던 새
나뭇잎에 알 수 없는 언어로 미래를 새기고
머리 속엔 혼돈의 바람이 스스로를 어지럽히고 있다
가끔은 흰구름과 검은 구름이 부딪는 천둥소리
아, 오늘
누구라 저 하늘의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한여름 밤의 동침 / 최영희
내가 그렇게도 좋은 가봐
싫대도, 싫대도
어느새 내 허벅지,
발가락까지 입맞춤했나 봐
난 너(모기)의 사랑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데
여름 밤 내내 너에게 강요당한 동침
재스민 비누향기도 가시기전
지키지 못한 내 순결
아무리 생각해도 분노여라
이 지긋한 한여름 밤의 사랑 전쟁
내 곁에 깊이 잠든
내 사랑 당신은 아시나요
한여름 밤
이 불순한 동침.
여름휴가 / 손병흥
분주한 일상 잠시 물린 채
자연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숨은 명소 찾아 펄럭이는 시간
못내 기다려왔던 정겨운 여행길
눈에 보이는 풍경처럼 삶 배우려
아직도 살가운 정 남아있는 곳 찾아
어릴 적 고향 전경 빼닮은 두메산골
숲 그늘 드리운 골 깊은 계곡을 지나
그냥 훌쩍 길 떠나보는 여름휴가
검푸른 파도 한없이 넘실대는 바닷가
설레이는 마음 가득한 추억거리 담아다
고적함 색다르고 여유롭게 체험해보는
휴식 재충전 한가로움 이내 넘쳐나도록
모처럼만에 즐겨보는 낭만적인 나날들
여름장마 / 변종윤
색동옷 갈아입더니
어느새 바람 불어
홀랑 벗었다.
비가 오면 긴 장맛비가 지루 합니다
화단에 피어난 새하얀 백합은
무더운 여름날 떨고 있다
인정머리 손톱만큼도
없는 빗줄기에
허리가 휘어지고
머리가 깨질 듯
고통스럽다
이를 악물고 참아 보지만
이젠 포기한 채 꿈꾼다.
긴 장맛비
체념을 했다.
여름 산 / 반기룡
울울창창 숲속엔
녹음이 빗살무늬처럼 펼쳐지고
다람쥐 청설모
갈지자 행보 하며
가는 길을 안내한다
아버지처럼 둥근 눈 뜨고
바라보는 듯한 여름 산은
나약한 인성을 담금질하고
허약한 의지를 풀무질한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를 때마다
여름 색깔과 풍광에 도취 되어
자연의 오동통한 살속에 빠져들고
오대산 정상은 어서 오라고 손짓한다
*오대산 :1,563m
여름 만나기 / 최병준
태양
희망과 높은 이상을
불러일으키며
웃음과 만남을
심어주는 살아 있는 눈동자
모래
소망과 삶을
불러일으키며
인내와 의지를
키워 주는 살아 있는 씨앗들
바다
넓은 아량과 생명력을
불러일으키며
꿈과 행복을
심어주는 살아 있는 마음의 안식처
파도
너는 하얀 춤과 시원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힘과 용기를
심어주는 살아 있는 미소.
그 해 여름 날 / 장수남
해마다 유월이 오면
울컥울컥 가슴 무너지는 아픔들 나는
잊을 수가 없었지.
그 해 여름날
별빛 잊어버린 밤하늘
이맛살 잔주름 깊게 걸어온 길
눈시울 침침해 하얗게
젖어있었지.
이젠 알아 볼 수 없어 생각조차 흐릿한
그 날을 어찌 또 잊으리까.
고사리 꿈 초등학교 입학하고
꿈꿀 때는 6.25전쟁의 상처
부모님 따라 남으로 피난 가던 날
그 날의 충격 지울 수 없어
남침하는 인민군 무리들
총부리 앞에 붉은 피 흘리며 죽어가는
우리들의 부모 형제들
내 눈으로 보지 않고서는 나는
말 할 수가 없었지.
내 살아생전 정말
그 날은 잊을 수가 없어
남쪽으로 쫓기며 짐짝처럼 밀려오는
부상당한 우리국군 용사도
나는 보았지.
엄마아빠는 폭탄마저 신음하고
혼자 보채며 우는 어린아이도 보았었지.
누가 그 날들을 기억하고 보호하고
이야기 해줄까.
훗날 세월 오래오래 지치면
전설 같은 옛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핵무기 무장하고
제2의 6.25 꿈꾸는 북쪽의 도발행위
반세기 넘게 지나는 동안 하루라도
긴장은 늦출 수가 없었지
이억 만 리 먼 하늘 먼저 가신 호국영영
그 한을 언제 풀 수 있을까.
여름이 비에 젖고 있다 / 김지향
해가 하늘 밖으로 나와도
해에게 업혀있는 구름은 마르지도 않고 비를 만든다
비가 추적추적 내려온다
비는 하늘 마개를 열어놓은 채 연거푸 내려온다
나무 아래 불법 침입한 나는 나무 잎사귀를 머리에 씌운다
비는 나무 잎사귀도 패대기쳐 눕혀버린다
나무, 바람, 공기, 사람을 몽땅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에게 얹혀있는 어둠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사람 몸속에 들앉은 가슴도 물 항아리 속에 집어넣고
비는 혼자 귀밑머리 하나도 젖지 않고
여름 속으로 유유히 흘러들어간다
여름이 마구잡이로 비에 젖고 있다
초여름 / 박태언
온 산이
아래, 중간, 꼭대기
소년 소녀가 가득하다
연하고 가냘픈 피부의
청소년 소녀들이 살랑대며 재잘댄다
푸른 대화로 술렁대고 수런스럽다
위로 뛰고 옆으로 돋고 아래로 뻗는 힘
어디로 튈지 모른다
사이사이 사각대며 키재기를 한다
외로운 빈 하늘 공간에 푸르름으로
외로움을 밀어내며 성장한다
누구나 외로우니까 말없이 자랄 뿐이다
시간은 뿌리 가지 전신 모두를 자라게 한다
동공 속으로 흔들어대는
잎새가 손 흔들며 반긴다
내 귓속 가득 온통 산이 재잘대고
온 산 가득 소년 소녀를 품고
싱그러움에 나도 따라 푸르러간다
흔들거리는 여름 / 김정현
세상은 당신의 섭리대로 운행됩니다.
세상은 당신의 사랑으로 움직입니다.
당신의 위대함을 노래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이 피땀 흘려 세상을 운영할 때
나는 세상으로부터 맞는 微風에 휘둘려
회오리바람이 되어 휘청거렸습니다.
산산이 부서져 가는 내 영혼을
의로운 손으로 당신은
굳게, 굳게 잡아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天長地久와 같이 당신을
* 천장지구(天長地久)-하늘과 땅처럼 영구히 변함이 없음을 이르는 말.
여름 비 / 송정숙
생각 없이 무작정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동행
찔레꽃 시샘하여 울려 퍼지는
오케스트라 협주곡
비 속에 나체를 세워놓고 싶은
욕망에 본질
당신의 여름을 사랑합니다 / 이채
겨울은 덥지 않아서 좋고
여름은 춥지 않아서 좋다는
넉넉한 당신의 마음은
뿌리 깊은 느티나무를 닮았습니다
더위를 이기는 열매처럼
추위를 이기는 꽃씨처럼
꿋꿋한 당신의 모습은
곧고 정직한 소나무를 닮았습니다
그런 당신의 그늘이 편해서
나는 지친 날개 펴고
당신 곁에 머물고 싶은
가슴이 작은 한 마리 여름새랍니다
종일 당신의 나뭇가지에 앉아
기쁨의 목소리로
행복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당신은 어느 하늘의 천사인가요
나뭇잎 사이로 파아란 열매가
여름 햇살에 익어가고 있을 때
이 계절의 무더위도 신의 축복이라며
감사히 견디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대에게 띄우는 여름 편지 / 이채
사르르 눈 감으면
파도소리 들리는 계절
푸른 가슴을 열면
꿈 많던 시절의 바다가 있고
철 없던 시절의 그대와 내가 있지요
여름이 오면 왠지 들뜨는 기분
바다와 그 바다의 추억이 그리워서일까요
곱게 접어둔 마음 한자락으로 스치는
만나고 싶은 얼굴, 보고 싶은 얼굴들
물안개 자욱한 옛 길을 걸어옵니다
밀려왔다 밀려가는 파도의 노래
하얀 물보라의 여운이 가슴을 적셔요
돌아가고 싶은 동화의 나라
그 나라엔 아직도 파랑새가 살고 있지요
진주 같은 눈망울에 구름 같은 미소로
수평선처럼 아득한 세월에도
갈매기 날으는 또 하나의 꿈을 그리며
마주앉은 동심으로 모래성을 쌓고 싶어요
쌓다가 부수고 또 쌓으며
서산 노을빛이 해변에 물들면
우리 서로 모래를 털어주기로 해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 이채
마음은 바다를 향해도
몸은 고된 하루에 지쳐 있을
나의 이웃, 나의 벗
내가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하얀 파도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나보다 더 소중한 그 누구를 위해
뜨거운 햇살을 온몸으로 담아내며
긴 긴 하루 저물도록 걸어가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에게
시원한 바람의 노래를 불러주고 싶습니다
누구나 마음의 고향이 있지요
정겨운 그 고향 언덕에
늘 그리움의 집 한 채 짓고 사는 우리
그 언덕 푸른 숲 나뭇잎은 흔들리고
새소리 바람소리 가슴을 적실 때
어디에 가면
세상에 없는 꿈이 거기 있을까요
비 개인 아침 숲
박하내음 같은 당신이여!
홀로 조용히 시간을 더듬어 보면
산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고독한 일입니다
하늘은 결코 기적을 주지 않고
인내에 응답하는 믿음을 약속 할 뿐
숭고한 노동의 의미와
그 가치의 소중함을 아는
여름에 참 아름다운 당신
당신은 오늘의 빛이고 내일의 희망입니다
당신과 나의 여름이 이랬으면 좋겠습니다 / 이채
오늘의 땀방울이 희망의 강물로 흘러
꿈꾸는 강어귀에 닿을 수 있었으면
하얀 돛단배에 그 꿈을 싣고
노 젖은 기쁨으로 매일을 살 수 있었으면
당신과 나에겐 기다림이 있지요
기다림이 상처가 되고 눈물이 되어도
우리는 무엇인가를 늘 기다리며 살아가지요
사랑하는 사람의 전화를 기다리듯
약속처럼 그 기다림을 만날 수 있었으면
친구를 기다리는 정거장에서 친구를 만나고
연인을 기다리는 찻집에서 연인을 만나듯
꿈을 기다리는 삶에서 꿈을 만날 수 있었으면
그러나 비우지 않고는 살 수 없는
구름과 새, 바람처럼
가벼움의 자유를 깨달을 수 있었으면
이 여름엔 당신과 나
욕심의 무게가 더위를 보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여름엔 당신에게 이런 사랑이고 싶습니다 / 이채
여름엔 당신에게 한 그루의 나무로 서고 싶습니다
지친 피곤이 돌아와 시원한 바람에 쉴 수 있는
잎이 무성한 나무, 그 나무의 몸짓으로
휴식의 평온한 그늘이 되고 싶습니다
아버지의 계곡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어머니의 숲에서 바람소리가 좋은 계절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지혜로
당신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혜안의 나무
물매미 울음소리가 그토록 길었던
어느 해 여름을 잊을 수 없다 해도
뜨거운 태양 아래 익어버린 눈물까지
나뭇잎의 손길로 달래주고 싶습니다
물 따라 바람 따라
토닥토닥 세월도 흘러갈 때
산다는 건 무엇입니까
사랑한다는 건 또 무엇입니까
내가 흔들려서
당신을 쉬게 하고 싶은 건
나누는 기쁨이요 덜어주는 슬픔인 것을
내가 당신에게 한 그루 나무의 사랑일 때
당신은 내게 짙고도 푸른 믿음의 숲인 것을
여름비 / 공석진
하늘도 지쳤네
잔뜩 찌푸린 인상
후끈한 입김
툭툭 털어내던
땀방울을
줄줄 흘리고 있네
덕분에
대지를 식혀
체온을 떨어뜨리네
늦여름 / 김옥자
황토 방 툇마루에 햇살 쏟아지는 한낮
사르르 굴러 내리는 은빛 구슬 같은 땀
아직 미련이 남아 고개 숙이지 못하고
떠나는 계절 시원한 바람 목에다 걸고
나뭇가지에 매달려 살랑살랑 그네 뛰는
푸른 잎 흔들어 깨워 가을 노래 부르네
아침 저녁 부드러운 숨결이 고맙지만
돌아설 수 없는 떠날 기약이 안쓰러워
여름날의 사랑 / 최영희
발가벗은 채 백사장에 누워
온 몸으로, 온 몸으로
사랑할 걸 그랬지
해바라기처럼
하늘만 바라보며 가슴만 태웠는지
가을이 되고서야,
물들어 가는 나뭇잎을 보고서야
당신의 뜨거웠던 사랑의 의미를 알았지
한줄기 퍼부어대던 소낙비도 식히지 못했던
우리들,
여름날의 사랑
날마다 피고지던 나팔 꽃 넝쿨을 접으며 배인
상처를 보고서야
여름날 우리들의 뜨거웠던 사랑이 지나간
서늘함을 보았지.
여름바다에서 가을을 본다 / 김귀녀
피서객들이 술렁이던 여름
먼 바다 수평선에 떠있는 가을을 본다
가을은, 남실남실 물결 따라 온다
검푸른 파도를 타고 하얗게 밀려온다
모래밭에 심겨진 발자국들을 지워내며
지나간 날의 맑은 추억들이 수초를 타고온다
40년 전, 손등을 두들기며 모래성 쌓아올리던 푸른 기억
하얀 파도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 가면
어쩔 줄 몰라 두 손 두 발로
동동거리던 어린 소녀가
지금은 중년이 되어
아침 이슬 그리운
가을로 간다.
여름1 / 공석진
열어라
열어야 한다
기억 속 깊이 묻어둔
그 마음으로 열어야 한다.
가슴이 답답하면 답답한대로
상처가 쓰라리면 쓰라린대로
폭염처럼 찌는 대지도
숨통이 트여야하듯
가슴을 휑하니 쓸어대던
떠나버린 옛 사랑의 그림자도
상처로 종말지었던
사랑하는 사람과의 유희도
이제는 하나도 남김없이
가슴을 열어 털어버려야 한다
다시는 돌아오질 않을
벌판에 유기되었던 내 사랑도
정인(情人)처럼 아껴 둔
마음의 보석상자도
열어라
열어야 한다
기억속 깊이 묻어둔
그 마음으로 열어야 한다.
여름2 / 공석진
난 말야
계절 중에
니가 제일 싫어
죽어라
죽어라
불볕으로 옷 벗겨
널브러진
험한 꼴
보고 싶은 거지
무방비로
몸 맡기는 걸
원하는 거겠지
강자의 쾌감을
즐기는 거냐
나쁜 새디스트!
눈 흘기던
여름이
한마디 한다
가탈진 놈
나도
니가 싫어
여름 날 / 송정숙
여름 날 눈물이 배달되었다
별들이 죽어간
서울 하늘을 대신하여
아름다움을 못 보는
눈먼 이들을 대신하여
잎새 사이로 울어 되던 새들에 눈물
죽어가는 가슴 적셔 주라고
페이지, 여름 / 유소례
파도가
도르르 풀려오는
물방석 타고
탱탱한 뙤약볕
한때
바다의 이야기 찾아
술래가 되리
이빨 시리도록
청포도 깨물듯
시퍼렇게 가슴 설레는
올 여름의 페이지
빗줄기 줄줄이
숨바꼭질하다가
구불구불 구겨진 채
뒤안길로 떠나가버렸네.
여름비 / 오순화
물안개 젖어드는 거리에
머언 기억의 편린들이 빗방울되어 내린다
아무말 없었다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빗방울 수만큼
하늘만큼 사랑한다고
목이 터져라 외치던 그대 향한 마음도
마른입술에 눈물만 고였었다
사랑해서 이별했다는 거짓말도
이별후에 사랑인줄 알았다는 후회도
때로는 알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같은 것
비오는 창가
비내리는 저녁
비를 마시는 바다
바다는 비를 마셔도 마셔도 젖지 않고
슬픈 눈물꽃으로 피어나는 물안개만 가득해라
바다 건너에
채마밭 들녘에도
추적이는 거리에도
불타는 정렬
사랑에 울다 웃다 사라져간 내 젊은 날
사랑해서 이별했다는 말도
이별후에 사랑인줄 알았다는 알수없는 얘기가
여름비 되어 내린다.
그때는 왜 가지말라는 말을 못했을까
한 여름에도 고뿔이 든다 / 오정방
감기는 꼭 겨울에만 찾아오는게 아니다
전에는 그러했더라도
지금은 21세기 디지탈 시대
감기도 업그레이드 해서
사시사철 전천후로 찾아온다
주로 방심한 자를 공략하는 속성이 있어
요 며칠 사이
나는 그와 원치 않는 동침을 하는데
기침이 자주 나고 목소리까지 변했다
기온이 높더라도 명심할 일은
한 여름일지라도 고뿔은 들 수 있다
여름날의 오후 / 이영균
바람소리 낯설지 않을 때가 있다.
언덕이 바람 잡고 선 오후
오래된 나무로 햇살 가려본다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빗줄기 뿌려주길 헐떡거리며 지열 뱉어 낸다
간절히 살아 음직일 때 대답한다
바람의 냄새 손끝에 만져져
온다고 여기서 소리치면 언덕은 나뭇잎을 흔들어
바람은 가로수를 타고 와
언제나 사거리 신호등 옆 이정표 좁은 그늘에 선다
신호등 빨간 덩어리 녹아떨어지고
파란 불빛 내 눈에 들어오면
기다리던 빗줄기 아스팔트 위 파란빛을 세기고
바람소리 내 코끝 땀방울 닦는다.
지금껏 지나온 아스팔트 아직도 여름은 길다.
추억 속의 여름 / 하영순
강 하나를 사이에 두고 산이 마주보는
두메 골
집에서 논길 지나 한참을 가가 보면
대밭이 있고
대밭을 지나 강가에 우리 밭이 있었다.
보리밭 사이에 참외수박을 심어
보리를 베어 내고
수박밭 가장자리에 원두막을 지어 여름 방학이면
밭에서 부모님을 도와 일하면서
구리 빛으로 여름을 태웠지
지리산에서 흘러오는 맑은 물
더우면 강물에 뛰어들어
소라를 잡으며
송사리 모래무지와 같이 놀기도 하였지
감자 캐는 날
한 포기 뽑아 올리면 주렁주렁 매달린 크고 작은 감자
땀범벅이 되어 환호성을 지르며
마냥 즐거웠는데
지금은 왜 그 감자가 자꾸만 생각날까
감자알을 키우기 위해 뜨거운 여름을 보내야 했던 감자 대에
부모님 모습이 아롱거린다.
진주 남강 땜 상류 물바다가 되어있을 밭을
산에 누어 지켜보실 부모님
부모님 산소에 고작 벌초 한번 하는 것이
자식 노릇 다하는 것일까
찌는 듯 무더운 날이면
고생하시며 키워주신 부모님 생각에
가슴이 메인다.
여름에 / 이남일
오월은 떠났다.
꽃과 향기는 푸른 제단 위에 던져지고
그 열정은 누군가를 위해
무성한 잎으로 온몸을 태운다.
물 속에 더위를 식히는 아이들과
눈부신 기억의 조각들
물과 물이 이어져 은어가 뛰고
깽변에 황소는 느긋이 불볕을 받는다.
나무 그늘 아래
지나간 일들은 내일을 위해
흙 속에 꿈의 낱알로 부서져
천천히
남아있는 날들을 위해 뿌리가 된다.
이제 온 몸을 태우던 여름도
겨울을 위해
땅 밑에 그 열기를 심어 두리라.
한 여름 물빛 수채화 / 고은영
사람들은 만개한 8월엔
시골의 토 방과
콩밭마다 밤새 내린 은밀한 이슬과
감자꽃 서럽던 추억과
칡넝쿨 숨기운 가슴에도
눈물 같이 애끓는 핏빛 꽃이
피었다지는 전설을 안다
사람들은 8월엔
가슴 가득 번지는 물빛으로
파도 소리와
꿈결처럼 미끄러지는 돛단배와
아득한 수평선에
뜨거운 사랑이 여무는
에메랄드빛 바다를 그린다
질주하는 설렌 가슴에
푸른 물감을 짜고
꿈의 부피마다 번지는 수채화로
황홀하고 짜릿한 채색을 한다
이 여름엔 비라도 / 임영준
거기 누구 없소
모서리마다 안개 자욱하고
끈적한 우울뿐이라오
비라도 내리지 않는다면
널부러진 이 여름을 어찌하리오
마음대로 역정을 부리는 것도
만만치 않은 세상인데
반나절 속 시원히 퍼붓곤 하니까
일제히 추스러지곤 합디다
이 무더위에
웬 개나리들까지 만발하여
뒤숭숭한 판에
장대비라도 내리지 않는다면
어찌할 뻔 했소
여름 산에 오르면 / 유명숙
장맛비에
흠뻑 젖은 여름 산
촉촉히 젖은 등산로에
짙은 풀냄새 피어나고
맑은 물 넘치는 계곡은
숲속 야외 수영장이다
절경을 이룬 수목(樹木)사이로
그림인듯 펼쳐진 풍경
심로(心路)에 묻으며
한나절 지나도록
헤어나지 못하고
그리운 이라도 기다리는지
뽀얗게 운무 덮힌
산등성이에
땅거미 밀려 와
어둠을 부르면
못내 아쉬운 마음
놓아두고 돌아서는 발길
차마 잊혀지지 않아
산허리 돌아돌아
그림자라도 남기고 가야겠네
무더운 여름 / 민경대
무더운 여름 생각들이 벌판에
아무런 생각없이 웃음을 웃고 밤을 지나고
꿈을 나물로 삼고 밤그늘에 누워 혹은 철로에 누워
자장가같은 소리를 들으며
너는 나에게 하나의 의미가 되지 못하고
구름속에 보이은 발자욱이 빗자욱에 지워진다
팔랑게비로 하늘에 바람 일으켜
더더욱 회호리 바람은 내 연구실 창가에서
놓여있지도 않은 화분이 토네이도 위력의 풍력에 넘어진다
여름비 같은 너 / 김철현
지나치는 길손처럼 사랑도 그리움도 없이
얇은 옷깃 적시고 해 비칠 새라
짧은 꼬리 거두며 달아나는 여름비 같은 너
적셔진 마음만 애꿎은 애달픔에
뒤척여 잠 못 이루지만 갈라진 대지위로
숨어들듯 사라지는 너는 언제나 여름비
쉽게 왔다가 제 멋대로 사라지는
변덕스러운 너이지만 내 몸속에 들어와 앉아
떠나지 않는 익숙한 냄새가 아직도 너는 여름비
다시는 안 올 것처럼 남은 열정 쏟아 붓더니
수리도 못가서 돌아 설 것을 다 말리우지도 못한 몸을
재차 눈물로 얼룩지게 하는 너는 여전한 여름비
한 여름의 소나기처럼 / 이선명
낡은 서랍속 구겨진 사진 한장
추억의 낡은 파편이
나를 울리고 만다
소리 없는 내 눈물이
너를 사랑한다 외치는데
굳은 추억과 막힌 시간들이
멈춰버린 심장처럼 나를 본다
‘아! 너를 다시 만날수 있다면…’
차라리 비라도 되고 싶다
한 여름의 소나기 처럼
실컷 울고 다시 웃어
금새 푸른 하늘을 보이듯
무지개라도 만나듯
마음으로 너를 안고 싶다
마냥 울수 없어 웃는 삶
한 여름의 소나기 처럼
울수 없는 마음 눈물로 외치며
다시 한번 너를 만나고 싶다
안은 너를 놓지 않고 울며 웃고 싶다
여름바다 / 이제민
태양이 이글거리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작은 도시를 이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열기 속에
바다는 모처럼 긴 기지개를 켠다.
백사장은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물들고
바다는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천국이 된다.
밀려오는 파도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저 수평선 끝에서 부는 짭짤한 바람에
닫혔던 마음은 넓어져만 간다.
바다는 여름내
작은 도시를 이룬다.
여름 그 끝자락에서 / 강봉환
뜨겁게 달구던 태양도
갈바람에 밀려오는
노란 물결에 빛을 잃어 가는데
미루나무 가지에 우는 매미
억새풀에 앉은 여치
시도 때도 없이 여름이 아쉬워
목청 높이 울어 댄다
녹색의 푸른빛은
따가운 햇살에 움추러 들고
어느덧 푸르름이 지쳐갈 때
여름 끝자락에 드리워진
가을 그림자에
살며시 꼬리를 내린다.
지나온 여름날의 푸른 물결,
가을빛에 실어 멀리 보내면
대지에 남은 깊은 정 잊지 않고
가을 겨울 봄을 지나
푸른 날개 달고 다시 찾아오련다.
아름답던 지난 여름날이여 / 강봉환
이제 가을 여정 속에
서서히 달아올랐던 여름 향기도
뜨거운 들녘의
풍요로움 만큼이나
들판의 푸른 곡식은 영글게 하고
가을의 감사함을
전하는 계절이네
땀의 소중함은 알알이 열매 맺어
우리네 어울림 되듯 풍요로운 이 가을
그대와 함께 이야기 할 수 있음은
행복했던 여름의 향기
고이 거둬 접었나 보네.
떠나는 여름에게 / 권오범
화끈하게 다가와 반팔 권할 때만 해도
그대 성격 파악하지 못했었네
징글징글하게 열대야로 뭉그적거리며
간기 다 빠지도록 몰강스럽게 쥐어 짤 줄은
때 되면 슬그머니 떠나겠지, 했건만
무슨 억하심정으로
9월마저 후덥지근하게 미적대며 족대기는가
그렇게 도섭부리며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네
그러나 장한 추억들은 가슴에 담기로 했네
논배미 철없던 것들 누렇게 키워준 고마움과
션찮던 고추가 그대 입김에 벌겋게 발기되었고
땡감들도 주홍빛으로 성숙해져
말하자면 고향을 그리게 한, 뭐 그런 것들이지
하여간 수고가 많았네
아직 시퍼런 도토리라든가 애호박들은 걱정 말고
이젠 미련 갈무리해 떠나주게
어찌나 그대 성깔이 유별났던지
서둘러 가을을 맞이하고 싶으니까
여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 이채
흘러가는 물줄기마다
샘물같은 그리움이 흐르고 있다
그 맑던 시간속으로 손을 씻고 발을 담그면
물처럼 흘러가버린 이야기들
아스라히 추억을 읽어내고 있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물같은 인생이어서
지고 또 피는 꽃같은 인생이 아니어서
숨가쁘게 달려도
늘 그리운 방 하나 깊은 곳에 간직하지
누구나 돌아가는 길엔 밤이 있고
누구에게나 보이지 않는 그리움이란게 있지
겉보기엔 멀쩡해도
멀쩡하지 않는 마음 하나씩 있어
혼자만의 시간일 땐 잠시 그 방에 들러
케케묵은 사진이라든가
흘러간 노래라든가
지나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찾아내곤 하지
과거는 그리운 것
돌아갈 수 없기에 더욱 그리운 것
수많은 정거장을 거쳐온 여정
때로는 바람처럼
때로는 짚시처럼
여름이 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낯선 간이역에서 여름 소나기를 만나고 싶다
다도해의 여름바다 / 김남복
동그란 세상
뜨거운 열기 가득하더니
그리운 나의 섬들은 어디가고
나는
뚜껑 없는 가마솥에
깊숙하게도 빠져 있다
머리 위로 외로운 수증기 떠다니고
타고 남은 검불의 재는 갈매기 되어
이리로 저리로 헤매이며
숭어가 덥다며 튀어 올라도
나 역시 티끌
꿈틀꿈틀 배암이 춤추던 물결에
육정이 꿈틀거리더니
어느새,
누구인가 계속하여 불을 지피고
검불이 타는 소리와 외로움을 태우는 소리는
뜨거움 속에 녹아 내린다
파리의 여름 / 윤꽃님
사람들이 한 마리 파리가 되기로 한 것은
에펠탑을 오르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곳에선 분명 센 강 너머,
저 멀리 집들, 나무들,
저 발치 아래 사람들, 파리 떼처럼 보이지만
천상에 다가가려는 욕망의 화신인 그들 또한
파리 떼였으니 파리에선 그저 누구나
피장파장일 뿐이었다.
여름이면 사람들은 바캉스로 텅 빈
파리로 몰려가 원조 바캉스를 만들며
파리의 최대 습성으로 두 손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리고 두 눈을 굴리며
지구의 몇 페이지를 읽으려는 굽신거림으로
최대의 본전을 뽑아내고 있었다.
지구의 서쪽을 맛보러 온 똥파리처럼
그 여름 나 역시 에펠탑에 달라붙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기웃거리며
누런 베르사유 궁전에서
내 사유의 대리만족을 배설하며
파리한 아시아의 잔반 부스러기 몇 개
떨어뜨리고 있었다.
여름같은 내 사랑아 / 이채
산마루 그림자에 여름해는 길어라
내 그리움도 해거리만 한데
당신은 어찌하여 짧기만 한 밤인가요
여름같은 내 사랑아
쏟아지는 햇살이 뜨거워, 이제 말할게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불타는 해변에 열두폭 노을빛은
내 당신 못다간 석자반 가슴이요
해 넘어도 멈추지 않는 파도는
내 당신 부르다가 지쳐버린 메아리
꽃잎처럼 간직한 그 모습 그리워
바다속 진주처럼 내 가슴에 있네
저물녁에 피어난 사랑꽃 한송이
당신의 바다에 돛단배처럼 띄워놓고
하얀 조가비에 꽃별이 내리면
별바구니로 차오르는 당신의 노래
여름같은 내 사랑아, 잊지는 말아요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중년의 바다, 그 바다의 여름 / 이채
중년의 바다, 그 바다의 여름에는
갈매기 날으는 그 하나의 이름이 있고
먼 섬으로 그리운 그 하나의 얼굴이 있고
파도를 넘는 그 하나의 몸짓으로 내가 있다
숲으로 둥둥 떠 있는 푸른섬이 되어
구름이나 새, 그 외 바람이나 닿음직한
바다 한 가운데 단단한 섬이 되어
우뚝 서 있는 지금의 나이를 중년이라 하던가
그 바다의 바람에는 기타소리가 들린다
한줄 한줄 뜯어내는 손가락사이로
잊었다 한 노래가 다시 바다가 되고
흘러간 음표들이 파도로 출렁이며
바위에 부딪히는 소리
철석이며 세월 두드리는 소리
한해가 밀려오고 또 밀려가는
수없는 반복의 시간들이 하얗게 지워지면서
오랜 바다에도 추억이라고 할 만한게 있지
시원한 밤바람에 별들이 내려오고
젊은 노래는 검은 바다의 춤추는 별빛으로 흘렀지
짙은 홍갈색 모닥불을 피우고
타박타박 장작불 타는 소리, 매케한 연기 속
아른거리며 피어오르는 그녀와
사랑이 아니더라도, 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적당히 젊음을 흥정하고 싶은 밤이었지
그만큼의 시간으로
그만큼의 낭만을 사 본 적이 있었을까
아, 아, 그렇다해도
이상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꿈이더라
낭만만으로는 살 수 없는 세상이더라
그래서, 그래서, 지금까지 그래서
삶이라는 것과는
그날밤 그녀처럼 적당히 흥정해 버릴 수는 없었다
여름바다, 그대와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 이채
못견디게 뜨거운 태양이
지칠대로 지쳐버리면
푸르도록 하얗게 별들이 쏟아지는
여름바다, 그대와 함께 떠나고 싶습니다
바다는 벌써 그대 가슴으로 열리고
한겹 또 한겹 벗겨지는 인어들의 몸짓인가
은비늘의 살결이 넘실대는 파도
하얀 선글라스 너머
그대 까만 눈동자도 파도처럼 출렁이겠죠
한여름밤, 타박타박 모닥불 타들어가는 소리
깊어가는 낭만은 차라리 황홀일까
아, 아
나의 가장 차가운 날과
그대의 가장 무거운 날들이
환상의 해변에서 그렇게 잠이 들겠죠
몇번의 여름이 지나고, 그 후
어느 여름날 아침 햇살이
고혹한 그대 숨결로 떠오를 때
그대 가슴이 열린 그 바다를 기억하겠습니다
여름밤 / 김안로
누웁시다
누워요, 아니면
살얼음 위를 걷다 막을 내린 드라마는 끄고
우리 땅콩이나 까먹을까요
껍질이 좀 거칠고 투박하지만
꽉 찬 속 한 번 보세요
비스듬한 외계를 향하여
알알이 단단한 것 그래도 살빛 풍만한 것
먼저 드세요
세상에! 캄캄한 어둠에 길든 족속들이
내외하며 부끄럼 타네
오늘은
우리 이렇게 누워봅시다
여름 바다 그리운 곳 / 나명욱
안면도 바다라는 곳
말로만 듣고 책에서만 보았던 바다
한번쯤 가보고 싶은
수정처럼 반짝거리며
작은 모래알들 펼쳐져 있는 곳
하얗게 밀려오는 파도 속으로
온몸 던져 뛰어들고 싶은
며칠쯤 사랑하는 사람과
혹은 혼자
갈매기 날아가는
허공 속 꿈 같은
잔잔한 영혼의 안식처가 되어줄 것 같은
일년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그 멀고 깊은 바다
옛날 어린 날 추억 속에서
물장구치고 헤엄치던
순수한 환상의 사랑과 희망으로 날개 달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바다
그리움의 날들
이맘때 여름이면 떠오르는 그 바다
여름 낮 / 한기홍
문사文士의 뇌수에
삼복 젖은 여울 나른히 흐른다
오수에 피어난 삼백 년 꿈길
그리운 세기世紀 까진 아직도 먼데
푸릇푸릇 심상에 돋는구나
지천에 파초 잎새
무심한 잔도棧道
바람 한가닥 코끝에 회오리 칠 때
잠긴 눈두덩 내 보잘것없는 명命
시공에 그냥 걸어두려네
여름 낮 우주도 없이
나비만 춤추는데
시인詩人 눈썹만 하얗다
늦여름 / 유봉길
집에서 아주 멀리
마음먹고 산행을 갔다가
우연히 만난 시골집
마치 방안에서 금방이라도 인기척을 들으면
방문이 열릴것 같아
가만히 서 있었는데
마지막 여름 햇살이 방문으로 기어오른다.
누군가 햇빛따라 나올것 같아
살며시
발길을 옮겼다.
<이 블로그에서 8월과 여름에 관한 포스트>
[여름 시] 8월 시 모음 143편https://blog.naver.com/clearchem/222447760718
오광수 시인의 8월에 관한 시 모음
https://blog.naver.com/clearchem/222044534308
[8월 시][여름 시] 8월에 여름에 읽으면 좋은 시 모음https://blog.naver.com/clearchem/221324278816
8월 시(詩)모음<1>
https://blog.naver.com/clearchem/221324581648
8월 시(詩)모음<2>
https://blog.naver.com/clearchem/221324593405
8월의 시 모음<3>
https://blog.naver.com/clearchem/221592417212
음
I. 여름 시 모음 524편(1-180)
https://blog.naver.com/clearchem/222444807893
II. 여름 시 모음 524편(181-360)
https://blog.naver.com/clearchem/222444809019
III. 여름 시 모음 524편(361-524)
https://blog.naver.com/clearchem/222444841597
여름에 관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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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에 관한 시
여름에 관한 시 | 여름 짧은 시 | 8월의 시 | 여름시
벌써 7월! 곧 8월이네요! 몇일 동안 내린 소낙비로 몸이 정말 개운하지를 않아서 오늘은 누워서 쉬려고 했는데 끈적 거림이 지나치게 올라워 에어컨 켜고 밤을 보냈습니다. 정말 여름은 좋기도 하지만 더움과 장마 이것들이 반복되면 몸을 피곤하게 만드나 봅니다. 오늘은 여름에 관한 시를 옮겨 왔습니다. 바다로 떠날 수 없기에 이 시라도 보시고 편안한 여름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름에 관한 시 | 여름 짧은 시 | 8월의 시 | 여름시
여름
세월이란 그림 그리시려고
파란색 탄 물감솥 펄펄 끓이다
산과 들에 몽땅 엎으셨나봐
(손석철·시인, 1953-)
어느 여름
애벌레들이 녹음을 와삭와삭 베어먹는
나무 밑에 비 맞듯 서다.
옷 젖도록 서다.
이대로 서서 뼈가 보이도록 투명해지고 싶다.
(신현정·시인, 1948-)
여름 숲
언제나 축축이 젖은
여름 숲은
싱싱한 자궁이다
오늘도 그 숲에
새 한 마리 놀다 간다
오르가슴으로 흔들리는 나뭇가지마다
뚝뚝 떨어지는
푸른 물!
(권옥희·시인, 1957-)
비 개인 여름 아침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종삼·시인, 1921-1984)
여름방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 조각 구름 떠있는
저 佛岩山마저 맞아들인다.
(김달진·시인, 1907-1989)
여름날
버스에 앉아 잠시 조는 사이
소나기 한줄기 지났나보다
차가 갑자기 분 물이 무서워
머뭇거리는 동구 앞
허연 허벅지를 내놓은 젊은 아낙
철벙대며 물을 건너고
산뜻하게 머리를 감은 버드나무가
비릿한 살냄새를 풍기고 있다
(신경림·시인, 1936-)
초여름, 네 벗은
초여름, 네 벗은 가는 팔을 보고 싶어라
초여름, 네 벗은 종아리를 보고 싶어라
긴 겨울 옷 속에 감추었던 팔과 종아리
신록 푸른 바람 속에서 보고 싶어라.
(나태주·시인, 1945-)
여름방학
여름방학 때 문득 찾아간 시골 초등학교
햇볕 따가운 운동장에 사람 그림자 없고
일직하는 여선생님의 풍금 소리
미루나무 이파리 되어 찰찰찰 하늘 오른다.
(나태주·시인, 1945-)
그해 여름 – 아버지
대지가 뒤끓는 대낮
대청마루 뒤안길은
여름 바람이 몰래 지나가는 길
뒷문 열어제치면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솔솔이 바람
반질반질한 대청마루 바닥에
목침을 베고 누워
딴청을 부리시던 아버지
매미소리 감상하며
소르르 여름을 즐기시던 우리 아버지
(김용수·시인, 전남 완도 출생)
여름밤
물뱀 잔등 같은 길
자근자근 밟고
기억 속으로 숨은 바람 찾아갔었지
바람은 온데 간데 없고
개구리 울음소리만
귓전 가득 생각의 북을 울려
발목 잡힌 마음만
눈먼 어둠 속 홀로 앉아
하염없이 울고 있었네
(권영호·시인, 1960-)
여름 밤
들깻잎에 초승달을 싸서
어머님께 드린다
어머니는 맛있다고 자꾸 잡수신다
내일 밤엔
상추잎에 별을 싸서 드려야지
(정호승·시인,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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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시(詩)모음, 비에관한시(詩)모음(9) – 여름 비, 비와외로움, 빗방울이 두드리고싶은 것, 비오는날의 기도, 비오날의 일기, 비…..
여름 비 – 박인걸
나뭇잎 위로
빗방울 뛰어가는 소리에
그대 걸어오시던
발자국 소리가 들립니다
어느 해 여름
아직 비는 그치지 않고
어둠이 내려앉은 거리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죠
묵직한 발걸음으로
작은 여운을 남기며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시던
당신을 잊을 수 없습니다
긴긴 기다림에
아득하기만 했던 당신이
느닷없이 오시던 날
나는 주저앉을 뻔했습니다
여름비 내리는 날이면
그날의 추억을 되짚으며
행여 당신이 오시지 않을까
비를 맞으며 서있습니다.
빗방울이 두드리고 싶은 것-남정림
빗방울은
꽃들의 가슴을 두드리고 싶어
구름의 절벽에서 떨어져
지구까지 달음박질 한다.
빗방울은
어두운 대기에 둥근 희망의
사선을 그으며
투명하게 다가선다.
빗방울이
무지개 우산 드드리면
빛망울은
누군가의 가슴을 두드린다.
꽃의 가슴으로 달려가
기어이 안기고 만다.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용혜원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사랑에 더 목마르다
온 몸에 그리움이 흘러내려
그대에게 떠내려가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그리움이
구름처럼 몰려와
내 마음에 보고픔을 쏟아놓는다.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날은
온 몸에 쏟아지는
비를 다 맞고서라도
마음이 착하고 고운
그대를 만나러 달려가고 싶다.
비오는 날은-좋은글-
비오는 날은
새 울음소리도
더 슬프게 들리고
비오는 날은
평소 무심히 듣던
노래도
더 쓸쓸하고
비오는 날은
방안의 공기도
더 적막하고
비오는 날은
비에 쓸리는
여린 풀잎도
더 가련하다
비오는날의 일기/이해인
너무 목이 말라
죽어가던 우리의 산하
부스럼난 논 바닥에
부활의 아침처럼
오늘은 하얀 비가 내리네
어떠한 음악보다
아름다운 소리로
산에 들에 가슴에 꽂히는 비
얇디얇은 옷을 입어
부끄러워하는 단비
차갑지만 사랑스런
그 뺨에 입맞추고 싶네
우리도 오늘은 비가 되자
사랑 없어 거칠고
용서 못해 갈라진
사나운 눈길 거두고
이 세상 어디든지
한 방울의 기쁨으로
한 줄기의 웃음으로
순하게 녹아내리는
하얀 비 고운 비
맑은 비가 되자
빗방울 연주곡
고아로 자란 남녀가 결혼을 했다.
이들이 결혼해 살게 된 집은
달동네에 있는 허름한 집이었다.
비가 오면 금방이라도 샐 것 같았지만
이들은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행복했다.
한창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여름,
이 허름한 집에도 장마가 찾아들었다.
남편은 장마에 대비해 지붕을 대충 손보긴 했지만
워낙 낡은 집이라 걱정이 떠나질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남편이 직장에 나간 사이에
세찬 비가 한참 퍼붓는가 싶더니
천장에서 비가 새기 시작했다.
아내는 어쩔 줄 몰라 방바닥으로
떨어져 내리는 빗물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때 집에 있는 아내가 걱정이 된 남편이 전화를 했다.
“집은 괜찮아요.
걱정 마세요.”
전화를 끊은 아내는 비를 맞으며
일하고 있을 남편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아내는 정신을 가다듬고
천장을 유심히 바라보다가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세숫대야, 냄비,
밥그릇 등을 들고 들어와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놓았다.
잠시 후 아내는 비가 새지 않는 구석으로 가서
예쁜 꽃편지지에
남편에게 줄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그날 여느 때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이 방문을 열었다.
아내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편을 맞이하면서 분홍 편지를 내밀었다.
거기에는 “여보,
저는 오늘 하루 종일 우리가 연애 시절에 즐겨 듣던
쇼팽의 빗방울 연주곡을 감상하는 기분이었어요.
자, 들어보세요.
그 첫 부분이 꼭 이렇지 않았어요?”
라고 적혀 있었다.
그제서야 남편의 귀에도 각기 크기와
모양이 다른 그릇에서 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내를 꼬옥 안아 주는
남편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거렸다.
– ‘좋은생각’ 중에서 –
비 – 윤보영
빗소리가
잠을 깨웠습니다
잠든 사이
혼자 내리다 심심했던지
유리창을 두드렸습니다
잠 깨운 게 미안한지
그대 생각도 깨웠습니다
여전히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내 안에는 그리움이 쏟아집니다
참 많이 보고 싶은
그대가 주인인 새벽입니다.
비와 그리움/나상국
잠결에 문득 들려오는 빗소리에
잠을 깬 밤
어둠 속에 깨어나 우두커니 앉아
창밖 불빛 속으로
타고 흐르는 빗방울 속에
아련히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울 보며
밤을 지새운 적이 있었습니다
그도 내 마음 알지 모르지만
온 밤을 그렇게
빗소리에 귀 기울이면서
다가설 수 없음에 애태우던 밤
아침에 언제 비가 왔느냐는 듯
태양은 떠오르고
무거워진 눈꺼풀을
찬물로 세안하면서
지난 밤 그 그리움도
햇빛 뒤로 밀어 넣었습니다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비에 젖은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 하소서
때로는 비를 맞으며
혼자 걸어야 하는 것이
인생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하소서
사랑과 용서는
폭우처럼 쏟아지게 하시고
미움과 분노는
소나기처럼 지나가게 하소서
천둥과 번개소리가 아니라도
영혼과 양심의 소리에
떨게 하시고
메마르고 가문 곳에도
주저없이 내려
풍요로이 맺게 하소서
언제나 생명을 피어내는
봄비처럼 살게하시고
누구에게나
기쁨을 가져다 주는
단비같은 사람이
되게 하소서
그리하여
나 이 세상 떠나는 날
하늘 높이 무지개로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
비가내리면 – 정헌재
비가내리면
비 냄새가 좋고
그 비에 젖은
흙 냄새가 좋고
비를 품은
바람 냄새가 좋고
생각나는
사람이
있어서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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